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사의 새벽
새벽3시
아직은 한밤중인 어둠을 뚫고 목탁소리가 울려 퍼지면서 밤새 적막했던 산사는 또 다른 하루를 맞이한다. 낭낭하게 울려 퍼지는 도량석에 간밤의 단꿈이 채 가시지도 않았을 스님들은 조용히 눈을 뜨고, 소슬하니 부는 바람에 처마끝의 풍경소리가 멀리서도 정겨울 즈음 큰 법당의 중종이 청명히 울린다. 벌써 가부좌를 틀고 법당 안에 좌정한 스님들은 마음속에 한가지씩 서원을 맹세하고, 혹은 지난 밤 풀지 못한 화두에 매달리기도 하면서 새 하루를 맞아 부처님께 예배드리는 의식-아침예불을 준비한다. 법고의 힘찬 울림이 만물을 흔들어 깨운다. 이어지는 범종의 은은하고 웅장한 소리가 산허리를 감싸 돌며 허공 속으로 퍼지고, 목어와 운판이 차례로 뒤를 이어 부처님의 가없는 법음으로 뭍 중생을 무명의 나락에서 제도한다. 사물의 의식이 모두 끝나면 법당안에 모인 대중 스님들은 조용히 일어나 예불을 올리기 시작한다. 모든 부처님과 보살마하살, 고승대덕스님들께 지극한 마음으로 귀의하며 그 덕을 찬탄하고 원을 세우며, 온 중생에게 휘향할 것을 다짐하는 예불문, 모든 중생들이 무명을 벗고 성불하도록 서원하는 발원문, 그리고 반야심경과 천수경을 차례로 염송하는 것으로 새벽예불은 모두 끝이 난다.
산사의 새벽은 이처럼 장엄하고, 숭고한 불교의 전통의식을 음악적 형태로 승화시킨 작품으로 산사의 새벽 정경과 함께 기필코 자성을 깨치고 성불을 이루어 무명 속의 중생들을 제도하겠다는 스님들의 의연한 구도행을 한 폭의 그림처럼 영상미 있게 그려내고자 노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