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시부야계 음악 매니아들 사이에서 입소문으로 들리던 바로 그 음악!! 라디오 에어플레이만으로도 청취자들의 궁금증을 자아내게 했던 클린 앤 더티. 하바드의 [Lesson} 드디어 발매!!
Pop, Romantic, Mellow, New Wave, Wit, Urban, Acid, Soul, Hybrid.... Shibuya-Ke의 未來, HARVARD - "LESSON"
언제부터인가 음악 애호가들에게 친숙한 용어가 된 시부야계. 여전히 그 정체성에 대한 논란은 상당 수 있다지만, 한국 시장에서 시부야계로 분류되고 있는 음악들이 점차 트렌드 리더들에게 있어 세련됨이라는 뉘앙스를 함축하며 탄력적인 반응을 얻어가는 편이다. 정작 일본 내에서 클럽 사운드, 일렉트로니카로 알려진 음악들까지 국내에선 시부야계로 분갑하여 포괄적으로 소개되고 있는 작금의 상황은 시부야 그리고 시부야계라는 단어가 지니는 파급력과 가능성이 그리 적지만은 않다는 것을 보여주는 대목이라 하겠다.
일본 대중음악의 빗장이 서서히 풀려가고 있는 즈음이긴 하지만, 아직까지 국내에 소개되는 일본의 대중음악이란 철지난 시류성 없는 음반이나 연주 음반이 대부분이었다. 또한 곧 발매될 음반들도 대부분 철저한 주류권 아티스트들의 음반일 것이라는 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시부야계의 정점에 서있는 레이블 에스컬레이터와 최신예 아티스트 하바드의 국내 소개는 일본 대중 음악의 다양성과 깊이를 살펴볼 수 있는 있을 뿐 아니라 유행의 중심지 시부야의 신경향을 발 빨리 살펴볼 수 있는 좋은 경험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는 듯 하다.
21세기 시부야 문화의 화두 Escalator
80년대 중후반 피치카토 화이브(Pizzicato Five), 플립퍼스 기타(Flipper's Guitar)로부터 시작된 시부야계는 음악 뿐 아니라 문화와 소비 전반을 아우르는 경향으로 관심을 모으며 일본뿐 아니라 전 세계에 많은 매니아를 양산케 했다. 취미 혹은 친목의 범주에서 이후 사업의 개념으로 확장된 시부야계는 90년대 중반을 관통하며 수많은 레이블의 탄생과 모양새나는 틀을 만들게 되었는데, 그 중심에는 트라토리아(Trattoria)와 크루엘(Crue-L) 같은 레이블이 있었다. 하지만, 코넬리우스를 얼굴 마담으로 10년 가까이 시부야계의 중심에 서있었을 뿐 아니라 세계 진출에도 총력을 기울였던 트라토리아 레이블은 현재 해체를 맞이한 후 분파하였고, 러브 탬버린스(Love Tambourines), 포트 오브 노트(Port Of Note) 같은 굵직한 팀들을 보유했던 크루엘(Crue-L) 레코드 역시 현재에는 큰 활동이 없다. 그러한 가운데 주도적인 활동을 보이던 대형 팀들의 해체와 부진, 네오 시부야계 군으로 불리는 많은 팀들이 대형 메이저 레이블에 소속되면서 비즈니스를 앞세운 서로의 이해관계가 더해지게 됐고, 결과적으로는 친분과 성향으로 큰 둥지를 이루던 시부야계가 예전만 못한 파워를 갖게 된 게 사실이다.
그렇다면 21세기를 맞이한 시부야계의 음악 판도는 어떻게 변하고 있는 것일까? 대략 세가지의 큰 줄기를 통해 이해가 가능해 보인다.
첫 번째는 피치카토 화이브 해체후 리더였던 코니시 야스하루가 이끌고 있는 레디메이드(Readymade). 맨스필드(Masfield), 스나가 티 익스피리언스(Sunaga T Experience), 이와무라 마나부 등이 활동하며 음반 활동과 각종 리믹스 작업뿐 아니라 생활 아트 전반의 상품들을 내놓고 있다.
