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out 붕가붕가레코드
2004년, 스스로 좋은 음악을 하고 있지만 좋은 음악이라고 해도 반드시 상업적으로 성공하는 것은 아니니 오래 음악을 하려면 그에 마땅한 방법이 필요하다는 문제 의식을 가지고 있던 한 무리가 있었다. 이들은 ‘지속가능한 딴따라질(Sustainable DoReMi)’라는 것을 모토로 내세우고 그것을 ‘음악인 스스로 자신의 음악을 표현할 수 있는 가능성을 손상시키지 않는 범위에서 생계적인 필요를 충족시키는 음악 작업’으로 정의한 후 좁게는 스스로의 지속 가능성을 도모하고 넓게는 대중 음악 전체의 다양성을 증진시키는 것을 목표로 삼았다.
그리하여 이듬해인 2005년 2월, 개나 고양이 등이 사람 다리나 봉제 인형 따위에 매달려 스스로 성욕을 해소하는 행위인 ‘붕가붕가’에서 이름을 딴 인디 레이블 ‘붕가붕가레코드’가 설립된다.
이를 위한 구체적인 전략으로 초기의 붕가붕가레코드는 능률적인 음색과 간결한 디자인, 그리고 수공업 생산을 특징으로 하는 독자적 음반 포맷인 ‘수공업 소형음반’을 고안, 음악인들로 하여금 들이는 비용을 최소화하면서 효율적으로 대중들을 만날 수 있도록 했다. 이러한 실험을 통해 여러 아티스트들이 데뷔했고, 이들 중 장기하와 얼굴들, 브로콜리 너마저 등이 기록적인 흥행을 거두면서 지속 가능한 기틀을 다지게 되었다. 그 결과 웬만큼 형편이 나아져 이제는 더 이상 음반을 내기 위해 공CD를 굽고 있지는 않지만, 능률적이고 간결하게 가자는 애초의 문제의식은 여전히 유지하면서 돈이 들어오는 만큼 더 좋은 음악을 만들기 위해 매진하고 있다.
그렇게 2014년, 10년차 인디 레이블 붕가붕가레코드에는 현재 술탄 오브 더 디스코, 아마도 이자람 밴드, 불나방 스타 쏘세지 클럽, 눈뜨고코베인, 씨 없는 수박 김대중, 김간지x하헌진, 레스카, 코스모스 사운드, 생각의 여름, achime(아침), 전기성 등 모두 11팀의 아티스트가 소속되어 있다. 이처럼 하나 같이 독보적인 존재감을 자랑하는 음악인들이 모인 김에 앨범 하나를 같이 만들어보면 좋겠다는 생각에서 컴필레이션을 제작하기로 했다.
그 시작부터 지속까지 대부분 정체불명이었던 붕가붕가레코드의 존재를 그대로 담아 앨범 제목은 ‘믿거나 말거나’. 그에 걸맞게 4월 1일 만우절에 발매되었다. 어쩐지 거짓말 같기도 하지만 어쨌든 소속 아티스트들이 지금 해 낼 수 있는 최고의 것들이 담겨 있는 것만은 확실하다. 조금씩 나아지고 있지만 갈 길은 여전히 먼 지금, 여기서부터 다시 시작이다.
붕가붕가레코드 대중음악 시리즈 no. 21
레이블 컴필레이션 [믿거나 말거나]
애초 기획을 시작할 때는 거짓말로 가득 채울 예정이었다. ‘믿거나 말거나’라는 제목부터 그렇고, 만우절인 4월 1일에 맞춰 공개하기로 한 것도 그 일환이었다. 그러나 수록될 노래들이 하나 둘씩 완성되어 가면서 마음이 바뀌었다. 거짓말로 장난이나 걸기에는 노래들이 썩 괜찮았고, 자칫 썰렁한 농담쯤으로 여겨지면 아까울 것 같다는 생각이 든 것이다.
사실 굳이 거짓말을 하지 않더라도 믿기 어려운 것은 적지 않다. 일단 인근 몇 km 안에 있던 무리들이 취미 삼아 장난처럼 만든 레이블이 이제 10년 차에 이른 것부터 그렇다. 그리고 그 시간 동안, 우리끼리 좋다고 생각했던 노래들을 다른 사람들이 좋다면서 듣고, 돈을 내고 음반을 사고, 그러다 개중에는 엄청난 성공을 거둔 경우가 생긴 것도 믿기 어려운 일이다. 한편으로는 그러한 성공에도 불구하고 나머지 다른 좋은 아티스트들은 겨우 고만고만한 주목을 받는데 그치는 것도 솔직히 믿기 어려운 일 중 하나다.
물론 이건 그저 과거에 대한 개인적인 소회일 뿐, 다른 이들에게는 말 그대로 믿거나 말거나 상관 없는 일일 테다. 하지만 아직 붕가붕가레코드의 그 경이로움은 현재 진행형이다. 그리고 바로 그 실증이 이 컴필레이션 [믿거나 말거나]다. 지금 현재 붕가붕가레코드에 소속되어 있는 10팀의 아티스트들, 어쩌다가 하나 같이 기이한 존재감을 가지고 있는 팀들이 모이게 되었을까 싶다.
