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비포 선라이즈]의 러브테마 [Come Here]의 주인공
케쓰 블룸(Kath Bloom)과 그녀의 인디팝 수퍼스타 추종자들이 엮어내는 이토록 달콤한 순간
사상초유의 트리뷰트+오리지날 베스트 앨범
[Loving Takes This Course: A Tribute to the Songs of Kath Bloom]
"그녀는 가장 가슴 아픈 노래를 부르는 가수 중 하나다. 아름답다." - 드벤드라 반핫(Devendra Banhart)
"뭔가 '계산'이 따르는 일을 했을 때 케쓰 블룸과 함께했던 것만큼 즐거웠던 적은 없었다. 그녀는 훌륭하고 어디에서나 빛을 발한다." - 마크 코즐렉(Mark Kozelek)
about Kath Bloom
'전설'이라는 수식어가 붙기에는 너무나 상냥한 목소리를 가진 코네티컷 출신의 '전설'적인 포크 싱어 케쓰 블룸(Kath Bloom)은 70년대 중반부터 활동을 시작해왔다. 파워풀 하면서도 매력적인 보컬음색과 다채로운 송라이팅은 무척 정직한 모양새를 하고 있어 뒤늦게 전 세계의 수많은 청취자들을 매료시켜왔다. 일단은 잊을 수 없는 행잉 아웃 무비 [비포 선라이즈(Before Sunrise)]에 삽입되면서 국내 수많은 라디오 영화 음악실 프로그램을 점령하기 시작했고, 국내에도 수입된 바 있는 2006년도 모음집 [Finally]를 통해 본격적으로 새로운 세대의 팬을 획득하게 됐다. [비포 선라이즈]가 공개됐을 당시 수많은 사람들이 그녀의 앨범을 찾았지만 정식으로 릴리즈 된 것이 없었던 터라 구하기가 쉽지 않았다. 결국 1998년 무렵, 케쓰 블룸의 15살짜리 이웃집 소년이 처음으로 공식 웹사이트를 만들어 주면서 메일오더를 통해 자신의 노래가 담긴 카세트 테잎과 CD-R을 판매했다.
오보에 연주자인 로버트 블룸(Robert Bloom)의 딸로 태어나 뉴 헤이븐에서 성장하면서 첼로를 배웠다. 십대 무렵에는 기타를 연주하기 시작했고 70년대 초반부터 80년대, 그리고 90년대에도 꾸준히 자신의 곡을 만들었다. 아메리칸 포크와 컨트리 스타일을 기본 바탕으로 섬세하면서도 상냥한, 때에 따라서는 감정적인 노래로 우리의 귀를 신선하게 자극했다. 녹음과 공연은 항상 케쓰 블룸의 가족이라던가 주변에 사는 동료 뮤지션들의 도움으로 진행됐다. 그녀의 가성과 기타는 가끔씩 조니 미첼(Joni Mitchell)이나 닉 드레이크(Nick Drake)와 같은 포크 아이콘들, 혹은 한국에서도 꾸준한 사랑을 받고 있는 바시티 버니언(Vashiti Bunyan)의 순수한 분위기를 연상케 하곤 한다. 아마도 아이다(Ida)라던가 줄리 도이런(Julie Doiron) 등의 요즘 아티스트들을 좋아한다면 마찬가지로 흠뻑 취하게 될 것이다.
케쓰 블룸은 1976년에 로렌 마자케인 코너스(Loren Mazzacane Connors)를 만나면서 다섯장의 앨범을 냈다. 로렌 마자케인 코너스는 소닉 유스(Sonic Youth)나 짐 오루크(Jim O'rourke)에게 직접적인 영향을 줬던 아방가르드 기타리스트로도 유명하다. 케쓰 블룸과 로렌 마자케인 코너스가 함께한 앨범들은 콜렉터들, 그리고 리스너들 사이에서 항상 화제였었는데, 내 경우에도 이베이에서 한번 사보려다가 가격때문에 그냥 침만 흘렸던 기억이 있다. 이들이 마지막으로 함께 만들었던 1984년 작 [Moonlight]의 경우 오직 300장만을 찍었고 이전의 앨범들 또한 그 정도 수량만이 제작됐다고 한다. 연약하고 심플한 블루스 멜로디를 기반으로 만들어진 이 음원들은 오랫동안 전설의 존재로만 남아있었지만 다행히도 대부분이 뒤늦게 CD로 발매됐다. 이후에는 톰 핸포드(Tom Hanford)도 합세해서 핸포드, 블룸, 앤 마자케인(Handford, Bloom, and Mazzacane)으로 활동하기도 했는데 톰 핸포드는 본 트리뷰트 앨범에 라이너 노트를 작성하기도 했다. 그는 당시를 회고하는 글에서 이 트리오가 앨범을 만드는 데 대략 300달러 정도만이 소요됐다고 적었다. 그 무렵 케쓰 블룸은 뉴 헤이븐 공동묘지의 정원사였고 로렌 마자케인 코너스는 캠퍼스의 수위였다. 일이 없는 날은 예일대 도서관에서 오래된 블루스 레코드들을 들었다고 한다. 케쓰 블룸이 로렌 마자케인 코너스와 찢어진 이후에는 홀로 아이들을 키우면서 아주 가끔씩 연주를 했다. 그녀가 새롭게 부각될 무렵인 90년대 중반에는 정작 개인적으로 무척 힘든 시기를 겪었다.
앨범 안에 또 다른 라이너 노트를 썼던 이는 바로 [나는 섹스중독자 (I Am a Sex Addict)]를 연출했던 영화감독 카베 자헤디(Caveh Zahedi)다. 이미 케쓰 블룸의 [Finally]를 구매했던 사람이라면 그 앨범의 부클릿에서도 카베 자헤디의 이름을 확인할 수 있었을 것이다. 그는 예일대 철학과에 다닐 무렵 케쓰 블룸을 알게됐다. 학교를 졸업하고 이사를 간 이후에도 계속 케쓰 블룸과 연락을 취하던 카베 자헤디는 그녀에게 받았던 테이프를 자신의 친구들-그 중에는 리차드 링클레이터(Richard Linklater)도 있었다-에게 보냈고 결국 우리가 아는 바 대로 그녀의 노래 [Come Here]는 영화 [비포 선라이즈]에 삽입된다. 또한 카베 자헤디의 영화 [A Little Stiff]에도 같은 곡이 삽입됐다.
영화 [비포 선라이즈]에서 에단 호크(Ethan Hawke)와 줄리 델피(Julie Delpy)는 비엔나의 한 레코드 샵에 들어가고 줄리 델피는 레코드판 한 장을 들어 보이며 "내 친구들이 이 여자에 관한 얘기를 했어."라고 말하면서 케쓰 블룸의 앨범을 청음실로 가져간다. 에단 호크와 줄리 델피는 실제로도 영화를 촬영할 때 그 청음실에서 케쓰 블룸의 노래를 처음 들었다고 한다. 그리고 그들이 처음 들었을 때 취했던 리액션들은 고스란히 영화에 사용됐다. 리차드 링클레이터의 계산된 연출, 그리고 '부끄러워하거나 빼지 말고 다가오라'는 내용의 가사를 담은 케쓰 블룸의 청량한 노래가 역사상 가장 어색하면서 로맨틱한 장면을 만들어내는데 일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