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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머큐리 프라이즈의 노미네이트에 빛나는 캐서린 윌리암스(Kathryn Williams)의 2005년 정규앨범 [Over Fly Over]
노라 존스(Norah Jones)와 다이도(Dido)의 팬들에게 사랑 받는 포크 싱어. 조니 미첼(Joni Mitchell)과 닉 드레이크(Nick Drake)의 감수성 사이 어느 지점에 위치한 음악.
또 하나의 우아한 업적. - The Times
그녀가 남긴 최고의 결과물. - Uncut
이 앨범은 넘치는 재능으로 가득하다. - Mojo
가슴이 두근거린다. - The Guardian
포크 싱어-송라이터인 캐서린 윌리암스(Kathryn Williams)는 1974년 영국의 항구도시 리버풀에서 태어났다. 그녀의 아버지 역시 포크싱어였는데 덕분에 쉽게 피아노와 기타 등의 악기를 접할 수 있었고 60년대의 아이콘이었던 밥 딜런(Bob Dylan)류의 음악을 어깨너머로 듣게 됐다. 뉴캐슬의 예술대학을 다니면서 미술을 전공하던 캐서린은 어느 순간부터 자신의 송라이팅 능력이 그림실력보다 앞서나가고 있다는 사실을 자각하게 된다.
캐서린은 레이블에 보냈던 데모에 대한 피드백을 기다리다 못해 결국 자신의 레이블인 카우 레코즈(Caw Records)에서 데뷔작 [Dog Leap Stairs]를 발표한다. 앨범의 프로듀스는 피제이 하비(PJ Harvey)의 엔지니어였던 헤드(Head)가 담당했다. 대략 80 파운드(한화로 16만원 약간 못 미치는)의 돈으로 녹음한 이 데뷔앨범은 아트웍까지 스스로 해결했다. 그녀가 아트스쿨에서 그림을 그리고 있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앨범이 발매되자 브리티쉬 포크를 독특하게 재해석 했다는 평가를 받으면서 여러 매체의 주목을 받기 시작한다.
같은 해인 1999년 9월, 런던의 바비칸에서 펼쳐진 닉 드레이크(Nick Drake) 추모의 밤 행사에 참가한 캐서린은 2천 5백 명의 사람들 앞에서 노래하면서 대중적인 인지도를 얻게 된다. 그녀가 불렀던 [Saturday Sun]은 그 날의 하이라이트로까지 회자됐는데, 공연 이후 닉 드레이크의 친구였던 존 마틴(John Martyn)의 2000년 작 [Glasgow Walker] 앨범의 백킹보컬로 참여해줄 것을 부탁 받는다.
여러 공연을 통해 인지도를 쌓은 캐서린은 1집 제작비의 몇 십배에 달하는3000 파운드라는 제작비로 두 번째 정규앨범 [Little Black Numbers]를 만든다. 1집과 마찬가지로 자신의 레이블과 헤드를 프로듀서로 기용한 이번앨범은 엄청난 히트 곡들과 함께 사랑 받는데 심지어는 머큐리 프라이즈에 노미네이트 되면서 화제의 중심에 선다-참고로 그녀가 노미네이트된 부분의 수상자는 배들리 드로운 보이(Badly Drawn Boy)였다-. 앨범의 성공으로 메이저 레이블 워너 산하의 이스트 웨스트(East West)와 계약하면서 2001년에 다시 발매된 앨범은 전세계로 유통된다. 한국에서 인지도를 얻기 시작한 것도 이 앨범부터였는데 [Flicker]라는 빅히트 곡은 당시 한국의 인디/포크 팬들의 시선을 단박에 사로 잡으면서 새로운 클래식이라고 까지 불렸던 것으로 기억하고 있다.
캐서린은 포크의 영역을 넘어 한국에서는 [CSI]의 사운드트랙으로 유명한 일렉트로닉 듀오 배드마쉬 앤 쉬리(Badmarsh & Shri)의 곡에 참여하기도 한다. 이후 또 다른 일렉트로닉 뮤지션들의 앨범에 참여하면서 다양한 면모를 보이는 한편 2002년, 스스로가 프로듀스한 세 번째 정규앨범 [Old Low Light]을 발표한다. 참고로 앨범 커버의 사진은 그녀의 아버지와 어린시절의 자신이라고 한다. 캐서린은 이참에 자신의 백킹 밴드의 멤버들을 모으게 된다. 기타와 베이스, 퍼커션, 그리고 첼로의 편성으로 멤버를 꾸린 그녀는 얼마 전 운명을 달리한 리 헤이젤우드(Lee Hazlewood)의 트리뷰트 앨범에 참여하면서 꾸준한 활동을 펼친다.
