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자연스럽게, 더 편안하게. 일상의 감성을 노래하는 어쿠스틱 밴드 '바이루피타'의 첫번째 정규앨범 [Voyage], 잔잔한 감성으로의 여행.
2010년, 2011년 발표했던 EP앨범 [Bye, lupita!]와 [그 밤]으로 적지않은 대중들의 관심을 받았던 어쿠스틱 밴드 '바이루피타'의 첫번째 정규앨범 [Voyage]가 발매되었다. 대중들에게는 조금 어렵게 느껴질 수도 있는 음악인 재즈에 팝의 느낌을 섞어 많은 호평을 받았던 예의 EP앨범들과 같이 보사노바, 스윙, 탱고 등의 다양한 리듬 위에 그들이 느끼는 일상의 감성들을 간결하고 서정적인 멜로디 라인으로 그려냈다. 화려하거나 자극적이지는 않은 음악, 하지만 사람들의 마음에 스며들어 오래도록 여운이 남는 음악을 추구하는 '바이루피타'의 신념처럼 누구의 곁에나 있음직한 이야기들로 이루어진 이번 앨범은 그들이 바라는대로 많은 사람들의 귀를 통해 마음까지 촉촉하게 적셔줄 듯 하다. 대중들에게 더 자연스럽게 다가가기 위해 많은 노력을 했던 그들은 이번에도 자신들의 음악이 '더 자연스럽게' 들렸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모든 녹음 작업을 (어쩔 수 없는 부분들을 제외하고는) 악기별로 따로 녹음을 하는 방식이 아닌 합주를 계속해서 반복하며 그 소리들을 그대로 녹음을 하는 방식으로 진행했다는 점이 흥미로운데 이런 과정들은 분명 듣는 이들로 하여금 색다른 재미를 선사해줄 것이다. 2008년 결성되어 지금까지 충무로 국제영화제, 자라섬 재즈 페스티벌, CJ 영 페스티벌, EBS 헬로루키, MBC 문화콘서트 난장 등에 참여하며 조금씩 자신들의 사운드를 만들어온 바이루피타 멤버들간의 음악적인 호흡을 그대로 느낄 수 있다는 점이 그러한데, 음악적인 모든 부분들이 정확하게 맞아떨어지고 깔끔한 여타의 음악들과 달리 조금은 투박해도 밴드 사운드만의 장점을 느낄 수 있는 앨범이 될 것이다. 현재는 매달 KT 올레아트홀, 홍대 클럽 '핑크문'에서 정기적으로 공연을 하고 있다고 하니, 이런 부분들이 마음에 든다면 바이루피타의 공연들을 찾아가보는 것도 좋은 방법일 듯 하다.
사랑하는 연인을 바라보며 말하는 듯한 가사가 아름다운 보사노바 리듬의 타이틀곡 [일랑일랑]에서부터, 사랑의 감정들을 노래한 [산책], [너에게 달려가], 이별의 아픔과 공허함을 그린 [시리다], [Tango], 여행의 낭만에 대한 [Vagabond blues], [바람의 여행], 떠나간 것들을 그리는 [마지막 노래], 제목처럼 좀 더 멋진 내일을 기대하는 [멋진 내일], 두번째 EP앨범에 수록되어 많은 사랑을 받았던 [밤이 좋아]까지 총 10곡이 수록된 이번 앨범 [Voyage]는 앨범명처럼 바쁜 일상과 걱정들을 잊고 어디론가 여행하는 듯한 기분에 취하게 하기도 하고 때론 누구나 느꼈을 법한 사랑의 감정들을 떠올리게 한다. 음악도 음악이지만 항상 가사에 귀를 기울여달라는 '바이루피타'의 말처럼 요즘 범람하는 자극적인 가사들과는 달리 수수한 수필을 읽는 듯한 느낌이 드는 가사들이 매력적인데, 이러한 가사들이 어쿠스틱 악기들과 어우러져 그들만의 감성을 아름답게 표현하고 있다.
'재즈'라는 사람들에게 익숙하지 않은 음악을 토대로 사람들에게 친근하게 다가가기란 어려운 일일 것이다. 하지만 '바이루피타'의 첫 정규앨범 [Voyage]는 지금까지 그들이 해왔던 많은 노력들-누구나 공감할 수 있고, 어디에서나 듣기 편안한 음악을 만드려는-이 무색하지 않을만큼 재즈와 팝의 경계선 위에서 여유있게 균형을 잡고 있다. 항상 이 경계선 상에서 중심을 잃지 않고 자신들만의 음악을 만들어가고 싶다는 '바이루피타'의 행보가 어떻게 나아갈 지는 지켜봐야 알겠지만 많은 팬들에게 이런 과정을 지켜보는 일은 분명 즐거운 일일 것이다. 게다가 어쿠스틱 악기가 가진 고유의 매력과 편안한 듯 호소력 짙은 목소리가 어우러져 만들어내는 그들만의 사운드는 기존에 발매했던 두 장의 EP앨범과 여러 공연들을 통해 더욱 따뜻해지고 견고해진 듯 보이며 그동안의 많은 경험들은 음악에 노련함을 더한 듯 하다. 답답한 오늘, 조용히 혼자 여행을 가고 싶은 생각이 든다면 '바이루피타'의 [Voyage]와 함께 해보는 건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