낯설다.
확실히 낯설다.
이 앨범에 있는 모든 것들은 지금껏 한국에서는 들어본 적 없는 멜로디, 기타리프, 그리고 목소리다. 블루스를 기반으로 한 기타 팝이라. 많은 사람들이 흔히 생각하는 '홍대음악'이 분명히 아님을 라이브를 한 번이라도 본 사람이라면 단박에 알아차릴 것이다.
망각화 (望刻化). '기억되길 바란다' 라는 뜻을 가진 이 신비롭고 '섹시한' 기타 팝 그룹은 어느 새 우리를 홍대를 벗어난 영국의 어느 항구로 안내하고 있다. 시원한 바람과 쏟아질듯 빛나는 별들이 휘몰아치는 어느 부둣가, 감당하기 어려운 감정의 기복이 이제껏 당신이 한번도 느껴보지 못한 감각의 한 부분을 툭, 하고 무심하게 건드릴 것이다. 망각화는 그런 밴드다.
무심하게 툭, 건들어 감정의 소용돌이로 몰아넣는. 그렇게 치명적이고 위험한 밴드이다. 보컬 양주영의 애절하면서도 담담한 읖조림으로 시작해 무모한 외침으로 감정을 극대화한 타이틀 곡, '너는 날'. 이번 앨범의 타이틀과도 같고 기타연주의 디테일함과 드럼의 쪼개짐이 일품인, 그야말로 듣는 재미가 있는 '몹시 용기를 내어'. 어쩌면 이 앨범을 가장 잘 대변하고 있는, 늦은 여름 날 하늘에서 쏟아지는 별을 올려다 보는 느낌을 들게 하는 '그녀의 갤럭시', 여름바다의 어슴푸레한 비린내가 나는 듯한 아날로그 감정이 그대로 살아 날뛰는 '그리고 밤'. 그리고 하이틴스러운 편곡과 멤버들의 "섹시"한 악기연주가 빛나는 '마녀'. 절제미가 표현이 뛰어난, '물결치는 마음'.
그리고 7월 두번째 싱글에도 실렸던 편곡 버젼의 '조금 많이'. 그리고 기타와 목소리가 그대로 살아 모든 소리가 잘게 쪼개져 가슴에 모조리 박혀버리는 '달과 6펜스'. 이들의 장르는 한가지로 정의 내릴 수 없다. 다만 블루스에 기반을 두고 있고, 그 만큼 살아있는 기타소리가 [심금]을 울린다.
손에 잡으려고 하지만 잡히지 않는다. 묘하다. 이번 앨범의 디자인 또한 기하학적인 무늬와 총천연색 컬러가 다채로운 곡들만큼 시선을 잡아 끈다. 이들의 행보가 예사롭지 않다. 2003년 데뷔 후 8년만에 발표한 첫 앨범인 만큼 단단히 벼르고 있는 듯 하다.
정규앨범을 내자마자 내년 봄 싱글의 데모를 만들어냈다는 소식을 들었다. 당찬 리스너라면 이들을 주목해야 할 필요가 있다. 그야말로, "괴물같은 신예"가 나타났기에. 정말, "듣는 재미가 있는 음악을 하는 밴드"가 나타났기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