다음해인 2004년에 캐서린은 커버앨범 [Relations]를 발표한다. 앨범 발표 직전에 리 헤이젤우드의 트리뷰트에 실렸던 커버곡인 [Easy and Me]를 비롯해 비지스(Bee Gees), 너바나(Nirvana), 닐 영(Neil Young), 벨벳 언더그라운드, 레너드 코헨 등, 쟁쟁한 아티스트들의 명곡들을 잔잔하면서도 색다르게 해석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니나 시몬(Nina Simone), 밥 딜런(Bob Dylan), 팀 버클리(Tim Buckley), 밴 모리슨(Van Morrison), 레너드 코헨(Leonard Cohen), 그리고 벨벳 언더그라운드(The Velvet Underground)와 닉 케이브(Nick Cave). 캐서린 윌리암스가 영향을 받았다고 언급한 아티스트들을 나열해보면 대략 이렇다. 특히 닉 케이브의 경우, 그의 곡 [Into My Arms]가 그녀의 결혼식에서 연주되기도 했다고 한다.
Over Fly Over
런던과 뉴캐슬을 오가며 녹음된 본 작 [Over Fly Over]는 2005년 5월 자신의 레이블에서 발매됐다. 작업할 당시 캐서린은 조니 미첼(Joni Mitchell)의 앨범 [Blue]와 밥 딜런의 [Blood On The Tracks]와 같은 걸작들에서 주로 영감을 얻었다고 밝히고 있다. 이전보다 약간은 어두워진 모습을 보이고 있는데 그래도 여전히 순수하고 팝적인 표현과 기교를 간직하고 있다. 대략 2년 반정도의 제작기간이 소요된 본 작을 작업하는 중간에 커버앨범 [Relations]를 발표했다고 하는데, 메이저인 워너와 결별했지만 빛나는 멜로디와 섬세한 어레인지는 여전하다.
앨범은 이전 그녀가 가진 이미지와는 무척 다른 방식으로 전개되는 [Three]로 시작된다. 담백한 포크팝튠 [Indifference #1]을 지나 4분의 3박자로 진행되는 [Breath], 2002년에 발매한 자신의 앨범제목의 후일담 인듯 보이는 [Old Low Light #2], 기괴하게 곡을 마무리 짓는 [Just Like A Birthday], 하몬드 올겐 소리가 잔잔하게 울리는 [Shop Window]등의 곡들이 초반부에 담겨 있다. 7인치 싱글로도 발매된 어두운 유머를 가진 [Beachy Head], 슬프고 잔잔하게 흘러가는 [Escaping], 이전 그녀의 모습을 그대로 담은 곡 [City Streets], 아름다운 현악기로 이루어진 연주곡 [Untilt The Dark], 그리고 단촐하지만 그녀만의 확실한 색깔을 지닌 [Baby Blues]와 [Full Colour]를 끝으로 앨범은 마무리 된다. 한국 발매 반에는 특별히 [Beachy Head]의 7인치 믹스와 싱글 비사이드곡 [People Ain't No Good]를 추가하고 있어 팬들의 주목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한가지 놀라운 사실은 이번 앨범의 매니저먼트가 크리에이션 매니저먼트(Creation Management)라고 되어있는 부분이었다. 혹시나 하면서 앨범의 Thanks to 란을 살펴보면 놀랍게도 전설의 인물 앨런 맥기(Alan McGee)의 이름 역시 찾을 수 있다. 내가 마지막으로 앨런 맥기에 대해 기억하고 있는 부분은 2000년대 초반, 결국 크리에이션을 매각해버리고-파는 기념으로 컴필레이션까지 발매했다-팝톤즈(Poptones)라는 다른 레이블을 설립한 것까지였다. 결국 그가 크리에이션이라는 이름을 다시 내걸고 활동하고 있다는 사실을 너무 늦게 알아버린 것이다.
그녀가 왜 메이저 유통망을 버리고 다시 자신의 레이블로 돌아 왔는지에 대해서는 자료가 충분하지 않다. 그리고 일부 곡들의 퍼블리싱은 워너로 표기되어있기도 하다. 대부분의 곡들은 이전에 꾸준히 해왔던 아름답고 부드러운 노래들 이지만 독특한 개성이 엿보이는 트랙들도 분명 있었다. 아마도 그런 부분에서 의견충돌이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드는데, 2006년 10월 말에 발표된 [Leave to Remain] 앨범도 곧 발매 예정에 있다고 한다. 과거의 유산을 이어받으면서도 현재의 음악을 충실히 해내는 여성 포크싱어의 본보기가 되는 모습을 캐서린 윌리암스의 이번 앨범에서 보여주고 있다. 2000년대 초반에 나왔던 그녀의 앨범을 참 좋아했는데 이렇게라도 뒤늦게 다른 앨범이 라이센스 되어 기쁘다.
세상에는 너무나 아름다운 음악들이 많다. 나는 그 중 하나가 캐서린 윌리암스의 노래들이라고 생각한다.
한상철(불싸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