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세기를 노래하는 비범한 천재 퓨처 소울 걸 '쟈넬 모네'의 컨셉 앨범
[The ArchAndroid : Suites II And III]
Chicago Tribune ★★★★★
AMG ★★★★
Entertainment Weekly ★★★★
Spin ★★★★
Pitchfork ★★★★
Paste Magazine ★★★★
그래미 베스트 어번 얼터너티브 퍼포먼스 부문에 노미네이트 된 데뷔 EP
[Metropolis: Suite I(The Chase)]를 잇는 SF 소울 대서사시 [The ArchAndroid]
아웃캐스트의 빅 보이(Big Boi)의 전폭적인 지지 속에 급부상하게 된 쟈넬 모네의 자유분방 하지만 한치의 틈조차 허용하지 않는 완벽한 앨범
장르의 경계를 허물은 펑크, 록, 힙합, 일렉트로닉 등의 다양한 요소를 갖추고 있는 기발한 사운드
빅 보이의 피쳐링으로 이루어진 첫 싱글‘Tightrope’ 스티비 원더의 [Music of My Mind]커버에 있는 거울 선글라스에 영향을 받았다는 상쾌한 업비트 튠 ‘Locked Inside’, 센티멘탈한 멜로디가 주는 감동 ‘Never Did I Stop Loving You’, 드럼 앤 베이스 비트에 작렬하는 기타가 마치 아웃캐스트의 명곡 ‘B.o.B’를 연상시키는 원자폭탄과 무하마드 알리의 주먹에 영감을 받아 만든 ‘Coldwar’, 프랜치 팝과 인도 음악을 혼합한 것 같은 원더랜드를 연상케 하는 가볍고 해맑은‘Wandaland’, 재즈싱어를 압도하는 관록과 음영을 담아내는 8분대의 대곡 ‘Babopbyeya’ 외 총 18곡 수록
비범한 천재 퓨처 소울 걸
자넬 모네(Janelle Monáe)의
2010년도 한해 가장 주목받는 걸작 SF 소울 대서사시.
[The ArchAndroid]
Janelle Monáe Robinson
1985년 캔사스 시티에서 태어난 자넬 모네 로빈슨(Janelle Monáe Robinson)은 뉴욕으로 건너가 아메리칸 뮤지컬/드라마틱 아카데미(American Musical and Dramatic Academy)에서 무대 예술을 공부한다. 원래는 브로드웨이에서 꿈을 펼치는게 그녀의 목표였지만 생각을 바꾸고 그 동안 사랑해왔던 음악에 전념하기로 결정한다. 애틀란타로 거주지를 옮기면서 뜻이 맞는 아티스트들인 네이트 "로켓" 원더(Nate "Rocket" Wonder), 그리고 척 라이트닝(Chuck Lightning)과 함께 원더랜드 아츠 소사이어티(Wondaland Arts Society)라는 크루를 결성하면서 서서히 기반을 다진다. 그리고 2003년 가을에 자신의 마이너 데뷔작 [The Audition]을 완성하는데, 앨범은 [Party Girls]와 [Cindi] 같은 모타운 걸 그룹 풍의 곡들, 혹은 인디아 아리(India Arie)를 연상시키는 큐트한 보컬의 어쿠스틱 소울 트랙들로 채워져 있었다.
아웃캐스트(Outkast)의 빅 보이(Big Boi)를 만나 직접적으로 서포트를 받게 되면서 그녀의 음악인생이 급물살을 탄다. 빅 보이의 컴필레이션 [Got Purp? Vol. 2]에 이전 앨범에 수록된 두 곡을 삽입하고, 아웃캐스트의 [Idlewild]의 몇몇 곡에도 참여하게 된다.
아웃캐스트의 보증문서 아래에 2007년 무렵 메이저 첫번째 EP [Metropolis]를 자신의 사이트에서 MP3로 공개한다. 원래는 4부작으로 구성될 컨셉트 앨범이었는데 [Metropolis: Suite I (The Chase)]를 정식으로 발표한 이후 이후 P. 디디(P. Diddy)로 잘알려진 션 콤즈(Sean Combs)의 힙합명가 배드 보이(Bad Boy)와 계약하면서 프로젝트는 더욱 구체화된다. 사실 배드 보이와 그녀의 음악색깔은 좀 매치가 안되는데, P. 디디는 자넬 모네와의 계약에 대해 자신의 커리어에 있어서도 특히 중요하다고 언급하기도 했단다.
