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인건 - Inflection Poi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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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티스트 임인건
발매일 2011.04.19
제작사 Kang&Music
레이블 Kang&Music
미디어구분 1CD
Cat.No 8804795015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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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 상품금액 12,400
  
음반정보 트랙정보 상품후기

- 은둔의 시간을 털고 일어나 다시 출발점에 선 피아니스트, 임인건의 재즈 모놀로그
‘Inflection Point(변곡점)’

- 임인건 음악의 힘은 바로 우리 모두가 경험했을 법한 그 공통의 체험, 그곳에 대한 응시에 있다. 별거 아닌, 그저 그런 세상에 대한 솔직한 고백. 임인건의 힘은 그 솔직함에 있다 - 황덕호(재즈 평론가)

- 기계와 미디(MIDI) 프로그램이 생산하는 따듯하고 인간적인 이 느낌은, 마치 긴 터널의 시간을 빠져나와 맞딱드린 태양처럼 눈을 애린다. 남무성(재즈 평론가)

- “혼돈과 고통 속에 빠졌을 때 내겐 어떤 기이한 느낌이 찾아온다. 뭐라고 할까.......그러한 고통, 혼돈, 괴로움에서 슬쩍 빠져나와 내가 마치 영화를 보듯이 그 상황을 객관적으로 보게 되는 경험이다 ...(중략)... 나는 재즈의 봇짐을 멘 히치하이커라고(웃음). 재즈라는 봇짐을 메긴 했지만 난 어디든 여행하고 싶다” - 임인건(라이너노트 인터뷰 중에서)


임인건, 비로소 그가 보이다.

임인건이 새로운 음반 작업을 거의 마치고 내게 음원을 들려준 뒤 신사동 가로수 길에서 나를 만나 이야기를 나눴던 것은 2010년 늦가을 혹은 초겨울이었을 것이다. 그리고 얼마 후 새로운 음반의 제작/ 배급사를 결정한 후 라이너 노트를 위해 그와 다시 만났을 때는 해가 바뀐 2월이었다. 새 음반의 전곡을 내게 전해 주었을 때 나는 늘 조용히 말하는, 내성적인 그가 한편으로 참 부지런하고 에너지가 넘치는 사람이라고 느꼈다(비교하는 것 자체가 우습지만, 그가 이렇게 음반 하나하나를 발표하고 있는 동안 나는 무엇을 하고 있었을까).
그런데 집에 돌아와 그의 전작(前作)인 [소혹성 B-612]를 꺼내 들었을 때 나는 다소 놀랄 수밖에 없었다. 2007년 발매. 그러니까 [소혹성]을 발표한 지 벌써 4년의 세월을 보내고서야 그는 비로소 또 한 장의 음반을 낸 것이다. 어느덧 흘러버린 짧지 않은 그 시간. 하지만 그 긴 시간이 그의 창작 작업을 그저 완만하게 하는데 쓰인 것이 아니라는 사실은 내게 금세 전달되었다.
진짜 놀라움은 음악을 들으면서 부터였다. 아마도 당혹스러웠다고 하는 것이 보다 솔직한 표현일 것이다. 물론, 이 음반을 통해 임인건을 처음 만나는 감상자들 가운데는 스무드 재즈 혹은 라운지 음악 같은 이 음반의 사운드에서 편안함과 친밀함을 느낄지도 모른다. 하지만 오래 전부터 그를 좋아하던 사람들은 틀림없이 고개를 갸웃 거릴 것이 분명하다. 우리가 좋아하는 임인건은 재즈 피아니스트였다. 어쿠스틱 피아노 속으로 몸을 던지며 밴드 안에서 다른 멤버들과 찰나의 교감을 놓치지 않는 그를 우리는 좋아했다. 그런데 첫 곡 <내민 손>이 시작되자 컴퓨터로 찍어 반복적으로 울리는 리듬섹션의 건조함은 내가 품고 있던 임인건의 모습을 냉혹하리만치 깨끗이 지워놓고 있었다.
하지만 나는 그의 팬으로서(그리고 라이너 노트를 써야 한다는 의무감도 작용하여) 이 음반을 반복적으로 듣고 또 들었다. 그런 과정 속에서 내가 좋아하던 임인건의 모습이 규칙적인 기계음 뒤편에서 서서히 부각되어 올라왔다. 날렵한 피아노의 싱글라인, 과감한 즉흥연주 그리고 음악으로 마치 한 풍경을 눈앞에 펼쳐 보이는 것 같은 회화적인 필치. 하지만 왜 이러한 모습들은 전작들과는 달리 새로운 스타일 속에 숨겨 놓은 것일까. 하필이면 왜 미디(Midi)가 주도하는 사운드를 그는 생각한 것일까. 그는 어쿠스틱 재즈가 지겨워 진 것일까? 그는 빌 에번스 보다는 허비 행콕에 보다 가까운 사람이었을까? 나는, 우리는 그를 전혀 모르고 있던 것은 아닐까? 나는 라이너 노트를 위해 그를 한 번 더 만나야겠다고 느꼈다. 무엇보다도 그가 직접 말하는 이야기가 필요했다. 인터뷰 약속을 위해 전화를 걸자 그는 제주도 여행을 갔다 온 후, 그러니까 일주일 뒤가 좋겠다고 했다. 그가 제주도를 다녀온 다음 날, 3월 5일 토요일 밤 그를 만났다.


