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드코어 성향의 힙합 크루 바이탈리티(Vitality)의 멤버로 잘 알려진 랩퍼 일탈(illtal)이, 자신의 랩네임만큼이나 독특한 타이틀을 지닌 데뷔작 [Naked](네이키드)를 발표한다. 현재 미국에서 반도체 연구로 박사과정을 밟고 있는 독특한 이력의 소유자인 그는, 이미 여러 피쳐링 작업과 바이탈리티의 앨범 [V]를 통해 강렬한 랩핑, 수준 높은 가사를 선보이며 힙합씬의 손꼽히는 기대주로 관심을 모아왔다.
본 앨범의 제목인 Naked란 단어는 얼핏 자극적이면서도 생태주의적인 느낌마저 주지만, 앨범의 색채는 오히려 미래적이며 기계적이다. 케슬로(Keslo)와 플래시백(Flashback) 단 두 명의 프로듀서가 완성한 전곡의 비트들은 트렌드와 거리가 먼 하드코어힙합의 기본 리듬에 충실하다. 그러나 그 위에 전자음 소스들이 얹어지면서 실험적인 사운드가 창조되었다.
앨범의 제목이 왜 Naked인가에 대한 답은 일탈의 가사에서 찾을 수 있다. 허울을 벗겨낸 날 것 그대로의 모습들에 대한 이야기가 이 앨범의 중심 주제이기 때문이다. 그것이 자신의 내면을 벗길 때에는 스스로를 향한 자기고백으로(‘위로’, ‘Cafe-H', ’Randez-vous'), 바깥을 벗길 때에는 세상을 향한 고발로서 나타난다('상아탑’, ‘농업혁명’, ‘소꿉장난’). 그리고 이 두 가지가 만나는 지점에서 일탈은 조소로서 관조하며 함께 자조한다.(‘21C 출근길’, ‘청춘 2010’). 그러나 단지 비판적 드러내기에 멈추지 않고 드러내기를 향한 탐구와 열정에 대한 찬미가 자리하고 있기에 바로 본 앨범의 주제가 가치를 지니고 있다.(‘Experimentalism', 'Addiction', 'Music and Me')
앨범에는 이그니토(Ignito)와 제리케이(Jerry.K), 여포(Yeopo), 여성 보컬리스트 YR가 참여하여 각 곡을 빛내주었으며 Salon의 JA가 엔지니어링을 맡아 사운드의 완성에 힘을 보탰다. 또한 딥플로우(Deepflow)는 커버이미지 작업을 통해 본 앨범의 음악과 가사를 시각적으로 밀도 있게 응축시켜냈다.
항상 하드코어힙합 안에서 새로운 가치를 추구해온 Vitality가 선보이는 일탈의 [Naked]를 통해, 그들이 보다 음악적으로 확장된 영역을 이룩하고 있음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