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국내 인디 음악에서 가장 주목해야 할 레이블이자 프로듀싱 팩토리
레코딩과 제작, 유통, 홍보, 공연에 이르기까지 독보적인 발걸음을 이어가고 있는 매직스트로베리 사운드의 첫 번째 레이블 앨범 "내가 너의 작곡가"레이블, 매직스트로베리 사운드
지금 국내의 인디 음악 상황은 그 어느 때보다 뜨겁고 활기차다. 인디라는 이름이 쓰이기 시작한 이후, 그 어느 때보다 많은 앨범들이 발매 되고 있고, 그 만큼 내용과 수준이 높은 앨범들도 꾸준히 선보이고 있으며, 적지 않은 인디음악들이 비주류를 넘어 주류로, 국내를 넘어 해외로 나아가고 있는 모습은 그 자체로 인상적이다. 그 중심에는 춘추 전국 시대처럼 다양한 인디 레이블들이 자리하고 있는데, 그 속에서도 가장 돋보이는 활동을 보여주고 있는 레이블이 바로 매직스트로베리 사운드다.
레이블, 쉽게 이야기하면 YG나 SM같은 음반회사다. 음반의 녹음과 제작, 홍보와 공연에 이르기까지의 일들을 하는 회사가 바로 레이블인데, 매직스트로베리 사운드는 이런 레이블 중에서도 가장 독특한 모습으로 다가온다. 소속 아티스트만 보더라도 충격적이다. 레이블을 만들고 시작한 소다의 올드피쉬부터, 정차식, 옥상달빛, 요조, 루싸이트 토끼, 선우정아, 이영훈, 남녀공룡, 사람 또 사람, K.AFKA, 레인보우99까지 도대체가 음악적으로도 외모적으로도 어울릴 것 같지 않은, 극과 극의 아티스트 조합이다. 옥상달빛과 K.AFKA가 함께 라니 이상하지 않은가?
이런 충격적인 아티스트 조합이 가능한 이유는 바로 매직스트로베리 사운드가 어느 레이블보다 아티스트 각자에게 최대한의 독립성을 보장하며 말 그대로의 인디를 실천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옥상달빛과 K.AFKA가 각자의 음악을 그들만의 스타일로 마음껏 펼쳐 보이며 함께 할 수 있는 것이다. 그렇다고 아티스트에게 모두 맡겨 버리는 것도 아니다. 프로듀싱 시스템이 가장 잘 녹아들어있는 레이블이 바로 매직스트로베리 사운드이기 때문이다. 덕분에 발매 되는 앨범들 모두 음악성과 대중성 뿐 아니라, 높은 퀄리티를 유지하고 있다. 대중과 평론가들이 매직스트로베리 사운드에서 발매되는 앨범에 높은 점수를 주며 주목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내가 너의 작곡가
매직스트로베리 사운드의 첫 번째 레이블 앨범 프로젝트의 이름이다. 매직스트로베리 사운드에 따르면 레이블 컴필레이션 앨범을 고민하던 중 소속 아티스트들간의 교류와 협력을 통해 새로운 음악 콘텐츠를 마련하고, 뮤지션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되고자 기획했다고 하는 "내가 너의 작곡가"는 추첨을 통해 자신이 노래를 선물할 팀을 선정하고, 이렇게 정해진 콜라보를 통해 총 10곡의 신곡과 작업과정, 인터뷰, 비하인드스토리 등이 담긴 방송형 영상 컨텐츠(DVD)까지 함께 제작, 공개하는 프로젝트다.
이야기만 들어도 설레는 이 프로젝트를 처음 들었을 때, 가능할 것이라고 생각한 사람은 많지 않았다고 한다. 소속 아티스트 모두가 싱어송라이터일 때만 가능한 프로젝트인데다가 아무리 뛰어난 싱어송라이터라고 해도, 그만큼 각자의 개성이 뚜렷한 아티스트들이기 때문에 쉽지 않은 작업이 될 것이라고 생각했던 것이다. 하지만 매직스트로베리 사운드의 아티스트들은 채 세 달도 안 걸려 모든 작업을 마무리했다고 한다. 레이블과 아티스트, 아티스트와 아티스트 서로에 대한 배려와 존중이 없다면 불가능한 프로젝트인 ‘내가 너의 작곡가’, 생각해보니 애초에 매직스트로베리 사운드가 아니라면 불가능한 프로젝트였다.
