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맨틱 펀치”의 세 번째 미니앨범 [Silent Night] 발매.
팔색조. 다양한 매력을 지닌 사람을 칭송하는 흔한 표현이다.
로맨틱펀치의 세 번째 미니음반 [Silent Night]이 발매되었다. 로맨틱펀치의 다양성을 말하는 것은 그들이 그간 들려주었던 음반들에 견주어 이제는 새삼스럽다고까지 느껴지기도 하지만, 트렌드와 복고의 사이 어디쯤에서 파생될 치명적인 오리지널을 꿈꾸고 있다고 말하는 듯, 로맨틱펀치의 다양성은 어쩌면 지금 그 정점에 와 있는 것처럼도 보인다. 사운드, 장르, 그리고 대중적 감성과 실험적 요소마저 제한 없이 가미된 로맨틱펀치의 세 번째 미니음반 [Silent Night]은 마치 보이지 않는 신의 규율을 따르는 광활한 자연처럼 신비롭고, 새로 맞는 아침처럼 친근하다.
첫 번째 트랙, ‘Holic'은 신디사이저의 전주가 돋보이는 일렉트로니카 넘버이다. 제목처럼 중독적인 패턴 사운드가 인상적이며 강렬한 비트 위에 담아낸 마이너 감성이 환상 속에서 절규할 수밖에 없는 존재의 처절함을 부각시켜준다. 신음, 환각, 적절한 공명이 만들어내는 카타르시스가 배어있는 곡이다. 두 번째 트랙인 ‘메이데이 메이데이(Mayday Mayday)’는 음반의 타이틀곡으로 가스펠적인 요소를 담고 있는 밝은 느낌의 곡이다. 외로움과 불안, 초조함에서 구원해 줄 누군가를 기다리는 직설적인 메시지와 리듬의 화려한 변화로 서사적인 느낌을 극한으로 표현했으며, 의도가 분명한 사운드, 그리고 그 반전의 매력은 다소 인위적이나 결코 작위적이지는 않다.
음반의 제목과 동명인 세 번째 트랙, ‘Silent Night'은 잘 만들어진 한 편의 로맨스 영화를 보는 것처럼 상상만으로 그림이 그려지는 시각적 효과를 담아내는 데 성공했다고 말할 수 있다. 고요한 공간 안에 시간에 쫓기는 것 같은 기타 소리와 베이스 라인이 바탕을 그리고 멜로디와 가사로 때로는 화려하게, 때로는 단출하게 색감을 입혔다. 비장하게 말하는 이별이지만 그 끝은 더욱 초라하고 아쉬움이 남는다. 네 번째 트랙, 'Down Down Down'은 긴장감 있는 베이스 리프를 바탕으로 강한 기타 사운드, 적절한 드럼 비트, 독특하고 호소력 짙은 보컬까지 밴드적인 요소를 가장 잘 조화시킨 가장 밴드스러운 곡이다. 중간 중간 잡음에 가까운 기타 소리는 더욱 퇴폐적인 느낌을 주며 그 위에 얹힌 보이스는 그 완성에 이른다. 마지막 트랙, ‘애모’는 90년대 히트곡 김수희의 ‘애모’를 로맨틱펀치만의 감성으로 재해석한 곡으로, 한국적인 정서를 그대로 살리면서도 80년대 미국에서 유행한 락 발라드적인 토대를 심어놓았다. 편곡에서의 과감한 시도와 섬세한 연출이 돋보인다.
고요한 밤을 맞는 이들은 모두가 그 느낌을 달리한다. 어떤 이는 을씨년스러울 것이며 어떤 이에게는 고즈넉할 수 있고, 또 어떤 이에게는 정적을 깨고 싶은 욕구일 수 있다. 그렇다면 당신에게 로맨틱펀치의 [Silent Night]은 어떨까. 어불성설이지만 복고를 지향하는 트렌드라고 할까, 그 사운드를 명확히 정의하기는 어렵지만 분명한 것은 로맨틱펀치는 그들만의 독자적인 노선을 택했다는 것이다. 만약 당신이 오래전에 포장된 아스팔트 위를 달릴 때 덜컹하는 소리에 마저 기분이 야릇해 진다면 자, 이제 그들이 새롭게 들려주는 [Silent Night]을 들을 준비가 되었다고 하겠다. 고요하지만 파괴적인, 다채롭지만 일관성 있는 그 신비의 세계로 함께 들어 가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