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세한 소리의 공기들이 하나로 투영되는 순간, 공간(SPACE)과 합(SUM)이 빚어낸 1시간의 전율 데이브레이크(daybreak) 세 번째 앨범 [SPACEenSUM](스페이스앤썸)
데이브레이크의 진화, 그리고 미래를 향한 청사진 [SPACEenSUM](스페이스앤썸)
‘좋다’, ‘팝콘’, ‘들었다 놨다’의 연이은 히트, 2010년 정규 2집 [aurora]를 통해 보여준 긍정의 에너지, 단독 콘서트 매진 퍼레이드, 페스티벌 MVP 수상, 민트페이퍼 올해의 아티스트 선정 등 괄목할만한 성과를 거두며 실력에 걸맞는 대중성까지 자리매김한 밴드 ‘데이브레이크(daybreak)’가 약 2년 여 만에 정규 3집 [SPACEenSUM](스페이스앤썸)을 공개한다. 우리를 둘러싸고 있는 공간(SPACE)과 그 곳을 채우는 사람들의 합(SUM)에 대한 이야기를 담은 [SPACEenSUM] 은 오로지 데이브레이크 네 멤버의 목소리와 사운드에만 집중한 앨범으로, 지금까지의 작품 중 가장 솔직 담백한 면모뿐 아니라 멤버간의 균등한 참여에 성취까지 담은 결과물로 빼곡히 채웠다.
[SPACEenSUM]에서 말하는 SPACE는 표면적으로는 공간의 의미로 사용되었지만, 그 곳에 있는 우리 모두를 의미하기도 한다. 나의 공간과 너의 공간이 만나는 곳이 SUM이고 삶이다. 삶을 살아감에 있어 필요한 소통의 교집합을 바로 [SPACEenSUM]로 묘사한 셈이다. 곡을 만드는 순간부터 편곡, 믹스가 완료되는 시점까지 충실하게 [SPACEenSUM]의 의미에 집중하여 제작된 이번 앨범은 악기 사용과 더빙을 최소화하면서 공간감을 살리고 여백의 미를 표현하였다. 공간이 만들어내는 느낌에 제한을 두지 않고 곡을 만드는 사람과 듣는 사람 각자가 나름의 상상을 펼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SPACEenSUM]이 담고자 한 미학이다. 음악에서 빈 느낌이라는 것이 과연 좋은 것일까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를 던지는 것이 무색할 정도로 이번 앨범의 사운드는 담백하면서도 매우 촘촘하게 다져졌다. 이는 멤버들이 작업을 하면서 가장 중점적으로 놓치지 말아야 할 포인트로 생각한 합(SUM)을 잘 이끌어냈기 때문에 가능했던 일이다. 즉, [SPACEenSUM]은 데이브레이크 네 명의 철학이 담겨있는 언어이자 음악이고, 그들이 나아가고자 하는 방향성을 말해주는 앨범이다.
‘라이브와 연주의 절대강자’, 내면의 깊이까지 탑재하다
‘라이브의 최강자’, ‘각 파트별 최고의 연주자’, ‘강하고 찌릿한 여운’, ‘따뜻하고 인간적인 기운’, ‘대중 친화적인 팝 사운드’. 지금까지 데이브레이크를 수식해온 이 수많은 문구들은 분명 그들을 밴드 시장의 간판 타자로 단 시간 내에 성장시킨 원동력이자 순기능의 요소들이었다. 그런 그들이 지난해부터 서서히 변화를 모색하기 시작했다. 2011년 4월 도발적인 비트의 ‘Mr. Rolling Stone’를 시작으로 6월에는 180도 다른 질감의 ‘Shall We Dance?’를 연이어 디지털 싱글로 공개했고, 예정됐던 새 음반 계획까지 두 세 차례 미루며 고민의 나날을 보냈다. 무엇보다 작업의 과정부터 과거와 달라지게 됐다. 보컬 이원석 중심의 송라이팅과 손에 익은 편곡 스타일에서 벗어나 네 멤버 모두의 작품들을 공히 테이블 위에 올려놓았고, 편곡과 믹싱 전반에 걸쳐 다양한 레퍼런스와 아이디어를 수집했다. 그 결과 전작들과 비교해 공식에 입각한 작법이나 단번에 귀를 사로 잡을 수 있는 달콤함은 조금 내려놓고, 내면의 철학들과 과감한 시도들을 담게 되면서 보다 완숙한 음악적 성취를 발견할 수 있게 된 것이다.
3집 [SPACEenSUM]은 어쩌면 멤버 스스로가 그토록 고대하던 완성형 데이브레이크 음악의 시작점일 것이다. 이러한 멤버 전원의 적극적인 동기부여는 디지털 싱글, 인스턴트 뮤직 등 즉흥적인 소리들로 채워진 작금의 트렌드와 달리 앨범(=작품)이라는 완성체에 무게를 두게 됐고, 그 결과 왕성한 창작열을 기반으로 러닝타임 55분, 13곡이라는 흔치 않은 구성까지 이르게 됐다(심지어 작업된 일부 곡은 본작의 컨셉에 맞지 않아 수록하지 않았으며 추후 별도 발표하기로 했다). 한층 확장된 음악적 스펙트럼, 복합적이고 촘촘해진 연주 패턴, 심연을 깊숙이 파고 드는 은근한 여운까지 13곡의 공간(SPACE)과 합(SUM)의 이야기는 이렇게 완성됐다.