열 곡, 열 팀, 열 가지의 조합 + α
프로젝트의 시작이었던 아티스트 추첨의 결과, 열 가지의 조합이 나왔다. 앨범에 수록 된 순서로 소개하자면 첫 번째 조합은 남녀공룡의 곡과 요조의 목소리가 만난 ‘This means goodbye‘다. 처음 만난 곳에서 이별하는 이야기라는 이곡은 남녀공룡의 이전 음악들처럼 여전히 아련하고 공간감 있는 신서사이저 소리와 독특한 소리의 비트위로 요조의 차분하고 덤덤한 목소리가 더해지며, 도시를 살아가며 만남과 이별을 반복하는 우리들을 다시 생각하게 한다.
두 번째 조합은 루싸이트 토끼의 곡과 사람 또 사람의 목소리가 만난 ‘예!’다. 당당히 1위를 차지해 앨범의 타이틀곡으로 선정된 만큼 도입부부터 흘러나오는 비트와 김선영(루사이트 토끼)의 기타는 단번에 듣는 이를 사로잡고, 여전히 정확한 발음을 자랑하는 ‘사람 또 사람‘의 노래는 신나는 비트에 맞춰 기존의 ‘사람 또 사람‘의 노래와는 다르게 더 역동적인 느낌으로 다가오며 곡의 재미를 더해준다. 특히 ’예!예!예!’라고 외치는 후렴구는 일상에 지친 모두에게 기분 좋은 응원가로 손색이 없다.
세 번째 조합은 이영훈의 곡과 옥상달빛의 목소리가 만난 ‘기억하는지‘다. 이영훈만의 가슴시린 가사와 여운 가득한 곡의 진행에 옥상달빛의 목소리가 만나 우리 모두가 경험했고, 경험하게 될 건축학개론 시절의 공간으로 우리를 안내한다. 보컬이 누군지 노래를 참 잘했다는 옥상달빛의 말처럼 예전보다 더 성숙해진 옥상달빛의 담담한 목소리는 듣는 이를 더 애잔하게 한다.
네 번째 조합은 가장 강렬한 만남으로, 카프카의 곡과 선우정아의 목소리가 만난 ‘Rush'다. 기존의 카프카의 곡들보다 더 심플하고 락킹한 곡으로, 강렬한 기타리프와 빠른 비트위에 시원하게 뻗는 선우정아의 목소리가 만나 질주 감을 더욱 증폭시킨다. 복잡한 생각을 정리하고 싶을 때, 이곡 ’RUSH'를 들으며 걷다보면 어느새 한 가지 생각에 집중하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다섯 번째 조합은 옥상달빛의 곡과 K.AFKA의 목소리와 일렉기타가 만난 ‘1015’다. 가장 안 어울리는 조합으로 꼽혔던 조합이기에 걱정부터 앞섰지만, 쓸데없는 걱정이었다. 그들은 앨범에서 가장 웅장하고 이미지적인 곡을 만들어냈다. 옥상달빛은 눈이 오는날 황량한 벌판을 달려가는 모습을 상상하며 만들었다고 하는데, 채영(K.AFKA)의 독특한 목소리와 현악과 브라스를 받치는 창렬(K.AFKA)의 일렉기타는 우리를 눈이 오는 날 황량한 벌판 그 한가운데로 안내한다.
여섯 번째 조합은 관계자 투표에서 1위를 차지한 곡으로, 요조의 곡에 이영훈의 목소리가 더해진 ‘ephemera’다. ephemera, 하루살이라는 뜻의 이 곡은 어쩌면 앨범에서 가장 아름다운 곡이라고 할 수 있겠다. 정갈한 어쿠스틱 기타 반주위로 흐르는 이영훈의 목소리는 조용하지만 힘 있게 이야기하는 요조의 가사와 만나 뒤돌아보지 않고 계속 걸어가자는 명확한 메시지를 던져준다. 모두가 가장 재미없을 조합이라고 이야기했지만, 곡을 듣고 있다 보면 이렇게 어울릴 수도 없다.
