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자신을 위한 환영의 인사 그리고 당신과 나누고 싶은 ‘삶’과 ‘사랑’에 대한 로맨틱한 이야기. 진정성과 여백의 아름다움이 스며있는 음악적 성장의 기록! ‘Somewhere’
“사랑이란 마법과도 같다는 걸 나도 알아요.
오늘따라 왜 이리도 하늘은 맑아지는지. 오후엔 비가 내리길 바라겠어요”
사랑을 예찬하는 중 갑자기 ‘비나 와라’ 하며 체념한 듯 나지막이 읊조리는 그의 목소리를 듣는 순간, 조용한 웃음이 흘러나온다. 달콤 쌉싸름한 ‘사랑’은 항상 행복하진 않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그 안에는 나름의 로맨틱함이 숨어 있다. 그렇게 ‘사랑’을 이야기하는 그의 음악은 까끌한 외피 안에 숨어 있는 달콤한 캔디 같다.
2004년 데뷔앨범 ‘Grand A.M.’과 2007년 2집 ‘Reverse’를 발표하며 자신만의 음악 세계를 구축해 온 싱어송라이터 ‘슬로우 쥰(Slow 6)’이 5년 만의 신보를 발표한다. ‘슬로우 쥰(Slow 6)’은 1994년부터 밴드 활동을 시작해 락큰롤 밴드 ‘오!부라더스’의 멤버로 활동, 뛰어난 기타실력과 믹싱(Mixing) 능력까지 갖춘 다재 다능한 베테랑 싱어송라이터 ‘주현철’의 솔로프로젝트 이름이다.
마지막 앨범을 발표한 이후, 오랜 기간 동안 몇 번의 재 작업을 거치며 완성된 이 앨범은 ‘사랑과 우정’, ‘실패와 두려움’ 등 우리가 살아가며 수 없이 느끼게 되는 다양한 감정들을 기본으로 한다. ‘Somewhere’이라는 타이틀로 미루어 보아 혹자는 이 앨범을 우리가 꿈꾸던 ‘그 곳’ 즉 이상향에 대한 갈망처럼 여길 테지만, 사실 갈망이 아닌 ‘관망’의 시점으로부터 이야기는 시작된다.
여러 해를 지나면서 자신을 둘러싸고 일어난 많은 환경의 변화들을 받아들인 후, 모든 것을 내려놓고 떠난 어떤 여행에서 비롯된 이 앨범은 ‘슬로우 쥰(Slow 6)’이라는 한 남자의 조심스러운 자기고백이다. 흐르는 시간과 변화를 통해 얻어진 신선한 안목 그리고 눈 깜짝할 새에 지나가 버리는 1분 1초의 아쉬운 시간들을 하나하나 꾹꾹 눌러 담은 진정성과 내공이 담긴 13개의 트랙에서 삶을 바라보는 그의 농익은 여유로움이 함께 느껴진다.
특히 이번 앨범은 ‘재주소년’의 멤버였던 ‘유상봉’이 프로듀싱을 맡았다. 이미 슬로우 쥰(Slow 6)과 돈독한 관계인 그는 객관적인 시각이 필요할 때 언제나 곁에 함께 했다. 앨범 전반에서 들려오는 상큼하고 로맨틱한 기타 멜로디의 정체는 바로 어쿠스틱 기타보다 1/3가량 사이즈가 작은 ‘베이비기타’. 이 것을 메인 악기로 제안한 것도 바로 ‘유상봉’이었다. 이전 앨범들과는 다르게 덧입힌 듯한 일렉기타 소리를 의도적으로 배제시키고, 아기자기한 베이비 기타와 푸른 나뭇결 같은 ‘슬로우 쥰(Slow 6)’의 보컬을 뚜렷하게 내 세워 그의 음악은 이전보다 더욱 청정해졌다. 서로 많은 것을 공유하는 둘은 그렇게 새로운 시작을 준비해나갔다.
절친 ‘유상봉’ 이외에도 오랜 음악 동료인 델리스파이스 멤버이자 옐로우 몬스터즈의 드러머 ‘최재혁’과 마이앤트메리(My Aunt Mary)의 베이스 담당 ‘한진영’이 함께 하였으며 실력파 보컬리스트 ‘라이너스의 담요’ 보컬 ‘연진’이 듀엣으로 참여했다. 여백의 미가 살아있는 앨범 자켓은 싱어송라이터 ‘이아립’이 맡았다.
인생에 대한 스케치가 담긴 에세이 같은 음악을 통해 이야기 도구로서의 ‘음악’을 선보이고 있는 이 앨범은 결코 어떤 것도 조바심내지 않는다. 넘치는 교감도, 의도를 알아달라는 강요도 없다. 하지만 그 어느 것 보다 아름답고 풍요롭다. 빽빽함보다는 빈 공간의 울림이 더 공명한 이유도 그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