- 이번 음반에는 임인건 음악의 일관된 모습도 있지만 뜻밖의 곡들도 많아서 들으며 적지 않게 놀랐다. 언제부터 이런 음반을 계획했나?
임인건 (이하 임): 오래 되었다. 아마 [피아노가 된 나무](2004) 녹음 전부터 이런 생각을 했던 것 같다. 사실 “임인건이 저런 음악을 하는 사람이었어?”라는 소리를 듣고 싶었다.

- 임인건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재즈 피아니스트로서의 기대를 갖고 있을 텐데 그런 사람들에게 이 음반은 당혹감을 줄 것 같다.
임: 나는 피아노란 악기로 내 음악을 표현하고 또 여러 음악들 가운데 재즈를 가장 많이 듣고 또 그 스타일로 연주하려고 한다는 점에서 피아노와 재즈는 내게 가장 중요한 악기이자 음악인 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그것이 나의 전부는 아니다. 생각해 보면 나는 거의 모든 종류의 음악을 다 좋아하는 것 같다. 클래식은 물론이고 아이들의 동요도 좋아하고 때로는 트로트도 들으며 가슴이 뭉클해진다. 얼마 전에 지방에서 열리는 한 국악 축제에 참여했는데 성함도 알 수 없는 농민들이 부르는 지방 민요를 듣는데 다른 음악에서는 결코 느낄 수 없는, 내 근원적인 끈 같은 것을 잡는 느낌을 받았다. 그래서 열심히 공부한 뒤 저런 음악도 내 스타일대로 한 번 꼭 해야겠다고 마음먹었다. [은하수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라는 소설이 있지 않은가. 그 소설을 보면서 내 자신을 생각했다. 나는 재즈의 봇짐을 멘 히치하이커라고(웃음). 재즈라는 봇짐을 메긴 했지만 난 어디든 여행하고 싶다. 마찬가지다. 피아노를 가장 좋아하지만 그렇다고 피아노 소리만이 아름다운 것은 아니지 않은가. 모든 악기들은 다 제 각기 아름다운 소리를 갖고 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그 모든 악기를 다 쓸 수는 없다. 바흐가 오르간 곡을 쓴 것은 물론 교회 안에서 활동했기 때문이지만 그는 오르간의 특성을 살려 오케스트라의 소리를 구현하려고 했다. 오르간을 통해 현악기, 목관악기, 금관악기 모든 소리를 내려고 했다. 나도 마찬가지다. 현대 악기인 미디를 통해서라면 내가 원하는 다양한 소리를 찾을 수 있다고 생각했다.

- 그래서인지- 물론 모든 것을 임인건이 미디 건반으로 눌러서 음악을 만들긴 했지만 - 어떤 곡에서는 피아니스틱한 느낌을 완전히 배제한 곡도 있었다. 예를 들어 <왼쪽 호주머니>는 관현악을 지향한 것 같고 타이틀곡인 <또 하루>는 보컬리스트가 전면에 나선 곡이다.
임: 그렇다. 두 곡에서 내가 표현하고 싶었던 것은 피아노 보다는 다른 소리가 필요했다.

