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놓친 세상의 단편을 노래하는 이장혁
세상의 단편과 아픔을 노래하는 3번째 정규 [이장혁 vol.3] 발매
겸손하게 묵묵히 음악으로 자신의 이야기를 풀어 놓는 이장혁이라는 사내가 있다. 그저 글을 써 내려가고, 멜로디를 만들고, 기타를 칠뿐이지만 그의 음악을 듣는 사람들은 크게 아파하고, 귀 기울이고, 공감하고, 감동해버린다. 발매 된 앨범이 ‘한국 대중음악 100대 명반‘에 선정되어도, 자신을 향해 ‘한국 대중음악 역사에 가장 중요한 뮤지션’이라는 수식어를 붙여가며 경외와 칭송을 보내도 그는 꿈쩍 하지 않은 채 칩거하며 느린 호흡으로 음악을 만들고 글을 써 내려가고, 기타를 치며 노래할 뿐이다.
그것은 곧 음악에 대한 정서적 외압, 엔터테인먼트 산업이라는 흥망성쇠의 테두리를 벗어나 생명력을 얻는다. 일상에 찌들어 놓치고 마는 세상의 조각들은 그의 시선을 통해 고해성사 같은 단편의 시가 되어 힘을 발휘한다. 정작 음악을 만드는 그는 모르겠지만, 그러한 이유들로 우리는 이장혁이 가진 음악적 ‘진정성’에 늘 매료된다.
그 느린 호흡의 결과물, 이장혁의 3집 앨범 [Vol.3]이 9월 18일 발매된다. 지난 2008년 발매한 2집 [Vol.2] 이후 6년만이다. 재미있는 건, 2012년 어느 여름날 3집 앨범에 쇼케이스 라이브를 이미 마쳤다는 사실. 그 후로 1년 6개월만에 발매되는 이장혁 정규3집 [이장혁 vol.3].
자신의 행보처럼 묵묵히 새 음반을 기다려준 팬들을 위한 선물, 이제 공개한다.
이번 앨범의 intro격으로 선곡된 첫 번째 트랙 <칼집>, 젊은 날의 분노, 화, 날카로움 등을 속으로 삭이며 살아가는 자신의 모습을 녹슨 칼집으로 비유로 풀어냈다. 떠나간 연인에 대한 그리움을 황량한 북극의 에스키모의 외로움으로 묘사한 <에스키모>, 좋아서 하는 밴드 안복진이 세션으로 참여한 두번째 트랙으로 후반부 일렉기타의 멜로디라인이 일품이다. 이번 앨범의 타이틀곡 <불면>은 후반부의 싸이키델릭한 슬라이드 기타솔로와 수려한 편곡이 훌륭하다.
단출한 어쿠스틱 사운드와 격정적으로 치닫는 감정의 변화를 온전히 느낄 수 있는 트랙 <빈집>, 정박자보다 미묘하고 느릿하게 곱씹어 노래하는 이장혁의 목소리는 어느새 나의 이야기가 되어 다가온다.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망각의 강인 <레테>와 LP시대 전설적 포크싱어
Melanie Safka에 대한 오마쥬를 담아낸 <비밀>은 둘 다 사색적인 가사가 압권이다.
후반부 전까지 코드 두 개로만 이루어진 이장혁식 댄스 곡 <이만큼>은 이번 앨범 중 가장 독특한 곡으로 가사도 신파스럽기까지 하다. 이어이른 봄 비 오는 청량리 거리에서 만난 한 노인의 모습을 메모장에 옮겨놓은 포크 송 <노인>은 이후 다방투어에서 줄곧 부르던 감동적인 트랙. 한편 마지막 트랙으로 장식된 두 곡, 자신의 처지를 곤충에 빗대어 표현한 <매미> 그리고 문맥상 이어지는 <낮달>은 시대를 잘못타고 태어나 재능에 비해 빛을 보지 못한 고흐 같은 사람들을 위한 곡으로 표현됐다.
이장혁의 정규 3집은 9월 18일 발매 되며, 20일엔 홍대 앞 클럽 ‘타’에서 발매 공연을 갖는다. 오랜만에 복귀한 그를 응원하기 위해 밴드 해리빅버튼의 보컬 이성수, 몽키즈의 보컬 이재철, 블랙백이 특별히 어쿠스틱 Set을 준비해 함께 한다. 불어오는 가을바람을 타고 들려질 그의 음악이라니, 벌써부터 가슴 한 켠이 아련하다.
글 ㅣ 루비레코드 (Ruby Rec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