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주소년> 박경환, 새로운 시작 ‘afternoon’
초여름 정취를 가득 안은 ‘afternoon’의 EP <남쪽섬으로부터>
2003년 1집 <才洲少年>을 발매하며 음악계의 주목할 만한 밴드로 자리매김했던 ‘재주소년’. ‘귤’, ‘이분단 셋째줄’, ‘마지막 춤은 나와 함께’ 등 담백한 보컬과 풋풋한 소년 감성 멜로디로 사랑 받은 그들은 아쉽게도 2010년 마지막 콘서트를 끝으로 해체했다. 하지만, 헤어짐은 또 다른 만남을 위한 준비라고 했던가. 멤버 박경환이 그를 닮은 이름 ‘afternoon’ 으로 새 음악 여정을 시작한다.
새로운 시작을 위해 내 딛는 그 ‘첫 발’이 어려운 것처럼, 첫 걸음을 위한 이번 EP 작업은 그리 순탄치 않았다. 그는 재주소년 해체 이후 어디서부터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몰라 찾아 든 막막함과 싸워야 했으며 ‘처음 음악을 시작했던 그 때와 같은 설렘이 나에게 다시 찾아올까’와 같이 자신을 슬프게 만드는 고민들로 많은 밤을 지새울 수 밖에 없었던 것이다. 생각만 가득한 시간은 자꾸 흘러갔고, 어떻게든 저질러야겠다는 각오를 다진 뒤 데뷔 앨범 밖으로 추려진 6곡을 작업하여 EP <남쪽섬으로부터>를 선보이게 된다.
‘afternoon’의 데뷔앨범을 미리 느낄 수 있는 6개의 트랙은 한 없이 느리고 꿈 결 같다. 실제로 많은 고민의 시간을 갖고 발매되는 이번 EP에 대해 ‘afternoon’은 ‘먼 곳을 바라보며 들어야 하는 앨범’ 이라고 설명했다. 뿌연 안개 속 선선한 아침공기가 고픈 ‘해변의 아침’, 빛나는 햇살과 커피 한 잔의 여유로움이 느껴지는 ‘coffee’, 꿈 속을 걷는 듯 나른하고 몽환적인 기타 선율이 매력적인 ‘서귀포의 환상’과 ‘어제와 다른 비가 내리는 창 밖을 보면’ 등 전체적으로 빠르지 않은 템포와 어울리는 폭신한 멜로디는 먼 발치에서부터 흘러 우리에게 아련함과 동시에 편안함을 선사한다. 지열이 아스팔트 위로 스멀스멀 올라오는 어느 6월, 나뭇가지 사이로 들어오는 시원한 바람을 온 몸으로 반기듯 따뜻한 오후 같은, 포근한 ‘afternoon’의 음악은 그렇게 스며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