- 그럼에도 ‘왼쪽 호주머니’는 말로 표현 할 수 없는, 어린 시절의 기억 같은 것이 떠오른다. 왜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임: 그게 참 이상한 일이다. 나도 막연하게나마 그런 느낌으로 곡을 만들지만 차마 그것을 제목을 통해 완전히 드러내지는 않는데 사람들을 만나면 그 음악을 통해 나와 똑같은 기억, 영상을 떠올리는 사람들을 보게 된다. 그것이 음악의 알 수 없는 힘인 것 같다. 음악이 주는 공감이란 아마도 그런 것일 게다. 그리고 내가 음악을 함으로써 얻는 행복이기도 하고.........어떤 때는 음악을 들으며 어린 시절을 회상하는데, 눈을 감으면 어릴 때 놀던 동네 골목 축대에 끼어있던 파란 이끼가 그 색깔까지 선명히 떠오른다. 아주 사소한 기억이지만 음악이 그걸 일깨워 주는 것 같다........그리고 그건 근원적으로 슬픔과 맞닿아 있다.

- 반면에 ‘또 하루’는 너무 뜻밖이었다. 강렬한 라틴리듬에 보컬리스트가 등장하는데 맨 처음에는 해외 뮤지션을 출연시켰는가, 하는 느낌도 들었다.
임: 나로서는 전에는 해보지 않았던 실험을 해본 것인데 미디 작업을 했기 때문에 이런 음악을 시도할 수 있었다고 본다. 그러니까 미디로 기본적인 리듬패턴과 코드 진행을 만들어 놓은 것이다. 그리고 그 위에 보컬을 얹고 싶다는 느낌이 들었는데 주변에서 보던 사람들 가운데서 최지훈에게 이 부분을 부탁해 보았다. 그는 내가 오래 전부터 가깝게 지내던 들국화 (최)성원이 형의 아들인데 현재 음악을 하고 있지만 난 그의 노래를 들을 기회가 전혀 없었다. 하지만 평소에 이야기를 나눠 보면 말투, 행동 등에서 이 곡을 충분히 소화해 낼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뭐랄까, 평소에 이야기할 때도 뭔가 아프리카적인, 라틴적인 느낌이 난다. 그런데 그 예상이 적중했다. 리듬파트만을 들려줬는데 지훈이는 구음의 발성부터 해서 멜로디까지 본인이 전부 만들어 부르는 거였다. 놀라운 ‘끼’를 지닌 친구다.

- 그런데 이러한 시도를 하면서 왜 리듬 섹션을 미디로 만들었나? 라틴 리듬은 타악기 주자들이 해도 되지 않았나?
임: ‘또 하루’ 뿐만 아니라 그 보다 전에 나오는 곡들을 보면 라운지 스타일의 미디 리듬섹션이다. 이러한 규칙적인 리듬은 아무리 단순하다고 하더라도 사람이 연주하기가 참으로 어렵다. 리듬을 똑같이 반복하는 것도 어렵지만 실제 연주자가 연주하면 악절마다 필인(fill-in)이 들어가고 자꾸 변화를 주게 된다. 내가 원했던 것은 ‘기계의 맛’이다 단순하고 반복적인. 사실 재즈 연주에서는 즉흥적이며 변화가 많은 연주를 원하지만 나는 이번에 정반대로 가보고 싶었다. 그것은 대중과의 소통문제에 대한 고민 때문이었다. 나를 포함한 모든 재즈 연주자들은 늘 화성 진행을 연구하고 또 복잡한 리듬 속에서도 완벽한 앙상블을 만들어 내려고 한다. 하지만 그것은 대중들에게 거의 전달되지 않는다. 심지어 그런 경향 때문에 대중들은 재즈를 멀리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런데 가만히 생각해보면 많은 사람들이 듣는 음악은 천편일률적인 댄스음악이며 심지어 모든 곡에서 노래가 등장한다. 노래가 나오지 않는 연주 음악 자체에 대중들은 힘겨워 한다. 그러니까 어느새 우리 주변에는 연주음악 자체가 사라진 것이다. 그래서 나는 이번 음반에서는 재즈적인 표현만을 고집하지 않고 보다 다양하게 음악을 시도하고 싶었다. 나는 이번 음반에서 그 스타일이 무엇이든 사라진 연주음악을 소생시키고 싶었다.

