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스타K의 그릇에 담기지 못한 참가자가 있었다.
사실 그것은 그의 탓이 아니다. 천재의 자유로운 영혼은, 때로는 어디에도 껴맞춰지지 않는 법
그의 자유분방함이 그대로 첫 싱글앨범 ‘SORI’에 담겨있다.
싱글 "소리"는 영국의 미들섹스대학교에서 소리예술을 전공할 당시 만들어졌던 음원이다.
‘슈퍼스타K" 의 화제성이 김훈의 음악적 노선에 영향을 미친 부분은 전혀 없어 보인다. 김훈에 대한 사전정보가 없는 사람은 ‘슈퍼스타K’ 출신이라는 꼬리표 때문에 음악을 듣기 전부터 반감을 가질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런 선입견은 지워도 좋다는 말이다.
김훈이 홈페이지를 통해 공개한 자작곡들에 대한 일반인들의 감상평은 대개 “독특한 세계관을 가졌다. 신비롭다. 몽환적이다” 등과 같았다. 김훈은 이제 본인의 음악을 보다 본격적으로 평가받을 때가 됐다.
싱글 <소리>에는 타이틀곡 ‘소리’의 두 가지 버전과 두 개의 즉흥 피아노 연주곡이 실렸다. ‘소리’는 회상을 주제로 한 곡이다. 김훈은 자신이 태어난 이후 들어온 자연의 소리, 동물의 소리, 사람의 소리 등 ‘음악 이전의 소리’에 대해 노래하고 있다. 여러 소리를 점층적으로 열거하면서 점점 삶에 대한 여러 이미지를 떠올리게 하는 방식이라고 할까? 김훈이 자신이 만들어놓은 수십여 개의 곡 중 이 노래를 첫 싱글로 선택한 이유는 아마도 곡이 가진 순수함 때문이 아닌가 한다. 이는 자기 음악의 첫 레퍼런스를 세상에 펼쳐놓는 것이라고도 볼 수 있겠다. 멜로디는 동요처럼 친근하다. 동요 ‘섬집아기’와 같이 청자를 편안하게 보듬어주는 곡이랄까? 아이와 같은 여린 목소리에서는 순수함도 느껴진다.
‘소리’는 ‘Sori(Pllgrimage Album Version)’와 ‘Sori(Hooncapella Version)’ 두 가지 버전으로 들어볼 수 있다. ‘Sori(Pllgrimage Album Version)’은 보컬과 미디, 신디사이저를 통한 오케스트레이션을 중심으로 곡이 진행된다. 이 버전에서는 유럽 교회음악의 고전적인 느낌부터 시우르 로스(Sigur Ros), 애니멀 컬렉티브(Animal Collective)와 같은 드림 팝 계열의 환상적인 질감에 이르기까지 복합적인 감성을 느껴볼 수 있다. ‘Sori(Hooncapella Version)’는 제목 그대로 아카펠라 버전으로 그레고리안 찬트와 같은 성스러운 분위기를 자아낸다. ‘소리’는 김훈의 정서적인 배경 뿐 아니라 음악적인 뿌리까지도 짐작해볼 수 있는 곡이다.
싱글에 함께 수록된 피아노 연주곡 ‘Broken Heart Impromptu Ι’, ‘Broken Heart Impromptu Ⅱ’는 김훈의 즉흥 연주곡이다. 전자음이 아닌 클래식 피아노의 양식미, 특히 인상주의 작풍이 느껴지는 연주가 놀랍다. 개인적인 감상이지만 두 연주곡에서 롤플레잉 게임의 고전 ‘파이널 판타지’, ‘드래곤 퀘스트’의 배경음악에서 느낄 수 있는 드라마틱함을 떠올려본다. 김훈은 어린 시절부터 가요, 팝, 클래식, 아방가르드 등과 함께 게임음악에도 큰 관심을 가졌다고 하는데, 아마도 그때의 추억이 즉흥적인 선율에 담긴 것은 아닐까 예상해본다.
사운드 클라우드에 김훈이 올려놓은 자작곡들을 열심히 들어본 팬들이라면 단 4개의 트랙(‘소리’의 두 가지 버전, 두 개의 연주곡)으로만 이루어진 싱글이 다소 아쉬울 법하다. 하지만 이번 싱글은 김훈은 음악적 방향성을 짐작해보는 데에는 부족하지 않다고 본다. 이 독특한 뮤지션의 정규앨범을 기대해본다. (유니온프레스 _ 권석정 기자)
“소리없는 아우성, 소리가 들리는 순간, 소리에서 전해오는 내 깊은 감정의 순간.
0.00001초간의 정지된 나 혹은 세상. 짧지만 깊은 고요를 전달해주고 싶다.” _ 어금니 감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