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마저 의미심장한 이 앨범은 98년 전세계적으로 100만장이 넘게 팔린 메가 히트 앨범 WITHOUT YOU I'M NOTHING 이후 만 3년만의 신작. 하긴 요새 같은 세상에 앨범이 발매되기도 전에 인터넷에서 이미 신작들을 다운 받아볼 수 있는 마당에 이 음반마저 많은 사람들이 이미 들어보았을지도 모른다는 불안한 생각이 든다. 그런 것을 미리 염두에 두고 만든 앨범제목이 아닐지 싶다.
첫 싱글 커트 된 Taste in Men은 제목에서부터 이들이 1집 NANCY BOY에서 이어온 성적 경향과 통한다. 이는 이번 앨범 전체의 경향으로 음악적 성향은 2집을, 가사는 1집의 내면적 성향으로 회귀하였다. 브라이언 특유의 저음과 비음이 섞여 플라시보 식의 세련된 감성을 제공하는 곡으로 영국차트 20위안에 들면서 3집에 대한 분위기 조성에 성공하였다.
2집의 You don't care about us의 느낌이 들어있는 Day before you came과 나란히 이어지는 Special K. 이 곡에 이르면 이번 앨범이 전작보다는 훨씬 더 대중적이고 팝 적인 성향이 강하다는 것을 확신할 수 있다. 그것은 달라진 기타 톤에서 가장 확연히 느껴지는데 그 특유의 긁어대는 톤이 사라진 대신 좀더 담백해진 사운드와 전혀 의의의 시도(RAP과의 접목)가 새롭다. 그리고 플라시보의 음악의 기본이 PUNK ROCK + 서정성이라는 것을 감안하면 그 기본에 충실한 곡들로 채워져 있다.
강한 얼터너티브 펑크 성향의 1집과 다양한 감성이 존재했던 2집에 비해 이번 3집은 좀더 절제적이다. Black Eyed나 Special K.같은 곡이 전형적인 펑크성향이 짙은 넘버이긴 하지만 앨범을 통해 플라시보는 이제 ‘아름다움’과 ‘외설'사이에 존재하는 달콤한 접점을 찾은 듯 보인다. 담백한 사운드에 얹혀진 보컬의 자조적이고 나르시시즘 적인 목소리가 여전히 매력적인데 우리나라에서 큰 히트를 기록했던 2집의 사운드에 익숙했던 팬들은 여전히 만족할 만하다.
의외의 4번 트랙 Spite & Malice. 래퍼 JUSTIN WARFIELD가 참여하여 그들로서는 최초로 랩을 선보이고 있는 곡으로 그루브 감이 가미되어 색다른 맛이 느껴진다. 새로운 흐름에 부응하려는 시도라기보다는 무언가 보너스 트랙 같은 느낌이 든다.
가장 대중적인 트랙이라면 3번 Special K와 두 번째 싱글 커트된 Slave to the wage. 특히 Slave to the wage는 2집의 Every You Every Me를 연상시키는 흥겨운 곡.
앨범 전체를 관통하는 플라시보만의 독특한 향기. 그것은 바로 끈끈한 목소리에 섞인 퇴폐적 나르시시즘이다. 보컬 브라이언 몰코, 그가 지녀왔던 양성애적 서글픔이 코맹맹이 목소리에 섞여 그들 특유의 징징대는 기타 사운드에 얹어지면 팬들은 그들만의 독특한 마약과 같은 세계로 빠져든다.
2집에서의 ‘THE CRAWL“같은 바닥을 기는 처절함은 없다. 그래서 이번 앨범이 좀더 절제된 듯한 느낌이 드는 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나이가 들어가면서 좀더 성숙해진 내면을 드러낸 3집은 조금 더 플라시보에 대한 믿음을 생기게 하는 기분 좋은 선물이다. 단, 조용하고 조신하거나 , 혹은 과격하고 활달한 록 팬들에게는 권하고 싶지 않다. 플라시보. 그들 노래 속에 존재하는 LUST(욕망)와 LOVE(사랑)가 공존하는 느낌을 이해하는 모든 이들의 CD PLAYER에서 돌아가길 바랄 뿐이다..
1. Taste in men
2. Days before you came
3. Special K
4. Spite & malice
5. Passive aggessive
6. Black-eyed
7. Blue american
8. Slave to the wage
9. Commercial for Levi
10. Haemoglobin
11. Narcoleptic
12. Peeping T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