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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재즈, 그리고 보사노바를 한데 어우르고 있는 일렉트로-드림 팝 만화경.
일본의 메이저 시장을 사로잡은 인도네시아 공화국의 국가대표 일렉트로 듀오 산타모니카(Santamonica)의 놀라운 월드-와이드 데뷔작 [Curiouser and Curiouser]
한국반 보너스트랙 5곡 추가수록
About Santamonica
2001년 무렵, 독일에서 공부를 마치고 고향 자카르타로 돌아온 조셉 살유프(Joseph Saryuf)는 풀-타임 뮤지션 활동을 하기로 마음먹는다. 마이 블러디 발렌타인(My Bloody Valentine), 블론드 레드헤드(Blonde Redhead), 그리고 브로드캐스트(Broadcast)와 욜 라 탱고(Yo La Tengo)에 영향을 받은 조셉은 작곡을 시작하면서 프리랜서 음악 감독을 하는 와중 자신만의 프로젝트를 차츰차츰 진행해간다. 이런 생활을 할 무렵 패션 에디터이자 프리랜서 일러스트레이터인 아닌디타(Anindita)를 만나면서 산타모니카(Santamonica)라는 듀오가 비로소 완성된다.
밴드의 보컬과 작사를 담당하고 있는 그녀는 아스트럿 질베르뚜(Astrud Gilberto), 카펜터스(The Carpenters), 페일 세인츠(Pale Saints), 그리고 스테레오랩(Stereolab)의 열혈 팬이기도 하다. 아날로그 사운드를 사랑하는 비슷한 음악취향이 이들을 이어줬다. [Pop Shower], [Todays of Yesterday]와 같은 컴필레이션에 참여하고 다른 여느 로컬 밴드들의 앨범에 참여하면서 서서히 인지도를 높여간다.
2005년 9월에 첫번째 EP인 [189]를 발표하면서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한다. 어쿠스틱의 따뜻한 질감을 중심으로 만든 이 EP앨범은 이후 발매된 정규앨범과는 다른 모양새를 하고 있었다. 자카르타의 유명 로컬 밴드들과 함께 공연하는 것은 물론 인도네시아의 가장 큰 뮤직 페스티발인 사운드레날린(Soundrenaline)에 출연하면서 이들의 위치가 비로소 확고해진다. 유니크한 사운드와 다이나믹한 퍼포먼스는 해외 시장의 관심 또한 받는 계기가 됐다.
[Curiouser and Curiouser]
수많은 이들을 2년 동안 기다리게 만든 이후 등장한 것이 바로 산타모니카의 첫번째 풀랭쓰 데뷔 앨범인 본 작 [Curiouser and Curiouser]이다. 2007년 10월에 조셉 자신의 레이블인 신지토스(Sinjitos) 레코드에서 발매됐는데 이전에 발매된 이들의 한정 EP인 [189]는 품절된 상태였다.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의 두 번째 챕터에서 가지고 온 제목 [Curiouser and Curiouser]을 책의 맥락과 비교해 본다면 앨리스가 흰 토끼를 따라 새로운 세상으로 들어가기 직전의 흥분과 긴장감을 담으려는 듯 보인다. 인터뷰에 의하면 "Curiouser"라는 단어 하나만으로도 이 앨범을 묘사하는데 충분하다고.
일단 EP 당시와는 음악적 방향이 많이 바뀌었다. 보사노바와 인디팝이 일렉트로팝과 적당하게 믹스되어있는 형태를 감상할 수 있겠는데, 몇몇 부분들에서는 모던 재즈(혹은 누-재즈) 라던가 프로그래시브 록의 형태를 엿볼 수 있기도 하다. 첫번째 싱글인 [Wanderlust]는 프렌치 일렉트로팝 풍의 멜로디가 아날로그 신스들과 함께 얽히고 ?혀있다. 몇몇 변칙적인 형태의 곡들은 닌자튠(Ninja Tune)의 자가재지스트(Jagajazzist)의 그것을 연상케끔 만들기도 한다. 스페이스 에이지의 신시사이저, 퍼즈를 머금은 기타 사운드, 따뜻한 오르간과 자유분방한 곡의 어레인지는 시대를 초월하는 신비함을 경험하게끔 도와준다.
본 작의 경우 일본에서는 메이저 레이블인 JVC-Victor 에서 발매가 되었다. 거대한 일본시장에 차고 넘치는 인디펜던트 레이블이 아닌 제대로 된 메이저 레코드사와 계약하고 앨범이 발매됐다는 사실에서 이미 몇 가지가 확실해지는 셈이다. 일종의 확신 비슷한 것을 주는 것이다. 현재 우리가 들고있는 본 작 역시 일본의 트랙리스트를 따르고 있다. 까다로운 일본인들의 입맛마저 사로잡은 앨범이라 자신있게 말할 수 있는 대목이다.
인도네시아의 하늘이 한국보다 밝은지는 나도 잘 모르겠다. 하지만 본 작의 경우 소리의 파편이 눈부시고 결코 습하지 않다. 가까운 미래에 대한 긍정적인 시선 또한 엿볼 수 있다. 앞서 말한 대로 이번 앨범은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의 신비한 여행을 컨셉으로 잡고 있다. 적당히 스피디하고 스무쓰한 이 여행에 동참해 보는 것이 아마 올해 당신이 할 수 있는 최적의 피서법이 되지 않을까 싶다.
산타모니카는 인터뷰의 끝자락에 이런 말을 남기기도 했다. " 너 자신을 믿어라. 유행따위를 믿지 말고." 중요한 멘트이긴 하지만 '유행 따윈 믿지 말라'는 멘트는 적어도 이 앨범과는 상관없는 말인 것 같다. 이것은 최신의 것을 담고 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