뱅크 정시로, ‘가객(歌客)’으로 우리 곁에 돌아오다
아직 새벽녘 찬바람은 매섭지만, 아우성치며 꿈틀거리는 봄의 기운이 가슴을 파고든다. 가슴 언저리로 파고드는 소리 한 소절을 들으면 땅속에서 꿈틀거리는 봄의 에너지가 내 가슴에서도 솟아오를 것 같은 그런 계절, ‘전설’ 뱅크가 8집을 들고 우리 곁으로 돌아왔다.
5년. 짧지 않은 시간을 보내고 돌아왔는데?
7.5집 이후 5년 만이다. 음악, 노래, 소리에 대한 매달림에서 자유롭고 싶은 시간이었다. 굳이 매달리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솟아오르는 ‘그것’을 기다렸다. 굳이 길다고 하면 길 수도 있는 그 시간의 결론이 ‘歌客(가객)’이라는 단어다. ‘가객’은 우리네 전통 가악에서 곡과 가사를 짓고 노래까지 부르던 그야말로 프로페셔널 뮤지션을 가리키는 말이다. 그러나 그들은 이름을 남기지 않고 서슴없이 떠나고 아무렇지도 않게 돌아오던 자유로운 ‘손님’이었다.
깊은 순간성, 진한 허무감이 음악의 본질이라는 사실을 터득한 진정한 뮤지션들이었다. 뱅크 정시로는 5년이라는 시간을 순간성이 자아내는 매력에 매료된 채 보냈다. 사진. 그는 카메라를 ‘외눈박이 친구’라고 부른다. 음악과 사진이 다른 듯 비슷한 ‘순간의 예술’이라는 사실을 알아가면서, 그는 다른 감각으로 순간을 잡아내는 그 매력에 점점 빠져들었다. 악상처럼, 피사체도 한번 놓치면 다시는 포착할 수 없는 단 하나의 영혼이었다. 즐거움과 허무가 버무려져 그의 가슴 깊숙한 곳으로 가라앉았다. 소리는 그곳에서 솟아오르는 또 다른 ‘순간’이 되어야 했다.
그의 사진 작업은 새 앨범 ‘가객’의 자켓과 속지에 그대로 담겨 있다. 일산 호수공원과 해가 내려앉던 자유로 너머 하늘, 부산의 어느 헌 책방, 동해안의 작은 항구. 목적 없이 빛을 따라 걷던 길목에서 그에게 포획된 순간들이 머리를 맴돌던 단어들과 함께 기록되어 있다.
8집 ‘가객’ 타이틀곡 ‘나란 사람’ 과 앨범이야기
8집에는 네 곡이 수록되어 있다. 달라진 시장 여건에 맞춰 구성됐다.
수록 곡 세 곡을 정시로가 작사 작곡 편곡했고, 마지막 곡 <밥>은 정시로 작사 박영수 곡이다.
두 번째 곡 ‘나란 사람’ 은 8집 ‘가객’ 앨범에 타이틀곡으로서 누구나 한번쯤 격어 볼 수 있었던 사랑, 이별 이야기를 ‘뱅크 정시로’ 그만의 애절하고 슬픈 가사말로 또 한번 진한 감동과 멜로디를 대중 에 내놓은 격이다. 정시로의 곡과 노랫말은 여전히 태연자약하게 슬프다.
그러나 조금만 꼼꼼히 들여다 보면 삶에 대한 애정이 묻어나는 것을 발견하게 된다. 순간의 허무함을 깨달은 ‘가객’을 타이틀로 들고 나온 터에, 삶에 대한 정이 깊어졌다고 느껴지는 것은 무슨 조화일까.
