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잡을 쓰고 노래하는 소녀
말레이시아 싱어송라이터 유나의 글로벌 데뷔 EP YUNA – YUNA
얼마나 알고 있나요?
말레이시아는 우리에겐 관광지나 이주노동자 정도의 극히 제한된 이미지로 소비되고 있다. 가끔 그 이미지에 가려 근본적인 것의 유무를 망각하기도 한다. “그 나라에도 대중적인 팝이 존재할까” (이상한 질문이지만) 쉬운 예로 인도네시아의 혼성 밴드 모카(Mocca)나 잭 존슨(Jack Johnson)이 발굴한 지 아비(Zee Avi)를 떠올려 보자. 음악이 주는 파장은 사실 별 것 아닌 것 같아도 국가이미지 재고 캠페인보다 더 즉각적이다. 우리도 그녀를 만나기 전까진 예상 못했으니까.
유나, 이토록 글로벌한 싱어송라이터
유나는 십대시절 처음 기타를 잡고 노래하기 시작했다. 우연히 남자친구가 마이 스페이스에 올린 음원이 알려지며 작년 12월, 정식 레이블(In the Box Music)에서 첫 EP를 발매하기에 이른다. 앨범은 별다른 홍보활동 없이 3개월 만에 2천장이 판매되었고 그녀는 유럽 투어에 나섰다. 유투브를 검색하면 적지 않은 투어 영상은 물론 그녀의 노래를 커버한 UCC를 쉽게 발견할 수 있다. 유나는 명백히 만국 인터넷 시대가 낳은 싱어의 길을 걷고 있다.
유나가 사랑 받는 요소에는 우선 그녀의 동시대적 정서와 음악적 재능에 있다. 섬세하고 호기심 가득한 가사와 캐치한 멜로디의 ‘Deeper Conversation’이나 ‘Backpacking around Europe’은 근사한 포크 여가수의 탄생 이상을 보여준다. 이런 대중성은 그녀가 영미 포크 여가수라는 착각도 불러 일으킨다. 하지만 말레이어로 부른 ‘Dan Sebenarnya’라는 곡과 머리에 두른 히잡(hijab)으로 유나의 배경을 알 수 있다. 국적과 정서가 자연스레 혼용되는 순간, 히잡을 쓰고 미스터리한 포크 팝을 노래하는 말레이시아 소녀. 유나를 주목할 이유는 이런 (의외의) 자연스러움이 아닐까 싶다.
그녀는 솔로로 활동하다 EP를 기점으로 밴드를 결성해 공연을 이어가고 있다. 그리고 비트볼 레이블 쇼의 일환으로 서울에서 작은 공연을 가질 예정이다. 머지않아 공개될 그녀의 1집과 함께 겨울 날 그녀의 무대 또한 기대해 볼 만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