- 그렇다 하더라도 ‘생일 축하해’는 앨범 전체 중에도 가장 의외였다. 심지어 우리말 버전과 일본어 버전까지 두 번 등장하는데........
임: 이 곡에서 아마 닭살이 돋을 것이다. (웃음) 하지만 이제는 이 곡이 제일 마음에 든다. (웃음) 사실 황덕호씨는 내 성격을 어떻게 느꼈을지 모르지만 난 조금 장난기가 많은 사람이다. 호기심도 많고. 사람들이 내게 전혀 기대하지 않았던 음악을 갑자기 내가 했을 때 그 반응을 보고 싶기도 하다. 이 곡은 아까 말한 대중과의 소통문제와 연결되는 것인데 우리가 일상에서 가장 많은 모임을 갖는 것 중 하나가 생일 파티다. 그런데 그때 부르던지 듣는 노래는 천편일률적으로 ‘생일 축하 합니다’이다. 조금 다른 건 없을까 생각 하다가 이 곡을 쓰게 되었다. 처음 쓰는 가사다 보니 잘 안 되었는데........연인끼리의 생일파티는 원래 닭살 돋는 분위기니까 내 가사를 그대로 살렸다. 일본어 버전이 실린 것은 원래 이 곡을 일본에서 활동 중인 한국계 화가인 기꾸씨에게 부탁하려 했다. 그 분 목소리가 마음에 들어서였다. 그런데 한국어 낭독이 쉽지 않다고 해서 한국어 버전은 최지훈에게 맡기고 기꾸씨에게 내 가사를 일어로 번역해 읽어달라고 했는데........그런데 그 분이 가사가 마음에 안 든다며 일어로 직접 다시 쓴 뒤 낭독했다.

- 그렇다면 이번 음반은 대중성을 목표로 한 것인가?
임: 대중성 그 자체가 목표는 아니지만 곡을 하나하나 만들면서 보다 대중적인 스타일로 만들어야 되겠다는 생각을 했다. 이렇게 해서 음반이 많이 팔리는 것을 기대하는 것은 아니다. 단지 우리 평범한 사람들의 일상 같은 것을 음악 속에 담고 싶은데, 그럴 때 이런 스타일의 음악들이 더욱 적합하다고 생각했다.

- 임인건의 음악에는 늘 일상적인 풍경들이 담겨 있지 않았나.
임: 그렇다. 실은 이번 음반은 외향을 바뀌었을지 몰라도 이전 나의 작품들과 매우 일맥상통한다.

- 나는 이번 음반에서도 여전히 보여 준 피아니스틱한 곡들이 좋았다. 특히 일렉트릭 피아노의 솔로가 등장하는 곡들. 소박한 느낌이 정겨웠다.
임: 그런 곡들 가운데 ‘나와 달’은 [피아노가 된 나무]에 실린 ‘별 보는 밤’과 대구(對句)를 이루는 곡이다. 구름 속에 떠가는 달을 보면 때론 나와 인간이란 정말 찰나적인 존재라는 느낌이 든다. 45억년 된 존재가 내 앞에 환하게 떠 있다는 사실 자체가 말할 수 없는 경외감을 준다. 그렇게 보면 사람들이 그토록 애지중지하는 그 어떤 고미술품보다도 달은 아름다운 것이다.

- ‘애월낙조’는 무슨 뜻인가?
임: 애월은 제주도 서쪽 해안인데 그곳에서 바라보는 일몰광경은 정말 황홀하게 아름답다. 92년에 발표한 나의 피아노 연주집에 ‘나는 지는 해가 정말 좋아’라는 곡이 있는데 이 곡도 20년 전의 그 작품과 연결이 되는 곡이다.

