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만티카(Romantiqua)

김현(기타), 이창현(기타), 심성준(베이스), Anton Brinza(드럼) 4인조로 구성된 인스트루멘틀(Instrumental) 밴드 로만티카. 70년대의 정취를 환기시키는 묵직하고 거친 질감의 정통 하드록과 싸이키델릭 사운드, 포스트록 특유의 기-승-전-폭발의 구성을 잘 버무려낸 소리의 합은 여타의 포스트록 밴드들과 확연히 구분 되는 로만티카 고유의 색깔이다. ‘익숙하지만 상투적이지 않게’ 라는 그들의 모토는 여전히 유효하다. 그들의 음악은 한껏 힘줄 솟은 마초를 연상시킴과 함께 코끝 시린 초겨울 새벽녘을, 또는 따스한 봄날의  햇살, 오로라가 아름답게 펼쳐진 환상적 절경을 떠오르게 하기도 한다. 목소리와 가사로 전달하는 직설적 메시지를 포기하는 대신 얻어낸 자유로운 공감각적 감상은 그들 음악의 최대 강점이다.  

낭만과 격정의  첫 정규 앨범  <Revenge>.

2013년 발표한 데뷔 첫 EP <When And Where> 이후 공개되는 대망의 첫 정규 앨범 <Revenge>는EP 발표와 동시에 작업에 착수해 1년 여의 긴 작업 기간을 거쳐 완성된 결실이다. 다소 아쉬움으로 남았던 전작의 그것을 상회하는 사운드는 레코딩 과정에서 얼마나 세심한 노력을 쏟았는지를 짐작할 수 있다. 수많은 무대에서 담금질되며 정제된 신곡들은 물론이거니와 선명하게 다듬어진 기존 EP 수록 곡들이 함께 수록된 것은 청자를 위한 사려 깊은 배려라 할 수 있다. 한 장의 앨범으로 로만티카의 현재를 듬뿍 만끽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제3세계 음악을 듣는 듯한 독특한 분위기를 연출하며 앨범의 시작을 알리는 ‘This Isn’t Revenge’는 앨범의 색을 가늠할 수 있는 지표가 되어주며 스타트 트랙으로서의 역할을 훌륭히 수행해내고 있다. 묵직하게 찍어 내리는 힘이 넘치는 사운드를 넘어 펼쳐지는 아련한 음의 너울거림은 단연 로만티카의 전매 특허. 박진감 넘치는 전개에 이어지는 환각적 사운드가 일품인 ‘The Hunter’, 감성을 한껏 자극시키는 ‘Small words, Big news’ , ‘Clumsy Nymph ’와 같은 트랙들과 ‘Tension Two’, ‘Tension One’과 같이 파괴력 넘치는 트랙의 적절한 배치는 앨범 전반에 고른 균형감을 부여한다. 한 순간도 지루함을 느낄 수 없는 팽팽한 완급 조절은 청자들을 황홀경의 웜홀로 인도한다.

그들은 또한 이번 앨범에서 목소리란 악기를 기꺼이 스튜디오로 불러들였다. 적절한 보컬 활용으로 감상의 극대화를 이끌어낸 영민함을 엿볼 수 있는데, ‘아폴로18’의 베이시스트 김대인이 보컬로 참여해 날카로움을 더한  ‘Drink It Until It’s Gone’, ‘할로우 잰’ (Hollow Jan)의 보컬리스트 임환택의 외침을 더해 드라마틱한 감동을 일궈낸 10분 여의 대곡 ‘Only One Slight Eternity’이 그 좋은 예시다.

현재 한국 포스트록 씬에서 로만티카가 가지는 무게감은 결코 녹록하지 않다. 그 무게감 만큼이나 <Revenge>  또한 씬에서 중요한 위치를 점하게 될 것이다. ‘기록’의 의미를 넘어선, 거세되지 않은 라이브의 에너지로 그득한 가슴 벅찬 앨범이다. 이제 공연장이 아닌 어느 곳에서든 그들의 음악을 들을 수 있게 되었다는 것은 정말 큰 축복이다.

1. This Isn`t Revnge
2. The Hunter
3. Cold Night
4. Small Words, Big News
5. Tension Two
6. Tension One
7. Play What`s Not There
8. The Rope`s Weak
9. Drink It Until It`s Gone
10. Clumsy Nymph
11. Boris Aurorialris
12. Only One Slight Eternit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