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와 맥주, 낭만의 만취 인디록
2012년 가을 부산 남포동의 한 찻집에 모여 차와 맥주를 섞어 마시다가 “심심하면 우리 같이 밴드나 하자”라는 말로 세이수미는 시작되었다. 주로 부산의 베이스먼트와 같이 외국인들이 자주 찾는 바에서 공연을 했다. 그러다 보니 고향에서 향수병을 느끼고 서로에게 의지하며 의좋게 지냈다. 세이수미를 설명하는 단어라면 ‘바다와 맥주’. 항상 바다를 바라보며 바다와 같이 큰 꿈을 꾸지만 맛있는 맥주가 그 꿈을 씻어 내린다. 광안리 해변에서 200보 떨어진 곳에 작업실이 있다는 것이 밴드의 최대 자랑거리이다. 일요일 오후 광안리 해변을 걷다 보면 에르난데스(개이름)를 산책시키며 직접 구운 쿠키를 나눠먹는 멤버들의 하하호호 웃음소리를 어렵지 않게 들을 수 있다.
세이수미는 서프(Surf) 성향의 록(Rock)을 연주하는 부산의 4인조 밴드이다. 90년대 인디록의 다양한 지점이 녹여져 있다. 데뷔앨범 [We’ve Sobered Up]은 벤드의 합주실에서 녹음을 해서 로-파이한 질감이 가득하다. 울퉁불퉁 어긋나기도 하지만 기분이 담긴 연주가 흥을 돋는다. 술 취한 밤 쏟아내고 다음 날 웃으며 서로를 놀리는 우리네 밤의 기분이다. 그래서 제 멋대로 춤 추기에 제격이다. “틀을 정하지 말고 하고 싶은 대로 하자. 이번 첫 앨범은 60년대의 서프(Surf)와 90년대 미국 인디록이 적절하게 섞인 11곡을 담았다. 멤버 모두 90년대 미국 인디씬 음악을 정말 좋아했기에 그 기반에 서프 음악을 가미하게 되었다. 우리의 연습실이 광안리 해변가에서 걸어서 5분 거리에 있다. 광안리 바다가 서핑을 하기엔 좋은 곳은 아니지만 바다가 우리에게 주는 영감이라는 게 분명 있었다고 생각한다. 이번 첫 정규앨범은 우리 음악에 인접하게 닿아있는 바다가 있기에 이런 앨범이 나왔지만, 앞으로도 꼭 이런 음악을 고수 하겠다는 것은 아니다. 좋은 음악과 우리의 지향점을 위해 항상 고민하고 노력한다. 우리답게 그리고 우리답지 않은 음악을 하려고.”
작년 추석 연휴 술에 취해 공연을 망치고 서로에게 서운한 말을 던진 다음 날, 서로 별다른 얘긴 없었지만 서로를 더 존중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그날 마신 술이 깬 후 세이수미는 진짜 밴드가 되었다. [We've Sobered Up]이란 타이틀은 그 공연 후에 만든 “Sorry that I'm drunk”란 곡의 가사에서 가져왔다. 세이수미의 데뷔앨범 [We've Sobered Up]은 친구 케이시가 엔지니어링뿐만 아니라 프로듀싱도 맡아서 진행되었다. 지니어스의 드러머이기도 한 그는 세이수미가 생각하는 음악스타일을 제대로 구현했다. “우리 음악을 듣고 서투르다고도 할 수 있고, 정말 대충 녹음 했구나 라고 느낄 수 있는데, 그러한 옛스러움과 로-파이함이 우리가 원하는 음악의 정체성이라고 생각했다. 케이시는 그걸 제대로 이해하고 우리의 결과물에 제대로 반영을 시킨 것 같다.”
덕분에 세이수미의 데뷔앨범은 개인적인 기분과 감정을 가감없이 담은 간결하면서도 흥이 넘치는 음반이 되었다. 타이틀곡 “One Week”는 가사를 쓴 최수미의 사적인 경험담이다. “3살 차이 나는 언니가 있는데, 내가 4살 때쯤인가 늘 말도 안 듣고 이쁘지도 않다가 딱 일주일만 천사처럼 착하게 굴던 적이 있었다는 이야기를 듣고 일주일마다 자신의 사랑에 대해서 변덕을 부리는 여자를 상상했다. 일주일을 주기로 악마 같은 질투를 부렸다가 다시 지고지순한 사랑으로 모든 걸 다 받아줄 것만 같은 그런 여자이다.” 가사의 한 구절이 앨범 타이틀이 된 “Sorry that I’m drunk” 역시 밴드의 경험담과 같은 노래이다. 앨범을 인상적으로 마무리하는 연주곡 “광안리의 밤”은 드러머를 위해 만든 곡인데 만들고 나니 소중한 친구들과 다같이 늦은 밤 광안리 해변가에서 맥주 마시며 놀던 추억이 떠오르는 곡이 되었다. 그래서 세이수미의 [We've Sobered Up]은 누군가와 추억과 기분을 나눌 수 있는 음반이자 신인밴드의 기분 좋은 출발이 되었다.
Say Sue Me
최수미: 기타, 보컬,
김병규: 기타, 코러스
하재영: 베이스
강세민: 드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