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의 모든 이들을 위한 연민의 노래, 단 하나뿐인 평범한 노래. 루나틱의 첫 번째 앨범 [같은 하늘 아래]
루나틱의 첫 앨범이 발매되었다. 홍대를 중심으로 활동하는 인디밴드의 첫 앨범이라기엔 너무나 고른 완성도를 지닌 이번 음반은 2008년 데뷔 싱글 ‘바보’ 이후 3년 만에 발표하는 앨범이다. 루나틱의 음악은 섹슈얼리티(sexuality)와 나르시시즘(narcissism)으로 뒤범벅된 지금의 대중가요와는 확연한 차이를 보인다.
대부분의 가사는 표면적으로, 일체의 서사를 거부하고 즉물적(卽物的)인 세계에 대한 독백으로 진행되고 있다. 주체는 별과 달, 바람과 구름 등 자연의 기표(signifiant)를 주로 노래한다. 그것이 포크적 정서를 중점으로 외면상 로큰롤, 펑크등 다양한 장르를 시도하고 있어, 팝 적이라기 보단 록 적인 요소가 많이 가미되어 있음에도 그들의 음악이 담백하고 소박하게만 들리는 이유다.
그러나 그들의 음악이 결코 가볍게 들리지 않는 이유는 자연의 기표들에서 스멀스멀, 지독한 패러독스가(paradox)분출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때문에 자연스럽게 앨범 [같은 하늘 아래]는 현실의 부조리를 음악으로 표현하려는, 외롭고도 어려운 항해가 되고 말았다.
그것은 밴드에서 보컬과 어쿠스틱 기타를 맡고있는 이재영이라는 밴드의 프론트맨이 있기에 가능했다. 그는 민감하게 세계를 감지하는 안테나를 몸속에 지니고 있다. 현상의 이면을 파악하는 예리하고 세심한 시선과 부조리에 대한 분노와 연민이 그들의 음악을 다층적인 의미의 겹으로 둘러싸이게 했다. 또한 이 음반과 루나틱의 음악의 기본철학은 사람들에 대한 강한 위로이다. 함께이고 싶지만 외롭고 열심히 살고 있는데 변하는 게 없어 지쳐가는 사람들에게 진심어린 이야기와 좋은 생각을 할 수 있는 힘을 준다. 이 앨범의 모든 곡은 사람들이 들어올 수 있는 빈틈을 만들어서 사람들에게 자신에 맞게 해석할 수 있는 틈을 주고 있다. 감히 모든 곡들이 힐링(healing)송이라 표현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같은 하늘 아래]가 리스너들의 환영을 받을 만한 이유는 따로 있다. 굳이 숨겨진 의미를 찾기 위해 골머리를 앓지 않더라도, 이 음반에 수록된 곡들이 하나같이 들을 만 하다는 점이다. 그것이 이 음반이 지닌 또 하나의 가치다. 카페, 길거리, 클럽, 페스티벌 등등 어떠한 공간에도 이물감 없이 스며들 수 있으리라는 것은 확실해 보인다. 대중적 친화력을 갖춘 완성도 높은 노래들로 가득 채워진 이 음반은 분명 2011년에 쏟아진 수많은 음반 가운데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게 될 것이다. 이제 우리는 루나틱의 앞으로의 행보를 기쁜 마음으로 지켜보고, 그들의 음악에서 위로를 받는 일만 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