* SILLY : 어쩌면 바보 같이 보일지 몰라도, 순수하고 솔직한 우리들의 이야기 에서 보여주었던 소심한 남자의 모습을 연상케 한다. 사랑 고백을 할 때 절대 하지 말아야 할 수단으로 가장 먼저 꼽히는 ‘문자로 고백하기’, 그러나 그렇게밖에 고백할 수 없었던 소심한 누군가의 모습은 문자를 썼다 지웠다 반복하고 친구들한테 보여주고 검사 받는 일상의 모습을 떠올리게 만든다. 소울과 모던록의 절묘한 어프로치, 거기에 후반부를 고조시키는 빈티지한 스트링 첨가는 마치 레니 크라비츠(Lenny Kravitz)의 초기작들을 연상시킨다.
기존 데이브레이크의 화려한 편곡 패턴에서 벗어난 미디엄 템포의 심플한 팝 넘버 ‘회전목마’는 헤어짐을 앞둔 연인 혹은 끝도 없이 맴도는 소통의 부재를 투영한 곡. 피닉스(Phoenix)나 타히티 80(Tahiti 80)로 대표되는 프렌치 밴드들의 공간감 넘치는 사운드를 접목했으며, 보컬이 아닌 기타 리프가 주 테마를 이루고 있다. 꿈을 잃은 청춘들에게 전하는 송가 ‘두 개의 심장’은 자칭 축빠인 데이브레이크의 취향이 물씬 묻어난 곡으로, 지극히 평범한 조건임에도 불구하고 끊임없는 노력을 통해 세계적인 선수로서 인정 받은 박지성에 대한 헌정의 의미이기도 하다. 두 곡 모두 칵스(THE KOXX)의 사론, SHAUN이 프로그래밍에 참여했다.
‘오랜만에’는 지나간 사랑의 아련한 기억을 얘기한 곡이다. 건조한 듯 절제된 보컬과 드라마틱한 스트링 편곡이 허무한 감정선을 더욱 절절하게 배가시킨다. 8분의 7박자라는 익숙하지 않은 리듬의 ‘da capo’(다카포)는 다시 처음으로 돌아간다는 음악 용어로, 미완의 상태로 결국은 다시 처음으로 돌아갈 수 밖에 없었던 사랑을 이야기 한 곡. 어쿠스틱 기타 연주에서 더욱 빛을 발하는 정유종의 멋진 프레이즈가 돋보인다. ‘내려놓다’는 데이브레이크가 처음 선보이는 블루지한 코드 진행의 바운스가 있는 곡으로, 브라스와 보컬 멜로디로 대비되는 대선율 두 개가 주고 받는 것과 후렴구, 뮤트 트럼펫의 체념하는 듯한 감성적인 솔로 연주가 감상 포인트이다.
어느 날 공연 대기실에서 즉흥 연주로 장난스레 만들어진 ‘담담하게’는 데이브레이크가 지금껏 만들어온 음악 중 가장 심플한 편성과 구성의 어쿠스틱 넘버. 이번 3집 앨범 수록곡 중 가장 밝은 색채를 지닌 ‘Sunny Sunny’는 코믹한 가사와 유려한 멜로디 라인이 돋보이는 곡으로 녹음 당시부터 팬들과 함께 할 가벼운 안무를 고려했을 정도로 기존 데이브레이크 마니아들에게는 가장 뜨거운 반응을 얻을 것으로 예상된다. 멤버 네 명의 연주력에 철저히 기댄 ‘모노 트레인’은 변화무쌍한 코드 진행과 섹션들이 가득 찬 팝 넘버로 공연을 통해 더욱 빛을 발할 것으로 예상된다.
꿈과 삶, 사랑이라는 세 가지 테마를 토대로 몽환적인 사운드를 접목한 ‘My Dream, My Life, My Love’는 본작 중 가장 실험적인 면모가 부각됐을 뿐 아니라 멤버들 역시 애착을 갖고 있는 곡이다. 꿈을 이루지 못했을 때의 처절함, 삶에서 죽음을 직면했을 때의 절박함, 버림받은 사랑에 대한 원망, 그리고 희망을 반복적인 리듬과 멜로디로 풀어냈으며, 병렬 형식의 구조에 점층적인 사운드 확장이 돋보이다. 펑키(Funky)한 리듬 위에 고난위도의 연주 스킬들을 여과 없이 발산하는 ‘Tap Dance’는 이전 발표됐던 ‘Urban Life Style’, ‘Fantasy’ 등과 맥을 이어가는 트랙. 탭 댄스의 역동적인 모습에서 모티브를 얻어 브라스까지 포함된 변화무쌍한 연주로 그려냈다.
데이브레이크 3집 [SPACEenSUM]은 서정적인 삶의 이야기들을 소재로 다양한 기법과 발상을 더해 표현한 작품으로 11곡의 신곡과 더불어 지난해 디지털 싱글로 공개된 ‘Mr. Rolling Stone’, ‘Shall We Dance?’까지 총 13곡을 수록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