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발(發). 기분좋은 소울풀(SOULFUL). 끝없이 퍼지는 하늘색의 멜로디...
따뜻하면서도 한층 세련되고 고급스러운 느낌의 매혹적인 곡들로 가득 한 뉴욕출신 미모 의 여성 싱어-송라이터 다이앤 버치(Diane Birch)의 데뷔 앨범 [Bible Belt].
‘슬픔의 다섯 단계’를 ‘부정 > 분노 > 합리화 > 우울 > 수용’의 스토리로 그려낸 뮤직비디오 또한 매력적인 [Nothing But A Miracle] 포함, 총 13곡 수록.
"강력하고 매혹적인 가성. 캐롤 킹이나 아레사 프랭클린이 머리에 떠올랐다" - Rolling Stone
"에이미 와인하우스, 릴리 알렌, 아델 등 UK 뉴 소울에 대한 US로부터의 회답" - Paper Magazine
“보컬은 물론이거니와 작사, 작곡은 기본이고, 연주와 편곡까지 혼자 힘으로 척척 해내는 그녀, 노라 존스나 코린 베일리 래의 경우에 더 근접해 있는 아티스트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 양중석, 2009년 12월 9일 동경 공연 리뷰 중에서
아마존 평점 - 별 4개 반 !!
부드럽고 편안하게 그리고 달콤하게. 21세기적 화법으로 재해석한 20세기 소울의 진수를 전하는 뉴욕 출신 싱어 송 라이터. Diane Birch
글을 시작하기에 앞서, 사전적 의미로의 ‘bible belt’가 지닌 의미부터 간단히 정리해보자. 우선 지리적으로는 미국 남부 지역을 포괄하여 일컫는 별칭인데, 보다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목가적인 정서의 순복음교파 기독교인들이 널리 분포해 있음에서 착안한 어휘라고 한다. 더 이상 새로울 것이 없어 보이는 21세기 음악계의 새로운 대안이자 화두로 등장한 ‘복고 열풍’에 편승하여 등장한 수많은 빈티지 소울 계열 싱어 송 라이터 가운데 가장 ‘올드’한 정서에 충실한 여성 유망주로 꼽히는 다이앤 버치가 지극히 종교적인 가정에서 자랐다는 점에 착안한다면 한결 설명은 명료해진 듯 보이기도 할 터이다.
하지만, 1983년 생으로 아직 20대 중반인 그녀는 사실 미국 중부 미시건 태생으로, 목회자인 아버지로 인해 어린 시절을 아프리카 짐바브웨 및 호주 등지에서 보냈고 10대 중반기 미 북부 포틀랜드에 정착했던 전력이 있다. 심지어 고교 졸업 후 독립하면서는 LA로 이주해 피아노 레슨 및 세션 뮤지션 자격으로 활약했으니, 정작 ‘bible belt’와는 직접적인 연관 관계가 그다지 없어 보이지 않은가 싶기도 하다. 심지어 질풍노도 같았던 청소년기, 고딕 문화에 심취하면서는 메탈과 록 그리고 힙합 및 R&B에 심취했던 전과도 있으니, 그녀를 그리고 그녀의 음악 세계를 지나치게 색안경 끼고 볼 이유도 없다.
그렇다면? 이 ‘bible belt’라는 화두는 결국 그녀의 음악관을 적극 반영한 명명이라 보는 편이 가장 합당하지 않겠는가? 컨트리와 재즈 그리고 가스펠 등이 태동한 곳이 미국 남부 지역이라는 사실을 염두에 둔다면 더더욱. 그러니까, 70년대 소울 음악과 올드 팝의 정서에 충만한 가운데 살포시 블루스 및 컨트리의 풍미도 가미된 그녀의 음악 세계를 가장 잘 대변하는 어휘가 바로 그 것일 수 밖에 없었던 셈. 단, 그것이 단순한 사랑 노래이건 혹은 다른 의미를 품은 노랫말을 담고 있건, 그런 부분이 쓸데없는 걸림돌이 되어선 곤란하니. 거기까지는 그다지 심각하게 여기지 않아도 좋을 듯싶고,
사실 이렇게 장황하고 딱딱한 이야기들을 서두부분에 길게 늘어놓을 이유는 없었다. 몇 년 간의 세션 활동으로 업계의 눈과 귀를 사로 잡더니, 활동 본거지를 아예 뉴욕으로 옮긴 그녀가 지난 2007년에 [S-Curve Records]와 레코딩 계약을 체결해 약 1년 반동안의 정성 어린 담금질을 거쳐 발표한 본 처녀작 [Bible Belt]는 정작 그렇게 복잡하게 꼬인 부분이 없기 때문이다. 하다못해 같은 회사 소속 동료면서, 이미 세계적인 스타덤에 올라 있는 ‘네오 소울의 공주’ 조스 스톤(Joss Stone)과는 다른 맥락에서 파악되어 마땅한 아티스트다. 다이앤이 훨씬 더 부드럽고 편안하며 달콤한 방식으로 청자에게 다가오기에.