일곱 번째 조합은 가장 문제적인 조합이자, 수줍게 꼴등을 차지하며 두 번째 타이틀곡으로 선정된 레인보우99의 곡과 정차식의 목소리가 만난 ‘살아보자’다. 꼴등이라고는 하나, 두 아티스트의 성향이 그대로 묻어나온, 이 앨범에서 가장 솔직한 곡이다. 워낙 대중음악과는 거리가 있는 레인보우99의 곡에, 창이나 타령의 방법론으로 사나이의 정서를 자신만의 목소리로 표현해온 정차식의 노래가 만나 ‘살아보자’라는 독특한 곡으로 완성되었다. 거기에 초반부에 들려오는 정차식의 부산 사투리 가득한 나레이션은 곡을 더 독특한 경지로 이끈다.
여덟 번째 조합은 선우정아의 곡에 루싸이트 토끼의 목소리가 만난 ‘Sexy Tokki’다. 제목이 ‘Sexy Tokki‘라고는 하지만, 어떻게 들어도 귀여운 건 어쩔 수가 없다. 마치 예전 디즈니 만화의 배경 음악이나, 뮤지컬 음악처럼 변화무쌍한 선우정아의 곡에, 여전히 군더더기 없는 조예진(루싸이트 토끼)의 노래와, 좀처럼 보기 힘든 김선영(루싸이트 토끼)의 연극적인 나레이션까지, ’Sexy Tokki’는 그녀들을 사랑하는 팬들에게 정말 귀중한 선물이 될 곡이다.
아홉 번째 조합은 정차식의 곡에 남녀공룡의 목소리가 함께한 ‘Ursula Scream’이다. 히스패닉 스타일의 댄스 넘버라는 정차식의 소개처럼, 착착 감기는 비트와 신서사이저, 애절한 하모니카와 찰진 어쿠스틱 기타의 조화 속에, 생각보다 섹시한 남녀공룡의 목소리가 어울려져, 듣는 이에게 모래 바람과, 추격의 긴장감이 가득한, 영화 ‘놈, 놈, 놈’의 한 가운데 서있는 기분을 선사한다.
마지막 열 번째 조합은 네티즌 투표 1위라는 기적을 만들었던 곡으로, 사람 또 사람의 곡과 레인보우99의 목소리가 만난 ‘아주 천천히’다. 네티즌 투표 1위가 무슨 기적이냐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적어도 레인보우99가 노래한 곡이 1위를 했다는 사실은 꽤 인상적이다. 싱어송라이터라고는 하지만, 대부분의 곡이 연주곡 이였고, 가끔들리던 목소리마저 희미했기에 아무도 전면에 나선 레인보우99의 목소리를 기대하지 않았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아주 천천히 진행되는 이별의 감성을 담은 사람 또 사람의 곡에 덧입혀진 레인보우99의 목소리는 생각보다 더 세심하고 정확하며, 설득력 있다. 어쩌면 이번 프로젝트에서 가장 의외의 수확이라면 레인보우99의 목소리가 아닐까 한다.
앨범에는 이 10곡 외에도 매직스트로베리 사운드의 베스트 음원이 두 번째 시디에, 한정반으로 제작되는 60분 분량의 DVD가 포함되는데, LP사이즈의 스페셜 패키지 구성으로 제작된다고 하니, +α로 부족함이 없다.
그리고 앞으로의 매직스트로베리 사운드
매직스트로베리 사운드는 이야기한다.
“장르도 다양하고 생김새도 다양한 우리들이지만 매직스트로베리 사운드 안에서 함께 나누고 만들어가는 마음은 하나에요. 장르보다는 음악을, 기술보다는 사람을, 돈보다는 가치를, 폭력보다는 아름다움을, 말보다는 행동을, 괴로움보다는 행복을 생각하는 매직스트로베리 사운드의 마음도요.
그리고 매직스트로베리 사운드는 항상 고민해요. 어떻게 더 좋은 음악을 더 독립적으로 더 널리 알릴 수있을까하고요. 앞으로 더 열심히 고민하고 행동할 매직스트로베리 사운드. 응원해 주세요.“
응원을 안할 수 가 없다. 우리가 앞으로의 매직스트로베리 사운드를 더 기대하게 되는 이유다.
매직스트로베리 사운드의 보물 같은 아티스트들도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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