낯설고도 아름다운 조우, [Unplanned Works].
모든 것은 계획되지 않았다. 2013년 7월 두 사람은 처음 작업실에 모였다. 그땐 단순히 김영민의 솔로 프로젝트에 김현태가 기타를 쳐 주러 온 것뿐이었다. 그 전까지 김현태는 예전에 하던 밴드를 그만두고 자신의 작은 방에서 기타로 노래를 만들고 있었다. 김영민 역시 늘 하던 대로 혼자만의 전자음악 작업을 이어가고 있었다. 그렇게 두 사람은 각자가 갈 방향으로 평행하게 걸어갈 뿐이었다. 그런 두 사람이었기에, 작업실에서 처음 만난 날만 해도 그들은 알지 못했다. 두 사람의 접점이 일으킨 작은 스파크가 이 한 장의 앨범으로 귀결될 거란 사실을.
프로듀서 김영민은 키보드와 신디사이저를 다루며 전반적인 곡 구성을 책임지고 있다. 골드문트의 풍성한 사운드는 전적으로 그의 손 안에서 빚어진다. 거기에 기타/보컬 김현태가 그만의 정서를 담은 멜로디와 가사로 노래에 색을 덧칠한다. 이 과정은 절묘하게도 팀명의 모티브가 된 헤르만 헤세의 소설 ‘나르치스와 골드문트’를 떠올리게 한다. 이성을 상징하는 소년 나르치스와 감정을 상징하는 소년 골드문트의 인연은 김영민과 김현태가 만들어 내는 하모니를 닮았다.
기타 녹음 작업을 마친 뒤 김영민은 김현태에게 노래를 함께 만들어 보는 게 어떻겠냐고 제안한다. 김현태가 그에 흔쾌히 찬성하며 팀은 갑작스럽게 결성되었다. 이후 이어진 작업은 모두 무계획에 따랐다. 그들에겐 앨범을 내 보자는 막연한 열망이 있었을 뿐, 그것의 결과물이 어떻게 나타날지는 두 사람조차도 가늠할 수 없었다. 앨범의 콘셉트 같은 것을 생각하기에는 그들의 열의가 너무도 컸다. 두 사람은 그저 한 곡 한 곡을 써 내려갔을 뿐이다. 김영민이 거의 하룻밤만의 영감으로 곡 구성을 마치면 김현태가 가사와 멜로디를 덧붙였다. 이런 그들의 계획되지 않은 순수한 영감은 [Unplanned Works]를 일렉트로니카에서 모던 록까지 아우르는 대담한 앨범으로 만들었다.
[Unplanned Works]에는 세 명의 뮤지션이 리믹스에 참여했다. 21살의 나이에 싱글 [Skydriver]로 한국 전자 음악의 미래를 보여준 프로듀서 Cabinett, [Titan Waves] EP에서 드림 팝, 칠 웨이브 등 몽환적인 사운드를 들려 주는 Titan Slang, 앨범 [ECHO]로 자신의 존재감을 확고히 한 YUKARI까지. 씬의 숨은 실력자들이 각자의 노련한 재능으로 골드문트의 트랙들을 리믹스하여 듣는 이의 귀를 즐겁게 해 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