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여군데 이상의 잔기스가 있음.
‘자화상’의 데뷔 앨범을 접하면 우선 앨범 재킷 디자인과 그 속에 담긴 사진에서부터 아련한 추억과 그 속에서 우리의 자화상을 보는 듯한 느낌을 강렬하게 받게 된다. 이는 노래마다에 한 폭의 사진과 가사를 함께 게재하고 있는데, 특히 사진 밑에 그 설명을 달아 놓은 것이 독특하다. 사진들 가운데에는 ’70년대 어린이들의 영양간식(?)이던 ‘라면땅’이라든가 ‘운동화’, ‘아톰’, ‘공책’, ‘종이 실로폰’, ‘국민교육헌장’ 등이 우리의 시선을 붙잡아 놓는다.
이런 패키지는 곧바로 음악의 분위기와도 연관이 된다. 전체적으로 듣기 편하고 따라부르기 쉬운 ‘발라드’ 음악들이 주를 이루고 있으며 젊은이들의 정서를 매우 차분하게 반영하고 있다. 얼핏 들으면 전람회와 비슷하다는 느낌도 받는다. 리드보컬인 나원주의 목소리가 김동률과 매우 흡사하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전람회의 모방밴드라고 몰아부칠 수는 없는 일이다. 그만큼 수준있는 음악성을 발휘하고 있다는 것이며 나름대로의 개성도 충분히 드러나고 있다. 첫 번째로 홍보하는 곡은 ‘나의 고백’이라는 세 번째 트랙. 제목에서부터 자화상의 이미지를 완벽히 대변해 주는 곡으로 잔잔한 피아노 연주 위에 감성적이며 애절하게 부르는 나원주의 목소리가 이 겨울 음악으로 아주 잘 어울린다. 첫 트랙에 실린 ‘별이 되어 내리는 비’를 들으면 흡사 전람회를 듣는 듯한 착각을 일으킬 정도. 그러나 적절한 스트링과 기타 소리 등을 조합한 가운데, 강약 조절이 매우 자연스런 보컬과 아름다운 오케스트레이션 연주 등... 아마도 이번 음반에서 최고의 수작으로 꼽을 수 있는 곡이라 할 수 있다. 이 외에도 강력한 타이틀곡 후보였다는 ‘아버지’를 비롯, ‘재회’등 대부분이 애잔한 발라드 음악들로 가득 차 있다. 노변청음(爐邊廳音)이라고나 할까. 하얀 눈을 바라보며 들어볼 ‘좋은 음악’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