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데이선셋항공사'가 추천하는 가상여행 패키지투어. 무료한 휴일, 가상여행을 위한 사운드트랙 Traveling world to make music to travel world to
지금껏 여행은 단지 막연하게 기다리고, 준비하는 마음만으로도 우리에게 어떤 돌파구이자 위로가 되어왔다. 관광이 아닌 여행으로서의 떠남은 정서적인 부분에서 외로움과 사색이 차지하는 비중이 크다. 사람들이 그렇게 여행을 갈망하고 일상적인 생활에서 도피하려는 이유 또한 온전한 외로움과 고립된 시간이야말로 너무도 노출되어있는 현실 세계에서 우리가 진정 갈구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리들은 여행지로서 지금의 공간과는 완전히 다른, 이국적이고 낯선 지역을 선호하는지도 모른다.
Sunday Sunset Airlines 는 노이즈캣이 Morning Lights (2006) 이후 5년만에 선보이는 세 번째 정규앨범이다, 그 사이, 독특한 패키지의 여행 느낌이 가득한 싱글(All together now 2009, Happy shiny people 2010)을 발표하며 이번 정규앨범에 대한 방향성과 아이디어를 미리 선보인 바 있는 노이즈캣은 이제 그토록 길었던 개인적인 여행을, 혼자만의 여행이 아닌, 모두가 함께 공유할 수 있는 하나의 컨셉앨범 형태로 완성했다. 이른바 이번 앨범은 물리적인 여행이 아니더라도 여행자의 감성을 체험, 공유, 추억 할 수 있게 해주는 가상여행 상품인 것이다.
또한 Sunday Sunset Airlines (일요일몰항공사)라는 앨범 타이틀처럼, 일요일 늦은 오후, 해질 무렵에 느끼는 감정들을 -그것이 어떤 것인지는 알지라도 설명 하기는 어려운- 음악적으로 표현했다. 한 주가 마무리 되고 또다시 시작되는 월요일을 떠올리며 마음 한구석에 묵직하게 남아있는 왠지 모를 먹먹함. 유년시절 시간의 점으로 남아있는 그때 그 시간들. 아련한 하루의 기억.
이 일상을 뒤로하고 어디론가 떠나고픈 촉촉한 마음을 마치 항공사의 여행상품 안내지 같은 앨범 쟈켓과 Sunday Sunset Airlines의 음악여정이 위로해준다.
'일요 일몰 항공사'의 70분 패키지 여행상품의 주요 일정은 막상 여행지 자체의 매력보다 여행의 정서적인 면에 더 가까운 것 들인데, 지난 여행의 설렘을 떠올리고 싶거나, 시간적, 조건적 제약으로 실천에 어려움을 겪는 여행 희망자들에게 완전하고 상쾌한 외로움을 충분히 제공하는 완벽한 처방전이 될 것이다.
여행의 음악과 감성의 흐름에 따라 4개의 엠비언트트랙, Gate 시리즈에 의해 분류된 이 음반에는 요절한 롤링스톤즈의 리더에 관한 'Brian Jones', 전설적인 락앤롤 뮤지션 보 디들리(Bo Diddley)의 리듬을 차용한 'The air rider', 디트로이트 밴드 MC5의 에너지를 담은 '일요일 처방전', 70년대 크라우트락밴드 NEU!의 작법을 따른 'I say hello' 등 지난 앨범부터 이어지는 (Evan Dando: 1집, Holland Holland; 2집 등) 존경하는 뮤지션에 대한 오마주도 가득하다.
이번 앨범을 만들 때 각 여행마다 현지에서 녹음한 엠비언트 트랙들을 비롯해, 일반적인 녹음 스튜디오에서는 거의 시간을 보내지 않았다. 장소에 구애 없이 즉흥적으로, 최소한의 마이크만 설치해서 녹음한 것 들이 대부분인데, 분류 별로 잘 정돈된 책들이 가득 찬 서재에서 작가들이 상상력을 발휘하며 글쓰기가 어려워지듯, 좁은 공간에 기계로 가득 찬 지하 스튜디오에서는 자유로운 여행의 감성과 기분을 유지하기가 쉽지 않았기 때문에 의도적으로 선택한 방법이다. 기본적으로 보장되는 안정감 있는 녹음 퀄리티 보다는 감성적인 부분과 우연성, 즉흥성을 선택한 샘이다. 그 정돈되지 않은 소리들을 정리하는 믹싱 작업에서는 유난히 긴 시간과 시행착오를 겪었지만, 그 자유분방한 소리들이 오히려 이 여행음반의 특별한 개성, 들뜨고 이국적인 느낌을 잘 살려주게 됐다.
감성지수가 하늘을 뚫고, 잃어버린 시간에 대한 아련한 향수가 일몰 때의 구름처럼 거침없이 밀려오는 일요일 저녁, 차분히 플레이 버튼을 누르고 70분간의 가상 여행을 떠나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