[Hey, Ya!]의 비트를 연상시키는 훵키한 [Violet Stars Happy Hunting!], 찰리 채플린(Charlie Chaplin)의 클래식 넘버를 커버한 [Smile], 그리고 흥미로운 뮤직비디오가 공개되며 화제를 모은 [Many Moons]는 [The Audition]에 수록됐던 [The Case]를 다시금 손본 곡이기도 했다. 이후 배드 보이에서 [Metropolis: The Chase Suite (Special Edition)]을 재발매하면서 평단의 적극적인 호응을 얻게되고, 싱글 [Many Moons]를 통해 그래미(Grammy) 시상식의 베스트 어번 얼터너티브 퍼포먼스 부문에 이름을 올리기도 한다. 이 무렵 의외로 인디록 밴드 오브 몬트리얼(Of Montreal)의 오프닝을 서기도 했으며, 2009년도에는 노 다웃(No Doubt)과 투어를 함께 다녔고, 무엇보다 많은 공통점을 엿볼 수 있는 에리카 바두(Erykah Badu)의 [Out My Mind, Just in Time] 투어에도 함께했다. 루츠(The Roots)의 공연에 게스트로 출연해 루츠의 반주에 맞춰 자신의 [Sincerely, Jane]을 부르기도 했으며, 애틀란타의 재즈 밴드 자스펙츠(Jaspects)의 대부분의 앨범에 피쳐링 했는데, 이런 경력들은 그녀에게 정통 흑인음악, 그리고 재즈의 자양분을 마련해줬다.
GAP의 크리스마스 CF에 출연했고, 그녀가 참여했던 코카콜라의 올스타 프로젝트 오픈 해피니스(Open Happiness)의 광고는 아메리칸 아이돌 2009년도 시즌 파이널에 공개되기도 했다. 아웃캐스트의 두 남정네, 그리고 P. 디디, 무엇보다도 또 다른 괴짜 SF 천재 프린스(Prince)까지 사로잡으면서 21세기 흑인음악 씬을 견인할 대어급 신인으로 지목됐다. 독특한 구성으로 가득찬 최첨단의 사운드는 민감한 음악팬들의 주목을 끌기에도 충분했다.
The ArchAndroid
본 작에 대해서는 2009년 11월의 인터뷰에서 언급됐고, 이미 타이틀에서 눈치챌 수 있겠지만 이전에 발매된 EP의 속편 격으로 총 4부작 중 2부와 3부에 해당하는 내용물을 담고 있다. 미국에서는 5월 18일에 발매됐으며 빌보드 앨범차트 17위로 첫 등장했다. 데뷔부터 무진장 야심차다.
이전에 발매된 [Suites I]의 제목의 경우 프리츠 랑(Fritz Lang)의 1927년도 걸작 [메트로폴리스]에서 그대로 따온 것인지는 모르겠는데, 디스토피아적 스토리는 프리츠 랑의 그것과 유사하다. 이번 앨범의 스토리를 즐기기 위해서는 전작에 대한 이해가 적당히 필요하며, 후에는 이 '컨셉 앨범'의 스토리를 바탕으로 영화, 그리고 그래픽 노벨 또한 제작될 예정이라고 한다. 아무튼 전작의 스토리는 대략 이렇다.
서기 2719년의 미래, 제 5차 세계대전으로 인해 지구상 마지막 남은 도시 메트로폴리스에 사람들이 몰리게 되지만, 사악한 울프마스터즈(Wolfmasters)라 불리는 지배층의 압력에 의해 통제되는 이 도시 역시 계급, 인종, 민족간의 투쟁이나 대량 학살이라는 문제를 떠안고 있었다. 어쩔 수 없이 사람들이 생존해가는 구역으로 수많은 사이보그들도 존재했는데 알파 플래티넘 9000라인의 프로토타입 모델인 주인공 신디 메이웨더(Cindi Mayweather)의 경우 락스타의 재능과 인간의 마음이 프로그래밍 되어 있는 사이보그였다. 안드로이드는 서로가 사랑하는 것이 금지되어 있었고 특히 인간을 사랑하는 것은 범죄로 분류되기도 했다. 하지만 인간의 심장을 가진 신디는 앤터니 그린다운(Anthony Greendown)이라는 인간을 사랑하게 되며, 이 사실은 안드로이드 관리조직에 알려지고 그녀는 유죄판결을 받는다. 결국 신디는 폐기처분 될 위기에 놓이고, 파괴를 명령 받은 추적자들로부터 원더그라운드(Wonderground)로 도망치는 신세가 되는데...
