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만의 컴백, 제8극장 두 번째 정규앨범 [양화대교]
그 동안 제8극장의 가사에선 전화기, 편의점 같은 현대사회를 나타내는 상징들은 집착에 가까울 정도로 등장한 적이 없었다. 그나마 가까웠던 것이 '스탈린그라드' 정도려나. 이런 집착을 통해 제8극장만의 판타지 스럽기도 하고 한없이 화려하면서도 어딘가 쓸쓸한 제8극장만의 색깔은 점점 더 짙어져 왔다. 급기야 앨범 전체를 ‘항해’라는 컨셉으로 연결 시켜버린 정규 1집 [나는 앵무새 파리넬리다!] 는 그 정점이었다고 볼 수 있을 정도.
이런 고집스러운 제8극장만의 강한 색깔은 많은 동료 뮤지션들의 찬사와 매니아층의 지지를 받았음에도 대중적인 공감을 얻기에는 불친절한 음악이라는 평가도 함께 했었다. 그리고 2년이 흘러 두 번째 앨범을 들고 나타난 제8극장, 드디어 현실세계에 나타났다.전화기나 편의점 수준이 아니라 아예 [양화대교]라는 타이틀에서, 현대 서울 시민의 고단한 삶이 느껴지는 박력있는 자켓까지 모든 부분에서 제8극장이 현실세계에 등장했음을 선언하고 있는 것이다. 그럼에도 뮤지컬과 비교될 정도로 화려한 편곡을 보여주고 밝디 밝은 분위기 속에서도 어딘가 한 켠에는 쓸쓸한 느낌을 자아내던 제8극장의 색깔은 한층 더 강해졌다. 심지어 판타지한 느낌 마저도! 기존의제8극장 스타일을 좋아하던 팬들과 대중의 취향까지 모두를 사로잡을 결과물을 결국 만들어냈다는 느낌이다.
[텀블벅 소셜펀딩 대박 신화, 팬들과 함께 제작한 앨범]
2집곡들의 녹음을 마쳤을 무렵. 최악의 재정난에 놓여있던 제8극장은 앨범 프레싱 비용을 모금받는 소셜펀드를 텀블벅이라는 사이트를 통해 진행했다. 일종의 선 주문 방식이라고도 볼 수 있는 이 소셜펀드는 미리 제작비를 후원 받고 목표금액이 달성되면 그에 따른 선물을 제공하는 방식이다.
후원자에게 제공하는 각종 선물과 혜택으로는 홍보용으로만 찍어 비매품인 '사람을 찾습니다' 싱글 시디, 한정판으로 제작되는 제8극장 2집카세트 테이프, 로고 티셔츠, 2013년 제8극장 모든 공연의 프리패스, 후원자의 사연에 맞춰 직접 곡을 만들고 녹음해주는 등의 빛나는 아이디어로 무장되어 있었다.
그리고 팬들도, 제8극장 본인들도, 동료 뮤지션들도 예상 못한 일이 벌어졌다. 당일에 목표액이 달성되고 이틀 만에 두 배가 되고 10일만에 천만원을 넘어선 것.
졸지에 함께 앨범을 제작하는 처지가 된 팬들도, 제8극장 본인들도, 동료 뮤지션들도 모두가 이 모금이 진행되는 과정을 그야말로 구경하게 되었고, 아껴 모은 용돈을 보내준 대학생부터, 조금이라도 보태고 싶다는 고3학생등 감동적인 댓글도 이어지며 IMF금모으기에 버금가는 제8극장 앨범 만들기는 발매도 되기 전에 이미 신선한 충격과 화제를 불러 일으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