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영도 정규 1집(Unsophisticated)
전영도는 2007년 디지털 싱글[여행, 안녕] 뉴에이지 연주곡 음악으로 처음 데뷔하였다. 이미 데뷔전부터 아마추어계에선 인디 영화음악, 게임 및 시집 배경음악 등의 작곡가로서 활동을 해왔으며, 데뷔 후 3장의 디지털 싱글을 통해 그 만의 두터운 뉴에이지 매니아 층을 만들어 냈다. 그러나 당시 학생 신분으로 소속된 기획사 없이 개별적인 음악작업을 지속해내지 못하였고, 이후 4년간의 공백기를 보냈다. 그러나 그 음악에 대한 열정은 식지 않았으며, 틈틈이 해오던 습작들이 결국 2012년 정규 1집이 되어 그를 다시 되돌아오게 했다. 놀랍게도 이번 앨범의 장르는 모던 락 & 발라드로 이뤄진 노래 음반이다. 즉 전곡 작사, 작곡, 편곡, 악기녹음, 노래를 모두 혼자서 해낸 싱어송라이터로서 컴백한 것이다.
‘Unsohphisticated’는 정돈되지 않은, 복잡하지 않은 이란 뜻으로 공백 기간 동안에 그가 하고 싶었던 모든 음악들을 한 군데에 모아 놓은 총 집합 결정체라 할 수 있겠다. 물론 정돈 되지 않았다. 각각의 다양한 장르들이 복합적이며 혹자는 일관성이 없는 앨범이라 할 수도 있겠다. 그러나 오랫동안 그의 음악을 들어온 팬 층이라면 다양한 장르들 가운데 속에서도 전영도만의 색깔을 충분히 느낄 수가 있을 것이다. 그의 음악을 듣고 있으면 'dark blue' 내지는 'gray'가 떠오른다. 대체로 어둡다. 노래는 장조이지만 느낌은 어둡다. 이전 미니 음반 때부터 추구해오던 일명 ‘밝은 어두움’의 느낌이 이번 정규앨범에서도 고스란히 담겨있다. 하지만 이번 앨범은 홈 레코딩과 마스터링조차 되지 않은 지난 음반과는 달리 전곡이 홍대 웨이브스튜디오에서 녹음 및 믹싱, 마스터링 되었고 약 5개월이라는 작업기간을 통해 하이 퀄리티의 음원으로 창출되었다.
총 8곡이 수록된 이번 음반의 첫 번째 트랙 ‘Intro(여행)’는 지난 디지털싱글 ‘여행’의 리메이크 버전이다. 그러나 변화된 박자 및 멜로디는 이전 보다 더욱 세련된 느낌을 갖게 한다. 두 번째 트랙 ‘플라토닉’은 이번 앨범에서 가장 강한 사운드인 모던 락 풍의 곡이다. 기존의 팬이라면 아마도 이 곡에서 가장 큰 충격을 느낄 수 있는 장르의 시도가 아닌가 한다. 플라토닉 사랑의 고귀함을 잃어가는 세태에 대한 비판이 담긴 곡이다. 세 번째 트랙 ‘알잖아’ 는 이번 음반의 타이틀곡으로서 호소력 짙은 중저음의 보컬과 반복적인 멜로디가 감성을 자극한다. 다섯 번째 트랙 ‘행복한 날’은 생일축하 노래의 피아노 전주가 인상적이다. 제목과 달리 ‘특별한 날에 더 초라해지는 그 슬픔’이란 가사로 풀어나가는 반어적인 노래이다. 생일을 외롭게 보내는 이의 대한 노래로 하모니카의 소리는 그 쓸쓸한 느낌을 더욱 끌어올린다. 네 번째와 여덟번째 트랙의 ‘그날이후’는 두가지 버전으로 실려있다. 사이키델릭한 일렉트로닉 장르의 곡이 통기타 한 대만 으로 이뤄진 어쿠스틱버전의 곡으로 편곡되어 같은 멜로디의 다른 느낌의 두곡을 비교해보는 재미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