순간이라는 진실을 받아들이면 삶은 더 사랑스럽고 자연과 사물은 더더욱 아름다워지더라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이제 우리는 그의 순간들을 소리와 빛과 단어들로, 몇 겹의 장치를 통해 만날 수 있다. 물론, 소리는 더 태연해졌고 음악적 감성은 자연스러워졌다. 그 덕에 우리는 소리에 매달리지 않는 가객의 면모를 즐길 수 있게 되었다. 그가 포획한 빛과 음영은 덤으로 누리는 즐거움인데, 덤 치고는 만만치 않은 내공을 감지하게 된다. 그는 시쳇말로 ‘뽀샵’이라 부르는 손질을 전혀 하지 않는다.
음악도 마찬가지로 덧칠하지 않는다. 그래서 우리는 그가 가두어둔, 오만 가지 정서가 뒤섞인 복잡미묘한 순간을 즐길 수 있다. 더 즐거운 일은 ‘머리카락’를 자른 정시로와 만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유는? 그는 ‘없다’고 잘라 말하지만, “마음 흩어지면 나 순식간에 무너져 버릴까봐” 냉장고를 정리하고 밥을 짓는 남자의 모습과 머리 자른 그의 모습이 겹쳐진다. 억측일 수도 있다.
‘진시몬’ 과 의 새로운 만남.
‘낯설은 아쉬움’ 과’애수’로 널리 알려진 진시몬이 이번 8집의 제작을 자처한 것도 화제다.
방송국에 둘이 함께 나타난 것을 보면 사람들이 쭈뼛거리며 다가온다. “혹시 장르를…?” 그건 아니다. 둘은 동네 친구다. 가슴 속까지 추운 기러기 아빠 진시몬과 그다지 외로울 것 없다고 큰 소리 치는 솔로 정시로는, 새벽녘 이 동네 술집에 가면 함께 있는 장면을 볼 수 있다.
둘의 신뢰는 함께 지낸 시간의 두께만큼 돈독하니, 음악 작업으로 확장된 것은 당연한 일일지도 모른다. 둘은 이번 일을 계기로 좀더 스케일 큰 계획을 모색하고 있다. 든든한 친구 후원자를 두게 된 정시로. 그는 ‘가객’으로, 훨씬 더 깊어진 눈매로, 더 복잡미묘해진 소리로 우리 곁에 돌아왔다. 이제 장르의 차이마저 무색해진 그에게서 우리는 자유로움이 힘인 것을 발견한다.
그의 걸음은 더 자유롭고 싶어한다. 사진과 더불어 글과 음악을 결합시킨 새로운 콘텐츠를 들고 우리의 눈과 귀와 가슴으로 다가서고 싶어한다. 그 언젠가를 기대한다. 8집 앨범 발매일 은 4월 3일이고 더욱더 많은 분들께 새로운 모습으로 다가 설 것이다.
불후의명곡2 ‘전설과의 듀엣’ 에서 케이윌과 멋진 하모니
뱅크 정시로와 케이윌은 ‘가질 수 없는 너’를 선보이며 과거 히트곡을 재조명했다. 2012년 1월14일 방송된 KBS 2TV ‘자유선언 토요일’ 2부 ‘불후의 명곡2’에서는 ‘전설과의 듀엣‘ 특집이 진행됐다.
뱅크 정시로 와 케이윌은 이날 ‘가질 수 없는 너’를 열창했다. 정시로는 전통 록발라드로 인기를 끈 명품가수다. 활동이 뜸해 그 동안 방송에서 볼 수 없었던 정시로는 ‘불후2’를 통해 오랜만에 모습을 드러내 변치 않는 동안 외모와 가창력을 선보여 시선을 집중시켰다.
MBC ’아름다운 콘서트’ ‘뱅크 정시로’ 가창력 폭발 ‘휘날레장식’
얼마전 ‘불후의명곡2’에서 케이윌과의 듀엣으로 화제가 되었던 ‘뱅크’ 정시로는 ‘가질 수 없는 너’ 와 ‘가을 의 전설’ 로 변함 없는 가창력을 과시하며 명성에 걸맞은 무대를 선사했으며 화려한 엔딩 무대을 장식하며 관객들의 뜨거운 박수 갈채를 받으며 막을 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