- 데뷔 앨범이 나오기까지 4년을 기다렸던 것을 생각하면 놀랍게도 ‘1년 만에’ 신곡을 발표한 아마도 이자람 밴드
- 복귀 이후 도무지 종잡을 수 없는 행보를 보이며 이제 더 이상 새 노래는 안 나올까 싶던 시점에 갑작스레 ‘미발표곡’을 내놓은 불나방 스타 쏘세지 클럽
- 한국 인디 음악의 신생대 3기쯤에 밴드를 시작한 이후 이제 보컬을 그만둘까 한다는 깜악귀의 돌발 선언과 함께 ‘여성 보컬’ 연리목을 전면에 내세운 눈뜨고코베인
- 작년의 1집과 올해의 싱글이 모두 훌륭했으니 이제는 좀 지지부진해질 때도 됐다 싶을 시점에 도리어 전례 없이 ‘강력한 그루브’로 다시 한 번 몰아치는 술탄 오브 더 디스코
- 몰아치던 앨범 전반부의 맥을 툭 끊으며 순식간에 흐름을 장악하는 ‘관록의 남자’ 씨 없는 수박 김대중.
- 지난 1집에서의 간결함에서 탈피, 정중엽(장기하와 얼굴들)의 베이스 세션과 윤병주(로다운30)의 기타 톤 메이킹으로 한층 업그레이드하여 ‘장장 5분 간’의 와일드한 연주를 보여주는 김간지x하헌진
- 케이팝이 지배하는 미래 세계의 암울함을 그리고 있다는 ‘정체불명의 신인’ 전기성
- 이 와중에서도 페이스를 잃지 않으며 ‘자신만의 서정’을 나직하게 읊는 코스모스 사운드
- 1집 내야지 않냐는 주위의 성화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느긋하게 스스로를 다져가며 한층 달콤한 멜로디를 들려주는 레스카
- 그리고 achime(아침)
따로 떼어놓았을 때는 미처 알아채지 못했던 것이 모아 놓으니 확연해진다. 트랙 리스트에 적힌 하나 같이 길다랗고 의미를 알 수 없는 이름부터, 록, 레게, 훵크, 블루스, 포크, 뉴웨이브에 이르는 널찍한 장르의 스펙트럼까지. 무엇보다 놀라운 것은 도저히 다른 것들과 어울릴 것 같지 않은 유아독존들이 난삽함과 일관됨의 경계에서 어찌저찌 한데 어울리고 있다는 점이다. 그리고 더 놀라운 것은 그 노래들이 다들 나름 괜찮다는 점이다.
이처럼 붕가붕가레코드의 컴필레이션 [믿거나 말거나]에는 10팀의 아티스트가 가지고 있는 최고의 것들이 담겨 있다. 한편으로는 그들 중 다수가 빠르면 한달, 늦어도 올해 안으로 신작들을 선보일 예정이라니, 이 앨범은 그들의 새로운 방향을 엿볼 수 있는 지표가 될 수도 있을 것이다.
여기까지 얘기하고 보니 이번에는 애초의 의도에 비해 과하게 진지해진 느낌이 있다. 어디까지나 [믿거나 말거나]의 본질은 거짓말, 그리고 그 진면목은 CD에 있다. 자칭 잊혀진 고대 문명의 후예라는 김남춘 옹(필명)이 수십 년간 수집해 온 기이한 이야기들이 붕가붕가레코드의 수석 디자이너 김 기조 심혈의 디자인과 함께 패키지 안에 빼곡하게 담겨 있다. 그 면면을 제목으로 슬쩍 살펴 보면 ‘봉천동 쑥고개의 코베이는 설화’, ‘기적의 지명 타자 카를로스’, ‘돈 먹는 핫산씨’ ‘잊혀진 고대문명 레스카투’ 등등. 자세한 내용은 CD를 구매한 이들의 재미를 위해 남겨두도록 한다.
더불어 이 앨범을 디지털 음원으로 접하시는 분들께는 아쉬운 얘기 하나만 더 하자면, CD 패키지에는 한 장의 디스크가 더 포함이 된다. 여기에는 주로 디지털 싱글로만 발매되어 CD로는 접하지 못했던 소속 아티스트들의 예전 노래들이 들어 있다. 위의 아티스트들 중 전기성을 제외한 9팀의 아티스트들의 노래 9곡과 함께 오랜만에 듣는 이름인 생각의 여름의 ‘안녕’ 등 총 10곡이 수록되어 있다. 모두 20곡. 2011년 이후 지금까지 붕가붕가레코드의 모든 것이 두 장의 CD에 빼곡하게 담겨 있다.
이 앨범의 발매와 함께 붕가붕가레코드는 동명의 레이블 쇼 [믿거나 말거나]를 개최할 예정이다. 이미 서울에서 4월 5~6일 양일 간 두 차례의 공연이 절찬리에 예매 중이고 5월 중순 이후에는 전국 각지에서 붕가붕가레코드 아티스트들의 투어가 있을 예정이다. 레이블 쇼의 예매와 그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붕가붕가레코드 홈페이지(www.bgbg.co.kr)에서.
컴필레이션 [믿거나 말거나]는 붕가붕가레코드 대중음악 시리즈 21번째 작품이다. 깜악귀와 곰사장이 기획했고 깜악귀, 나잠 수, 권선욱이 프로듀싱했다. 녹음에는 나잠 수(쑥고개III 스튜디오), 깜악귀(상수동 머니머니 스튜디오), 조윤나(토마토 스튜디오), 김상혁(석기시대 스튜디오), 박열(스튜디오 던바), 최영두, 홍기, 권선욱 등이 참여했고 믹싱은 나잠 수와 홍기, 권선욱, 그리고 마스터링은 나잠 수가 맡았다. 앨범 커버 및 패키지 디자인은 김 기조, 커버 스토리는 깜악귀의 솜씨다. CD 및 디지털 음원의 유통은 미러볼 뮤직이 맡는다. 앨범과 관련한 문의 및 아티스트 섭외는 페이스북 www.facebook.com/bgbgrecord 나 트위터 @bgbgrecord 혹은 전화 070-7437-5882.
글 / 곰사장 (붕가붕가레코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