두 번째는 새로운 레이블과 아티스트들의 등장. 이젠 어느 정도 자리를 잡아가고 있는 Minty Fresh Japan 레이블 아티스트나 오렌지 피코(Orange Pekoe), 마츠자카 나오 등을 위시하여 아직까지 씬에 뚜렷한 발자취를 남기고 있지는 않지만, 점차 관심이 증폭되고 있는 킵쏜(Qypthone), 코니치 카모마일(Corniche Camomile), 쓰리 베리 아이스크림(Three Berry Icecream), 모토콤포(Motocompo) 등이 여기에 속한다.
세 번째는 본작과 밀접한 관련을 맺고 있는 에스컬레이터 레코드(Escalator Records). 사실 시부야계 내에서 에스컬레이터 레코드가 점하는 위치는 우리가 알고 있는 수준, 그 훨씬 이상이라 할 수 있다. 시부야계의 마당발 혹은 얼굴 마담 역할을 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많은 뮤지션, 레이블들과 릴레이션쉽을 가지며 씬을 이끌어 왔다. 에스컬레이터의 사업 방향은 크게 두 축으로 나뉘어 진다. 하나는 금년으로 10주년을 맞이한 레코드 레이블 에스컬레이터. 카히미 카리에와 더불어 시부야계를 양분해온 요정 유카리 프레쉬(Yukari Fresh)를 필두로 일본의 벤 폴즈 화이브라 불리며 각광 받아온 닐 앤 이라이자(Neil & Iraza) 등의 대표 팀들은 이미 해외에도 널리 알려진 편이다. 그 외 쿠비스모 그라피코(Cubismo Grafico/닐 앤 이라이자 멤버의 솔로 프로젝트로 영화 'Water Boys'를 통해 일본 아카데미 음악상 수상), 하바드(Havard) 등의 신흥 강호들을 보유하고 있으며, 펑카(Punka)라는 또 다른 레이블을 통해서 로스펠드(Losfeld/에스컬레이터의 사장 나카 마사시의 프로젝트), 미니플렉스(Miniflex/에스컬레이터의 실세 유고 스타의 프로젝트), 스케풀 킹(Scafull King) 등의 음반을 릴리즈 했다. 또한 유럽의 숨겨진 아티스트들을 발굴하여 오히려 역수출한 쾌거를 이루기도 했는데, 니콜레타(Nicoletta/독일), 코코스마(Cocosuma/프랑스), 보리스 고드노프(Boris Godunov/덴마크) 등이 대표 사례다. 또 다른 사업 부분은 카페 에스컬레이터를 본거지로 하고 있다. 시부야구 하라주쿠에 있는 동명의 이 샵은 기본적으로 카페의 형태로 가벼운 음료와 식사는 물론 보너스로 레이블 식구들의 디제잉을 곁들일 수 있다. 한켠에는 자사 음반들과 친분 있는 레이블 뮤지션의 음반(CD, 바이닐)이 진열되어 있고, 오프라인과 온라인을 통해 CD, 바이닐, 희귀 음반, 책, 장난감, 티셔츠, 목거리, 뱃지 등을 내놓으며 콜렉터들의 구매 욕구를 한껏 자극하기도 한다. 짧게 말해 시부야계의 이상적인 롤 모델임과 동시에 그 바닥 친구들의 창구 역할을 겸하고 있는 곳이 에스컬레이터인 셈이다.
시부야계의 미래를 노래하는 듀오 Harvard
솔직히 고백하자면 필자에게 있어 본작의 주인공 하바드에 대해 가지고 있는 정보는 그다지 없다. 소속 레이블에서 전해준 정보라고는 고작 석줄... 그나마 알고 있는 정보라 해봤자 책이나 주워들은 몇 가지 사실들이 전부이다. 그도 그럴 것이 하바드는 오랜 커리어를 가진 베테랑이 아닌 에스컬레이터의 기대주로 이제 막 픽업되어 첫 음반이 나온 새파란 신예이기 때문. 하지만, 이들이 들려주는 음악적 방향성이나 사운드는 그리 쉽게 치부해버릴 성격의 것이 결코 아니다. 이미 선수들 사이에서는 시부야계를 짊어지고 나갈 기대주로 엄청난 각광을 받고 있다.
