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칠고 투박한 태풍과 같은 사운드의 중심에서 서슬 퍼렇게 빛나고 있는 감성의 눈.
싱어송 라이터 박창근의 신보 "None Grunge"
싱어송 라이터인 박창근의 이전 3집까지의 앨범과는 확연히 다른 그런지(Grunge) 사운드의 싱글 신보 None Grunge가 3월 출시되었다. 총 4곡이 수록되어있는 본 앨범은 그의 기존 앨범에서 들려주던 그 만의 유니크한 포크락도 그렇다고 앨범 제목처럼 본격적인 그런지 락도 아니지만 그의 행보에 주목한다면 그가 이번 앨범에 무언가 단단히 각오했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든다.
기존의 앨범에서 간간히 보였던 약간은 빈티지하고 거친 사운드들이 본 앨범에서 마치 그런지락을 듣는 것과 같이 더욱 과감하게 거칠고 투박해졌다. 굵고 거친 입자감의 몰아치는 기타 사운드와 투박한 느낌의 드러밍, 거의 모노에 가까운 직설적인 사운드 믹싱은 마치 천천히 돌고 있는 거대한 태풍과도 같다. 강력한 소용돌이 일수록 그 중심의 눈은 더 명확해지듯이 그런 사운드의 중심에는 더욱 명료한 주제의식과 감성이 태풍의 눈처럼 자리잡고 있다. 거친 사운드 속에서도 확실한 멜로디라인과 드라마틱한 구성들은 창작자가 의도한 감성을 명료하고 예민하게 드러내고 있다. 또한, 그의 미성은 태풍과 같은 사운드 속에서도 더욱 분명히 가사를 읊어 내린다. 그가 노래하는 4곡의 위선, 상실감, 그리움, 애틋함은 그렇게 우리의 감성을 파고들어 그 낯설고 거친 사운드 안에서 교감의 카타르시스를 기어코 끄집어 내고 만다.
이번 작품이 그를 아는 이에게도 낯설고 그를 모르는 이에게도 똑같이 낯선 컨셉의 앨범일 수 있지만 그가 이 앨범에 심어놓은 명확한 감성의 심지와 닿은 순간 그 낯설고 거친 사운드는 순식간에 아름답고 중독적인 사운드로 바뀔 것이다.
주현준(아날로그유나이티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