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강의 연주에 더해진 휴머니티 아날로그적 사랑의 교본 세렝게티(Serengeti) 세 번째 앨범 [Colors Of Love]
질주본능, 감성의 길을 묻다
* 두 번째 앨범 [Oasis]의 마지막 활동이자 첫 아트홀 콘서트였던 2010년 3월 1일 서강대 메리홀 공연 이후 1년 동안 세렝게티라는 이름은 아쉽게도 자주 만날 수가 없었다. 어떠한 계기나 이슈가 있었다기 보다는 지금까지 걸어온 길들을 리뷰 하며, 새로운 음악에 대해 계획할 그들 스스로의 시기가 필요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세렝게티의 미친 존재감은 여전히 유효했다. 동시대 최고의 젊은 연주인으로 평가 받는 멤버들을 필요로 하는 곳이 너무도 많았기 때문. 언니네이발관, 이소라, 노리플라이, 이지형, JK김동욱, 베란다 프로젝트, 빅뱅, 거미부터 히트 상품인 나가수에 이르기까지 그들의 활동 범위는 스튜디오, 무대, 방송을 막론하고 거침이 없었다. 이전과 다르지 않은 다양한 영역의 활동, 하지만 그 안에서 그들이 닮고 싶고 얻고자 하는 것들의 방향은 이미 달라져 있었다.
* ‘전문 연주자 출신들이 결성한 밴드’라는 닉네임은 그 동안 세렝게티을 빛나게 한 대표적인 수식어이기도 했지만, 한편으로는 뗄 수 없는 꼬리표이기도 했다. 많은 경험과 불꽃 같은 연주력을 겸비했기에 어디에서나 안정적인 사운드와 폭발적인 무대 매너가 가능했던 그들이지만, 그 이면에는 촘촘한 송라이팅과 감성적 어프로치에 대한 갈증이 늘 함께 했던 것이 사실이다. 한 마디로 지난 1년간의 시간은 세렝게티에게 아쉬웠던 2%를 극복하는 치열했던 순간이었고, 민트페이퍼 프로젝트 음반
인류애로 채색한 사랑, 모든 것은 꿈처럼
* 본작이 담고자 하는 가장 큰 의미는 다름 아닌 ‘사랑’이다. 대중가요에서 수없이 다뤄지고 소비된 흔하디 흔한 단어 ‘사랑’. 하지만, 세렝게티가 얘기하고자 하는 사랑에 대한 본질은 보다 넓은 범주로 시선이 확장되어 있다. 남녀간의 사랑은 물론이거니와 사람과 사람, 세상과 사람과 같은 다소 넓은 의미에 포용과 소통까지 담고 있는 것이다. 한 마디로 ‘휴머니티(Humanity/인류애)’라는 포괄적인 단어로 귀결할 수 있다.
* 아무런 조건 없이 서로를 안아준다면 좀 더 아름다운 세상이 될 수 있다고 노래하는 첫 곡 ‘Free Hug’부터 온기 넘치는 시선은 시작되며, 앨범에 앞서 디지털 싱글로 공개된 ‘바다로 가는 길’ 역시 사랑을 통한 치유와 위로가 담겨 있다. 앨범의 대미를 장식하는 ‘One Love’와 ‘위대한 여정’은 세렝게티의 음악과 메시지의 커다란 스케일을 보여주는 대곡들이다. ‘One Love’는 자유를 열망하는 사람 모두에게 전하는 응원의 송가이며, ‘위대한 여정’은 세계적인 다큐멘터리 채널 ‘내셔널 지오그래피’의 동명 대작 <위대한 여정>의 테마곡으로 사용되어 화제를 모은 바 있다.
* 전작들과 달리 과감한 피처링 아티스트 초대로 음악적인 다양함을 꾀한 점 역시 세렝게티의 변모된 모습이다. 타이틀 곡으로 낙점된 ‘그대도 날’에는 홍대 씬의 대표적인 스카 밴드 ‘킹스턴 루디스카(Kingston Rudieska)’가 함께 했다. 산타나(Santana)를 연상시키는 라틴 리듬 위에 화려한 브라스 연주를 더한 유쾌한 넘버로 이미 공연을 통해 대중적인 큰 호응을 불러일으킨 바 있다. 역시 공연을 통해 자주 선보여온 ‘나는 도망한다’에는 한국 록의 새로운 대세로 자리매김한 국카스텐의 보컬 ‘하현우’가 참여, 거침없고 텐센감 넘치는 사운드에 일조하고 있으며, 노라 존스(Norah Jones)를 연상시키는 재즈 발라드 ‘모든 것은 꿈처럼’에는 실력파 여성 듀오 랄라스윗 ‘김현아’의 투명한 목소리가 더해져 로맨틱한 곡의 느낌을 배가 시킨다.
* 데뷔 이래 세렝게티의 음악적 경향으로 추구해온 ‘아프로 소울 훵크(afro soul funk)’ 역시 본작에서도 여전히 유효하다. 원초적인 리듬감에 공격적인 기타 리프가 주목을 끄는 ‘질주본능’, 어쿠스틱 사운드에 미지의 세상을 노래한 ‘아프리카 소년’, 레게 리듬에 익살스런 가사가 돋보이는 ‘체카체카’ 모두 아프리카 문화에 대한 오랜 애정과 동경을 담은 곡들이다. 멜로우(mellow)한 느낌의 ‘봄의 발라드’는 또 하나의 백미. 세렝게티 음악 활동 중 최고의 러브송으로 필라델피아 소울의 고풍스런 느낌이 고스란히 담겨있는 트랙이다.
* 어느덧 결성 5년, 석 장의 앨범을 발표하게 된 중견 밴드 세렝게티. 현기증 나도록 세상을 메우고 있는 디지털 시대, 인스턴트 관계들 속에서 그들은 아날로그적인 사랑과 사람 냄새나는 소통을 더욱 꿈꿔왔다. 그리고, 격하도록 혈기왕성한 기교보다 진심의 사운드가 더욱 익숙해지고 있는 그들의 음악은 필름 카메라의 사진처럼 아련하지만 선명한 색감을 가지게 됐다. 앨범 부클릿을 채우고 있는 로모 카메라의 손때 묻은 사진들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