립 싱크(Lipps Inc.)의 80년대 댄스 고전 'Funky Town'을 낳았고 이후 [S-Curve Records] 레이블을 설립해 바하 멘(Baha Men), 파운틴스 오브 웨인(Fountains of Wayne) 등을 배출한 명 프로듀서 스티브 그린버그(Steve Greenberg)가 그녀의 음반을 총 지휘한 것도 그만큼 그녀가 믿음직했기 때문일 게다. 'No Pain No Gain' 등의 걸출한 명곡으로 기억되는 소울 거장 베티 라이트(Betty Wright), 패티 스미스 밴드(The Patti Smith Band)의 기타리스트 레니 케이(Lenny Kaye), 힙 합의 제왕 제이-지(Jay-Z)와 작업했던 베이스 주자 애덤 블랙스톤(Adam Blackstone) 등이 기꺼이 지원군으로 나선 것 또한 마찬가지 연고다.
뉴욕 시티와 뉴 올리언즈를 오가며 꼼꼼하게 작업한 그녀의 처녀작 [Bible Belt]은 그야말로 격식과 가식은 벗어 던지는 대신 격조와 품위를 사랑하는 2-30대 팝 팬들에게 더할 나위 없는 만족을 선사할 빈티지 소울 넘버들로 가득 채워져 있다. “강력하고 매혹적인 가성. 캐롤 킹(Carole King)이나 아레사 프랭클린(Aretha Franklin)이 머리에 떠올랐다.”고 서술한 대중 음악 전문지 [롤링 스톤]의 호평이나 “릴리 알렌(Lily Allen), 아델(Adele) 등에 의해 시작된 영국 뉴 소울에 대한 미국으로부터의 회답”이라는 [Paper Magazine]의 찬사는 결코 넘침이 없는 표현이다. 심지어 대중 친화적인 멜로디까지 담고 있으니!
어린 시절 아프리카 오지에서 생활하면서 거의 독학으로 깨우치다시피 했다는 그녀의 피아노 연주가 일단 귀를 잡아 끈다. 엘튼 존(Elton John)의 그것을 연상시킨다는 한국 네티즌들의 박수 갈채가 결코 과장된 것만은 아니라는 사실이 명증되는 부분. 물론 곡에 따라서는 레니 피켓츠(Lenny Pickett)의 감미로운 색소폰 연주나 톰 말론(Tom “Bones” Malone)의 묵직한 트롬폰 음색이 앞장 서 나서기도 한다. 하지만 결국 그 모든 것을 한데 싸 안고 가는 것은 그녀의 걸출한 멜로디 작법과 서정미 만점의 고혹적인 보컬이다. 젊은 열정으로 쏘아 지르거나 여성미 만을 강조해 유혹하지 않지만 충분히 매력적이다.
건반뿐 아니라 펜과 마이크와도 더불어 가는 길을 막 시작한 신인에게는 자칫 부담감으로 다가올 수도 있겠으나, 그녀는 어쩌면 노라 존스(Norah Jones)나 코린 베일리 래(Corinne Bailey Rae) 쪽에 보다 더 근접해 있는 아티스트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레이먼드 앵그리(Raymond Angry)의 하몬드 오르간 연주가 고풍스러운 현악 세션과 어우러져 귓가를 울리는 앨범의 오프닝 트랙 ‘Fire Escape’가 선사하는 잔잔하고도 깊은 감동은 물론, 살포시 포크 뮤지션 칼리 사이먼(Carly Simon)이나 카리스마 만점의 여성 로커 스티비 닉스(Stevie Nicks)의 아우라가 오버랩 되는 팝 튠 ‘Fools’ 등이 이를 명증한다.
지난 10월 커피 체인 [스타벅스] 선정 [금주의 아이튠스 트랙]이었던 ‘Rise Up’ 역시 남부의 정취가 충만한 트랙이고, 컨트리와 70년대 팝 사운드 그리고 고전 록의 향신료가 절묘하게 믹스된 ‘Ariel’과 ‘Choo Choo’ 또한 그녀의 풍성한 음악적 소양을 만끽하게 한다. 지난 5월의 정식 음반 출시에 앞서, 라이브 버전으로 먼저 입 소문을 몰고 왔던 드라마틱 소울 넘버 'Nothing But A Miracle'는 물론, 5분이 넘는 러닝 타임에도 불구하고 2009년 현재 그녀가 지향하는 음악적 이상들을 잘 녹여낸 덕에 새삼 집중하게 되는 수작 'Photograph' 또한 그녀의 진가를 절감하게 해준다. 참 만족스러운 신인이 하나 탄생했다.
글 / 양중석 (대중 음악 애호인, 2009년 12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