이 전작 EP의 스토리에 좀 더 보충되는 부분들이 있다. 메트로폴리스에서 거주하는 자넬 모네는 누군가에게 유괴되고 유전자 정보를 도둑맞은 채 강제로 우리가 살고있는 현재시대로 보내졌다. 그녀의 유전자를 토대로 만들어진 안드로이드가 바로 ‘신디 메이웨더’(제조번호 57821)였던 것이다. 전작에 이어 계속 쫓기는 신세인 신디는 사람들을 억압하는 그레이트 디바이드(The Great Divide)라는 조직과 정면대결 하기로 한다.
반은 엘프, 반은 인간인 조만 이그나티우스(Zoman Ignatius)에 의해 디자인된 아치앤드로이드(ArchAndroid) 왕관은 500년 전에 만들어졌다. 이것은 앨범 커버에 자넬 모네가 쓰고 있는 것으로 전설에 의하면 이 왕관은 혁신적인 기술과 마법의 능력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 조만은 유능한 발명가이자 테슬라와 다빈치를 가로지르는 예술가 겸 조각가이기도 했는데, 그는 아름다운 메트로폴리스의 정신을 구현하기 위해 이 왕관을 설계했다고 밝혔다. 진정한 아치앤드로이드가 왕관을 썼을 때 메트로폴리스의 빌딩들과 탑들이 비로소 점등된다. 데일리 호로스(Dailt Horos)의 보도에 따르면 이 값진 왕관은 블랙하우스의 지하에서 2715년 10월 무렵, ‘1954’라는 단체에 의해 도난 당했다. 1954의 몇몇 멤버들은 이 사건으로 인해 처형당했지만 왕관을 찾을 수는 없었고 수많은 주장들이 원더그라운드로 퍼져나갔다. 1954의 조직원들은 이 역사적인 왕관의 복제품을 만들었고 이는 2010년도의 자넬 모네의 앨범을 위해 씌어졌다. 이 마법과도 같은 소유물은 2719년도에 제작된 리빙 싸익셔너리(The Living Cyktionary)의 아홉번째 에디션이다.
무슨 얘기인지 감이 안 잡히는 분들이 있을지도 모르겠는데, 아무튼 여정은 계속된다. 각 곡의 영감을 줬던 것들에 대한 코멘트 또한 존재하며 이것을 찬찬히 읽어보면 앨범을 제대로 감상하는 데에 참조가 될 것 같다. 이것은 대책 없이 흥미로운 리스트를 담고 있기 때문이다. 어디선가 스티비 원더(Stevie Wonder)와 옥타비아 버틀러(Octavia Butler)의 영향을 받았다고도 했는데, 실제로 그녀의 몇몇 스테이지 매너는 ‘리틀’ 스티비 원더 시절의 그를 연상시키기도 하며, 그녀의 앨범이 가진 '컨셉' 또한 아프로퓨처리즘을 대표하는 흑인 여류작가 옥타비아 버틀러의 책들이 가진 세계관과 일맥상통하는 부분들이 많다.
Suites II
일단은 첫번째 싱글 커트된 빅 보이의 피쳐링으로 이루어진 [Tightrope]가 사람들의 시선을 끌었다. 뮤직비디오는 팰리스 오브 더 독스(The Palace of the Dogs)라는 수용소에서 춤추는 것이 법으로 금지되어 있는 시대에 체제를 전복시킬만한 저항의 댄스 'Tightrope'를 몰래 추는 내용을 담고있다. 여러 공중파에서 나왔던 라이브 또한 화제를 모았는데, 제임스 브라운의 쇼에서 행해지는, 그러니까 절정 무렵 백스테이지에서 나온 사람이 망토를 달아주고 퇴장하는 부분 같은걸 재연해내기도 했다. 아니나 다를까 제임스 브라운(James Brown)의 망토에서도 영향을 받았다고 적어놓았으며, 국내에도 개봉했던 영화 [맨 온 와이어(Man on Wire)]의 실제 주인공으로 월드 트레이드 센터에서 외줄을 타고 횡단에 성공한 필립 퍼티(philippe petit)의 이름 또한 언급되어 있다. 록큰롤의 상징인 리젠트 헤어와 마치 또 다른 SF 컬트 클래식인 록키 호러 픽쳐쇼(Rocky Horror Picture Show)의 등장인물과도 같은 타이트한 턱시도를 갖추면서 이색적인 모습을 연출하고 있다. 데이빗 레터맨(David Letterman) 쇼에 등장한 것을 처음 봤을 때 나는 완전히 맛이 갔었는데, 제임스 브라운+미니 리퍼톤(Minnie Riperton)의 이미지처럼 다가왔던 이 아가씨의 공연은 근 얼마동안 봐왔던 퍼포먼스 중 단연 최고였다.
