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나비 트리오는, 대구에서 결성한지 얼마 되지 않은, 아직 젊은 밴드이다.
밴드의 나이가 한 살 정도밖에 되지 않았거니와, 주축 멤버의 나이도 약관밖에 되지 않았다. 이름 그대로 삼인조 밴드이다.
고로, ‘지역의 20세를 갓 넘은 삼인조 밴드가 들려주는 록음악 사운드.’ 가 카나비트리오의 음악이 가진 표면적 정의라고 할 수 있다. 간단명료한 정의와는 달리 그들이 이번에 들고 나온, 4곡의 음원이 담긴 첫 번째 데모/미니앨범을 듣게 되었을 때 느껴지는 놀라움의 크기는 작지 않다.
앨범 전반을 들어보면, 아직 프로듀싱/연주의 측면에서는 많은 미숙한 점이 보인다.
하지만, 이 젊은 밴드를 주목하고자 하는 이유는, 음악 전반에서 풍겨져 나오는, 전혀 젊지 않은(?) 독특한 작곡/연주 스타일 때문이다.
일단 이들의 음악은 굉장히 느리다. 행 오버 단한곡만 120BPM을 조금 넘었을 뿐 나머지곡들은 템포가 80BPM도 되지 않는다. 또한, 매우 단순한 곡 구성형태를 가지고 있지만, 각 구성성분이 되는 멜로디, 기타리프는 굉장히 독특하다.
언듯 들으면 현시기의 모던록과 닮아있는 듯 들리지만, 근본적으로는 오히려 그 모던록의 그 원류, 70/80/90년대를 관통하는 미니멀리즘에 닿아있는 느낌이다. 그 시기의 음악들을 직접 접할 수 있었던 세대가 아니기에 이들이 보여주는 음악의 독특함과 진지함은 놀랍기만 하다.
좀 더 자세히 이들의 음악을 들여다 보자면, 가장 특징적으로 들리는 것은 모든 곡의 Verse파트에서 강하게 전해지는 독특한 진행/구성과 연주, 화성의 리듬기타 리프와, 성의없는 듯, 성의넘치는(?) 보컬의 진하고 강력한 중저음 사운드이다.
특히 take you home의 Verse파트에서의 보컬의 부드러우면서도
꽉차있는 Mid-Low사운드는 앨범전반에서 가장 돋보이는 보컬 파트로 느껴진다.
그런 특별한 기타와 특별한 보컬 사운드의 만남이 독특한 작곡스타일로 어우려져 카나비 트리오만의 독특한 분위기를 형성해낸다.
‘행오버’ 같은 곡은 모던록 등 여러 장르에서 많이 쓰이는 코드 진행을 기반으로 하지만, 위에서 언급한 판에 박히지 않은 독특한 기타리프 운용법과 젊은 세대의 허무를 대변하는 듯한 가사와 그를 닮은 보컬 음색이 조화를 이루어 카나비 트리오만의 침잠하는 듯 하면서도 언뜻언뜻 강력히 감정을 내비치는 양면적 분위기의 음악을 만들어낸다. 거기다가 원래 곡의 스케일과는 다른 독특한 솔로 진행이 더욱더 곡의 묘한 느낌을 증폭시킨다.
‘소문’에서는 카나비트리오의 음악중에서 가장 평이한 스타일의 모던록 사운드를 들려주는 듯 하지만, 또다르게 변형된 약간은 질척거리는 느낌의 보컬 사운드와 후반부의 신경질적인 기타 스트록을 통해서 자기들의 색깔을 담아낸다.
사실, 필자가 개인적으로 가장 주목하는 곡은 ‘흠’이다.
이 곡에서는 놀랍게도, 사운드/리프구성/연주 등에서 묘하게도 록적이면서도 국악적인 색깔을 닮아 있다. 리프구성에서도 똑같은 펜타토닉 구성을 가지고 있는 블루스와 국악의 공통점을 잘 살려 둘 모두를 닮은 진행을 만들어 냈으며, 벤딩에 있어서 마저도 가야금의 농현을 닮은 비브라토 사운드를 만들어냈다.
삼박비트를 기본으로 하여 Verse파트에서 기타/보컬이 매 리프마다 툭툭 끊기는 부분을 만듦으로써 국악적인 ‘여백’을 주다가, 후렴 파트에서 같이 터져 나오며 강렬함을 보여주다, 다시의 급격하게 버스파트로 돌아가면서 청자의 귀를 가지고 노는 듯 그 구성마저도 국악적 재미와 아름다움을 닮아있다. 거기에 어우러진 신경질적으로 뱉어내는 가사는 카나비 트리오의 내향적이면서도 자기의 방식으로 세상과 호흡하고 싶은 이면의 욕구(?)를 보여주는 듯하다.
이곡에서는 또한 가장 돋보이는 기타 솔로 라인을 들을 수 있는데, 드라이브 양을 가능한 한 줄인 깔끔한 블루스의 느낌의 연주로, 블루지하면서도 국악적인 메인리프와의 훌륭한 조화를 만들어 내며, 카나비 트리오만의 색을 휘갈긴다.
그럼에도 이들은 아직 미완의 ‘대기’다.
카나비트리오의 현재의 음악적 미숙함은 이들이 성장하고자 한다면 단기간내에 모두 채워나갈 수 있는, 밴드라면 모두 하나하나 성장시켜 나가야 할 기본 숙제일 뿐이다.
카나비트리오가 ‘대기’가 될 것이라 기대되는 것은, 누구도 저런 깊이의 곡을 저렇게 써내리기란 쉽지 않다는 점 때문이다. 놀랍게도, 하물며 저 약관의 나이에!
카나비 트리오를 계속 주목하고 싶은 이유는 거기에 있다.
로컬씬은 여전히 열악하고, 생각보다 뛰어난 연주자들이 많이 존재하지만 수도문화집중이란 장벽을 넘어서는 신선하고 새로운 음악을 만들어내기란 쉽지 않다.
그러한 현실 속에서 혹은 넘쳐나는 신스와 EDM, 힙합뮤지션들 사이에서 초연한 듯 가장 시끄럽게 록밴드의 쿨함을 떠들어대는 카나비 트리오의 모습을, 아직도 악틱몽키즈와 스트록스의 데뷔앨범을 찾아듣는 이들이라면 반갑고 찡하게 환영할 수 있길바란다. 물론 새로운 자극을 찾는 사람들에게도.
1. Take you home
2. Hangover
3. 소문
4. 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