-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그대 어디로 가나요’인데 프리재즈적인 타건도 강렬했지만 마지막에 켄지 오메의 테너 색소폰과 마치 ‘70년대 무그 신디사이저처럼 들리는 당신의 건반이 펼치는 트레이드 솔로가 앨범의 정점을 만들었다고 본다.
임: 고백하자면, 지난 음반 [소혹성]을 발표하고서 내게는 많은 고통이 있었다. 앨범 발표 이후의 작업이 원활하지 않았고, 사람들과의 갈등도 생겼으며 무엇보다도 건강 상태가 좋지 않아 모든 것이 끝나는 줄 알았다. 더 이상 피아노를 치지 못하는 것은 아닌가 걱정이 되었다. 나뿐만이 아니었다, 세상에서 벌어지는 많은 변화들을 나는 받아들이기 힘들었다. 제목 그대로 나와 세상은 어디로 가는지 모를 지경이었다. 그런데........이건 참 조심스런 이야기인데.......그러한 혼돈과 고통 속에 빠졌을 때 내겐 어떤 기이한 느낌이 찾아온다. 뭐라고 할까.......좀 거창하게 들리지만 약간 깨달음 같은 건데, 그러한 고통, 혼돈, 괴로움에서 슬쩍 빠져나와 내가 마치 영화를 보듯이 그 상황을 객관적으로 보게 되는 경험이다. 그러면 맨 처음의 고통, 혼돈 등은 비로소 하나의 재료가 되어 내게 다가온다. 그땐 나도 모르게 그 실체를 음악으로 표현하려고 한다. 솔직히 말하면 내가 그 음악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내가 빠져있던 느낌이 하나의 실체가 되어 나를 ‘통과해서’ 음악으로 분출되는 것이다. 나는 그저 ‘관’이고 ‘통로’일 뿐이다. 나라는 통로가 잘 닦여 있고 잘 단련되어 있으면 그 실체는 보다 수월하게 음악으로 표현될 텐데 나는 그렇지 못하기 때문에 통과 과정이 시간도 오래 걸리고 고통스러우며 또 그 느낌을 제대로 전달하지 못하는 것 같다. 하지만 연주 이후 내 음악을 들어보면 모든 것이 경이롭다. 그때 내가 저 연주를 정말 했단 말인가? 하는 낯설음이 느껴진다. 연주를 잘 해서가 아니라 그것은 그때 그 어떤 실체가 나를 통과했기 때문에 가능했다는 생각이 든다. 이번 음악의 스타일에 대해서도 대중성이니, 이런 저런 말로 설명할 수도 있겠지만 실은 내가 경험했던 느낌들이 결국에는 나를 통과해서 나온 결과라고 보면 될 것 같다. 실은 난 컴맹이고 컴퓨터도 별로 좋아하지 않는데 그땐 그것을 꼭 하고 싶었던 것이다. 다시 하라면 못 할 것 같다. (웃음)

인터뷰의 마지막 부분은 지면에 싣기가 부담스러울 만큼 솔직한 고백이었다. 그래서 나는 그 점을 재차 물었고 그럼에도 그는 흔들림 없이 내게 똑같은 이야기를 다시 해주었다. 타인으로서는 이해하기 힘든 주관적인 체험을 이야기한 것도 그렇지만 보다 중요한 것은 자신의 음악적 성과가 자기 자신이 아닌 일상의 경험, 일상의 느낌에서 나온다는 고백은 놀라웠다. 그 고백은 초월적인 세계로부터 혹은 천재만의 배타적인 영역으로부터, 뮤지션만의 전문적인 영역으로부터 음악을 우리의 남루한 현실 속으로 끌어 내린다. 무디고 보잘 것 없는 우리의 손끝은 일상 속에서 축적된 진실들을 반짝이는 결정체로 한 알, 한 알 더디게 쏟아낸다. 임인건 음악의 힘은 바로 우리 모두가 경험했을 법한 그 공통의 체험, 그곳에 대한 응시에 있다. 별거 아닌, 그저 그런 세상에 대한 솔직한 고백. 임인건의 힘은 그 솔직함에 있다.

그럼에도 그는 확실히 직업 연주자인가보다. [Inflection Point]를 발표하고 난 뒤 음반처럼 거의 혼자서 연주하며 공연할 계획이냐고 묻자 “무대에서는 나 보다 더 잘하는 젊은 친구들로 밴드를 만들어 더 멋지게 연주하고 싶다”고 웃으며 대답하는 것을 보면. - 임인건, 그가 비로소 조금씩 보이기 시작했다.

- 황덕호 (재즈 애호가)

음반정보 트랙정보 상품후기
1. 내민 손
2. 다 잊고 다시
3. 왼쪽 호주머니
4. 뭉게구름 (t.sax 켄지오메, Drum 김영진)
5. 또 하루
6. 그대 어디로 가나요 (t/sax 켄지오메 Drum 김영진)
7. 나와 달 (drum 김영진)
8. 애월낙조
9. 생일 축하해 (vocal 최지훈)
10. 종일 비
11. おめでとう (voice 기꾸)
음반정보 트랙정보 상품후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