뮤지엄 오브 모던 아츠(The Museum of Modern Art)에서 전시됐던 팀 버튼(Tim Burton)의 회화전 [Blue Girl with Wine], [스타워즈(Star Wars)]의 레아 공주의 머리모양, 그리고 라흐마니노프(Sergei Rachmaninov)의 [피아노 협주곡 제2번]에 영향을 받았다는 [Suite II Overture]로 앨범의 장중한 서막을 알린다. 라흐마니노프의 곡 경우 일전에 그녀가 커버하기도 했던 데이빗 보위(David Bowie) 또한 자신의 곡 [Life on Mars?]에서 기본축으로 구성해놓은 바 있었다. 영화 [시티 오브 갓(City of God)]의 마약딜러 릴 제(Li'l Zé)와 펠라 쿠티(Fela Kuti)의 담배, 그리고 밥 말리(Bob Marley)의 미소에서 영감을 얻은 스피디한 힙합트랙 [Dance or Die]에서 자넬 모네는 마치 바하마디아(Bahamadia)처럼 저음의 랩핑마저 선보이기도 한다. 영화 [슬램(Slam)]을 통해 우리에게도 잘 알려진 시인이자 MC인 사울 윌리암스(Saul Williams)가 피쳐링한 양질의 힙합튠이다.
개러지/펑크의 BPM과 재즈기타, 그리고 스크래치가 무차별 블렌딩 되어있는 [Faster] 또한 훌륭한 퀄리티를 자랑하며, 스티비 원더(Stevie Wonder)의 [Music of My Mind]의 커버에 있는 거울 선그라스에 영향을 받았다는 상쾌한 업비트 튠 [Locked Inside]의 인트로 드럼 브레익은 마이클 잭슨(Michael Jackson)의 [Rock with You]에서 훔쳐오기도 했다. 월트 디즈니(Walt Disney)와 살바도르 달리(Salvador Dali)의 이름이 언급되어 있는 빈티지한 올겐이 가진 질감이 인상적인 슬로템포 넘버 [Sir Greendown] 또한 이국적인 아름다움을 선사한다.
원자폭탄과 무하마드 알리(Muhammad Ali)의 주먹을 바탕으로 만들었다는 [Cold War]는 전작의 [Many Moons]를 연상시키는 트랙이다. 드럼 앤 베이스 비트에 작렬하는 기타가 마치 아웃캐스트의 명곡 [B.O.B] 같기도 하다.
인터루드 성격의 짧은 곡으로 프린스의 [Purple Rain]의 한 씬으로부터 차용했다는 [Neon Gumbo] 또한 눈에 띈다. 다양한 자양분을 가진 흑인이 만들어낸 시네마틱한 구성의 음반이라는 점은 본 작과 [Purple Rain]의 공통된 뼈대이기도 하다. 직접 부클릿에 언급하기도 했지만 이것 역시 자신의 기존 곡을 거꾸로 재생(=백워드)한 것인데 일전에 언급했던 [Many Moons]를 역 재생한 곡이다. 통째로 거꾸로 돌린걸 그냥 집어 넣었는데 미친거 같다.
한숨을 돌리게 만들어 주는 포크/발라드 넘버 [Oh, Maker]는 프랑켄슈타인 박사가 만든 괴물, 유대인들의 전설에도 나오는 괴물 골렘의 영화에서 영향 받았다는데, 이것은 피조물이 자신들의 창조자에게 보답받지 못하는 사랑에 대한 내용을 담고 있다. 누군가는 앨리스 클락(Alice Clark)의 또 다른 소울 발라드 [Never Did I Stop Loving You]가 연상된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앨범에서 가장 솔직한 소울 넘버로 센티멘탈한 멜로디가 감동을 준다.
