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정주의 미학의 연금술사... 크리스 글래스필드 !
클래식음악을 기반으로 재즈와 월드뮤직 등 다양한 장르의 음악을 섭렵해온 크리스 글래스필드는 자연친화적인 뉴 에이지 음악으로 30여년에 걸친 자신의 음악여정을 꽃피우고 있다.
특히, 서정적인 선율로 빚어내는 그의 기타연주는 자연이 지닌 아름다운 요소들을 세밀하게 묘사한 한 편의 시를 연상시킨다.
빗방울에 젖은 꽃잎의 처연함과 밤하늘을 물들이는 별들의 속삭임, 그리고 바람결에 스치는 들판의 향기까지 그의 음악세계는 워즈워드의 시가 그러했듯이 자연에 대한 경애로 가득차있다.
영국의 리버풀에서 출생한 글래스필드는 록음악의 르네상스로 일컬어지는 60년대 후반과 70년대 초반에 프로그레시브 록그룹을 이끌고 성공적인 음악생활을 시작한다. 이후, 정통 음악에 대한 깊은 이해와 음악적 역량을 쌓기 위해 대학에 진학하여 클래식기타를 전공하였고 1977년 런던으로 진출하기 전까지 다양한 장르의 음악과 교류하며 자신의 음악관을 넓혀갔다.
클래식기타의 전통을 계승하면서 재즈의 자유로운 즉흥연주와 결합시킨 퓨전 그룹 그랜드 유니온(Grand Union)의 결성은 글래스필드의 명성을 널리 알리는 계기가 되었다.
런던을 중심으로 활동한 이 그룹은 GLAC(Greater London Arts Council)에서 주관하는 신진 재즈뮤지션들의 경연에서 우승함으로써 대중적인 인기와 비평가들로부터 찬사를 동시에 얻게 된다. 그랜드 유니온과의 지속적인 연주활동 이외에도 글래스필드는 텔레비젼과 라디오방송을 위한 음악작업을 병행하였으며 작곡, 연주, 프로듀싱 등 다방면에 걸쳐 자신의 음악적 재능을 펼쳤다.
크리스 글래스필드의 음악여정은 늘 새로운 영감을 향해 가는 길이라 할 수 있다. 재즈와 클래식연주로 명성을 이어나가던 1982년 그는 돌연히 연주활동을 중단하고 인도를 비롯한 동양의 음악을 배우기 위해 또 다시 대학에 진학 한 것이다. 글래스필드는 4년 동안 논리적인 서양음악에서는 찾기 힘든 동양의 정적인 명상을 익히며 자연의 아름다움에 눈뜨게 되었고 깊은 서정과 아름다움에 대한 동경이 어우러진 자신만의 세계를 구축하기에 이른다.
끊임없는 자기정진을 통해 위대한 자연의 진리를 깨달은 크리스 글래스필드는 음악과 시를 통해 자연을 느끼게 하는 진정한 뉴 에이지의 기수이자 시인이며 윌리엄 워즈워드의 주옥같은 시어들을 현대의 감성으로 그려낸 서정주의 미학의 연금술사이기도 하다.
본작 [Ballerina]에는 *존 다울랜드의 ‘Come Heavy Sleep'과 바흐의 ’Siciliana'와 같은 정통 클래식 작품과 13곡의 자작곡을 담고 있으며, 드라마 [푸른안개]의 O.S.T.에 수록되어 많은 인기를 얻었던 ‘Golden Land'를 포함시켜 반가움을 더해주고 있다. 단아한 클래식기타의 울림으로 빚어내는 서정적인 선율은 맑고 투명한 감성 그 자체로 다가온다. 안개에 쌓인 호수(Blue Mist)가 되거나 시리도록 푸른 하늘(High Skies)의 구름이 되기도 한다. 또한, 지난여름의 추억이 되기도 하며(Last Summer) 빗방울의 잔잔한 울림(Raindrops)이 되어 가슴을 두드리기도 한다. 어리석은 사랑에 대한 탄식(Love's Fool), 발레리나의 유연하지만 아스라한 몸짓(Ballerina), 그리고 잊지 못할 연인의 이름(Julie)이 되기도 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