록큰롤 정신으로 무장한 스윙감 넘치는 네오 로커빌리 트랙 [Come Alive (The War of The Roses)]가 전개된다. [Tightrope]의 뮤직비디오의 배경이기도 한 팰리스 오브 더 독스의 'Primal Scream Therapy'에서 영향을 받았다는데, 이는 유아기의 억압을 해방하는데 이용되는 정신요법이라고 한다. 그녀의 '원초적 비명'을 감상할 수 있는데, 저돌적인 질주감이 이색적이다.
환각적인 보컬 이펙팅과 스트링의 조화가 마치 싸이키델릭한 데이빗 보위의 곡과도 같은 느낌을 주는 [Mushrooms & Roses]는 보나루(Bonnaroo) 페스티발에서의 스테이지 다이브와 화이트 스트라입스(The White Stripes), 그리고 데드 웨더(The Dead Weather)의 기타 히어로 잭 화이트(Jack White)의 콧수염에서 영감을 얻었다고 한다.
Suites III
[Suite III Overture]가 세 번째 장의 서막을 알린다. 오케스트라의 장엄한 연주는 확실히 이런 큰 SF에 어울리긴 하는데, 어쩐지 앞에 언급된 디즈니 표 만화를 연상케 한다 했더니 [판타지아(Fantasia)], [메리 포핀스(Mary Poppins)], 그리고 [피터 팬(Peter Pan)]을 트랙 제목 옆에 적어놓았다. 성숙한 마음을 갖게 된 신디 메이웨더를 형상화한 곡이라고도 한다. 미래시대의 소울 넘버 [Neon Valley Street] 또한 이전 챕터 보다는 밝은 분위기를 조성해준다.
일전에 투어를 함께 다니기도 했던 오브 몬트리얼의 케빈 번즈(Kevin Barnes)가 곡을 제공한 [Make The Bus]를 통해 앨범은 비로소 폭넓은 사운드스케이프를 장착했다. 그녀는 투어에서 오브 몬트리얼의 [For Our Elegant Caste]와 데이빗 보위의 [Moonage Daydream]을 듀엣으로 부르기도 한바 있었다. 모 사실 이런 이유에서 인디록 팬들에게도 그녀의 앨범이 환영 받을 것이라는 가설이 확실해진다. 프렌치 팝과 인도 음악을 혼합한 것 같은 '이상한 나라'를 연상케 하는 가볍고 해맑은 [Wondaland]가 '할렐루야'를 외치며 마무리 된다.
성스러운 포크넘버 [57821]에 피쳐링한 딥 코튼(Deep Cotton)의 경우 앨범 부클릿의 라이너 노트를 보면 56년 전인 1954년에 이미 죽은 인물이며 이런 미스테리한 요소들이 앨범에 가득하다고 적혀있기도 하다. '57821'은 자넬 모네의 팰리스 오브 더 독스 환자 번호이기도 하다. 팰리스 오브 더 독스의 부총장이라는 막스 스텔링즈(Max Stellings)라는 사람의 라이너 노트가 부클릿에 포함되어 있는데, 이는 마치 찰스 밍거스(Charles Mingus)의 [The Black Saint and the Sinner Lady] 앨범의 라이너 노트를 그의 정신과 의사가 써준 것을 연상시키는 대목이기도 하다. 러브(Love)의 아서 리(Arthur Lee), 조셉 캠벨(Joseph Campbell)의 소설 [천의 얼굴을 가진 영웅(The Hero With a Thousand Faces)], 그리고 [스타워즈]의 주인공 루크 스카이워커(Luke Skywalker)의 광선검에서 나오는 푸른 빛에 영향 받았단다.
스티비 원더의 [Girl Blue]의 혁신적인 드럼을 훔쳐왔다는 약간은 재지한 무드를 가진 [Say You'll Go], 그리고 무려 8분대에 달하는 [BabopbyeYa]에서 비로소 재즈싱어를 압도하는 관록과 음영을 담아내면서 정말 이 소녀가 무섭다는 사실을 최종적으로 일깨워 준다. 이후에 이어질 네 번째 챕터에 대한 일말의 기대감을 심어주면서 대단원의 막이 내려진다.
Space-Soul Opera
불가사의한 본 작은 통일감을 가진 앨범은 확실히 아니지만 브로드웨이 여배우 지망생이었던 자신의 특기를 살려낸 연극적인 발성과 개성이 인상에 남는다. 뮤지컬 교육을 통한 호쾌한 퍼포먼스와 펑크, 록, 힙합, 그리고 일렉트로닉 등의 다양한 요소들을 수반하고 있는 기발한 사운드는 기본적으로 R&B의 흐름을 가지고는 있지만 뭔가 차별화된 독특한 분위기를 유지하고 있다. 여성 재즈 보컬리스트들의 전통 또한 계승하면서 완전히 새로운 최첨단의 비트와 사운드까지 끌어안으려 하고있다. 네오 소울풍의 넘버들로 가득한데, 락과 펑크에 영향받은 스트레이트한 전개와 재즈 풍의 무드가 한데 어우러지는 자넬 모네의 성숙한 가창력 또한 일품이다. 맑은 미성으로 꽉 채워져 있는 뮤지컬 스타의 라이브 레코딩을 듣는 듯 하다.
현재 유행하고 있는 일렉트로, 혹은 레트로 사운드와는 완전히 다른 믹스감을 가지고 있다. 전자음을 축으로 하면서 클래식, 록, 소울/훵크, 재즈 등을 비롯한 다양한 장르를 왕래하는 농밀한 레코드가 하나 완성됐다. 거의 모든 팝의 장르를 한번씩은 다 건드리면서 결국에는 어느 장르에도 속하지 않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작금의 시대에 이런 블럭버스터급 안드로메다행 앨범이 메이저에서 나올 수 있는 것이 드문 경우인 듯싶은데, 물론 그녀의 의견에 동의한 P. 디디에게도 격려를 해야하지 않을까 싶다.
종횡무진하는 자넬 모네의 '소울'이 다각도로 전개되고 있다. 자넬 모네는 기본적으로 고음역대를 가진 가수이지만, 요염한 목소리부터 저음의 랩핑, 리듬에 적극적으로 반응하는 하이텐션의 추임새, 쿨하고 침착한 톤 등의 다양한 발성법을 자유자재로 구사하면서 도저히 동일인물의 노래라고는 생각되지 않는 기교를 보여준다. 여성스러운 디바들로 편중된 R&B 씬에 그녀의 중성적인 스타일은 참신하게 사람들을 주목시키고 있다. 몇몇 이들은 그녀를 두고 레이디 가가(Lady Gaga)의 소울 버전이라 칭하기도 했다. 또한 아웃캐스트의 여자버전 같기도 하다. 올해 가장 충실한 한 해를 보내고 있지 않은가 싶다.
다양하고 독특한 배경을 차치하더라도 무척 뛰어나고 흥미로운 작품임에 틀림이 없다. 독자적인 세계관을 장착한 놀라운 재능은, 게다가 배드 보이/애틀란틱(Atlantic)이라는 자본의 원조를 바탕으로 한 이 초대형 에픽은 우리에게 황홀한 즐길꺼리, 그 이상을 안겨주고 있다. 이후의 전개 또한 기대되지 않을 수 없다.
확실히 즐거운 앨범이다. 장르의 경계를 허물었다는 진부한 표현이 본 작의 흥미를 더해줄 거라 생각하지는 않은데, 그 이상의 의미를 포괄하고 있는 올해를 대표하는 레코드 임에는 틀림이 없다. 거의 매 분단위로 음악적 색깔이 바뀐다. 무심코 몸을 움직이는 자신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충분히 자유분방하지만 한치의 틈조차 존재하지 않는 완벽한 한 장이다. 우주적인 컨셉을 가져온 흑인들의 앨범은 간간히 보아왔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이렇게 4부작씩이나 되는 스토리를 가진 '에픽'을 완결해가는 경우는 전무하지 않았나 싶다. 그러니까 지금 우리는 정말 갚진 것을 목격하고 있는 것에 다름 아니다. 영혼(=소울)과 테크놀로지가 결합한 아프로퓨처리즘은 이렇게 다시 한번 씬의 수면 위로 급부상하고 있다. 과연 역사상 어느 아티스트가 28세기를 노래했었는가?
한상철 (불싸조 http://myspace.com/bulssaz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