하바드는 고타니 요스케(Yosuke Kotani)와 우에다 야스후미(Yasufumi Ueda)라는 21세 동갑내기 두명의 건실한 청년으로 구성되어 있다. 10대 시절 펑크 음악을 좋아하던 이들 스케이터들이 추구하는 음악은 얼번 사운드(Urban Sound). 도시에서 태어나고 자란 이들만의 감수성과 세련됨이 촉촉이 베어 있다. 에스컬레이터 레코드와 하바드의 인연은 2001년 여름 제작된 4트랙 데모 테입으로부터 시작되었다. 혈기 왕성한 젊은이들의 열정이 담긴 비교적 짭짤했던 데모는 이내 에스컬레이터 레코드 산하 펑카 레이블 컴필레이션에 수록되면서 관심을 모으게 되었고, 전격적인 레이블 계약을 통해 2002년 3월 첫 맥시 싱글 "Urban"을 발표하게 된다. 수록곡 중 'Far Eastman'이 특히 관심을 모았던 편이다.
충분한 가능성을 타진한 후 1년, 정규 1집 앨범인 "Lesson"이 발표됐다. 이 동네 많은 팀들이 그간 보여 왔던 기성 시부야계의 정서에 80년대 뉴 웨이브와 얼번 음악의 요소까지 담은 데뷔 앨범은 폭발적인 대중적 반응까지는 이어지지 않았지만, 시부야계 역사에 있어 중추적인 역할을 할만한 의미심장한 수작으로 평가받았다. 간헐적인 라이브, 파티 등에 모습을 드러내며 활동을 펼쳐 온 하바드는 앨범 수록곡 'Haven't We Met'이 포함된 세곡짜리 한정반 맥시 싱글을 발표했고(이 음반은 이미 솔드 아웃 됐다고 한다), 최근에는 지난 5월 10일 클럽 웹에서 가졌던 라이브 실황과 라이브 비디오 클립을 담은 맥시 싱글 "Live At Web"을 발매한 바 있다. 또한 얼마 전 기획된 에스컬레이터 레이블 창사 10주년 기념 음반 "ESC-Core"에는 같은 레이블 식구인 쿠비스모 그라피코의 곡 'KEIBUNSHABOOK.COM'을 리메이크 했다.
소박하지만 큰 첫 발자국 "Lesson"
하바드의 데뷔 앨범을 들으며 드는 첫 번째 심상은 의아함이다. 21세 뮤지션이 펼치는 음악이라기에는 너무나도 다양한 성향의 요소들이 복합적으로 들어서있다. 팝적이고 대중적인 느낌은 분명한데, 요즘의 그것들에서 빌어온 것도, 그렇다고 고전적인 시부야계 선배들의 작법의 연계성도 크게 없어 보인다. 오히려 80년대 뉴 웨이브 음악에서 들어오던 건반을 이용한 신스팝적 어프로치, 애시드 팝/재즈에서 즐겨 사용하는 편곡과 멜로디 등이 눈에 밟힌다. 보코더 등의 이펙터를 이용한 목소리 변조, 스크래치나 컷 앤 페이스트 기법을 이용한 힙합적 요소도 매우 참신하다. 전형적인 시부야계 사운드라 하면 60, 70년대 유럽, 라틴 음악들의 영향과 잭슨 파이브, 커티스 메이필드로 대표되는 소울, 버트 바카락 계열의 라운지 팝의 영향이 우세했던 편인데, 하바드는 그러한 정통성의 바탕에 생소한 소재들을 재미있게 버무린 느낌이다. 이들의 음악에서 샤카탁(Shakatak)이 연상된다는 얘기가 제법 나오는 것 보면, 하바드가 음악적 슬로건으로 삼고 있는 얼번(Urban)이란 단어도 어느 정도 합당한 듯 싶다.
기본적으로 우에다 야스후미의 주요 작곡, 보컬과 고타니 요스케의 연주, 코러스를 기본 셋업으로 갖추고 있는 하바드의 본작에는 에스컬레이터의 대선배 닐 앤 이라이자의 두 멤버와 스카 밴드 스케풀 킹의 TGMX 등이 힘을 더해주고 있다. 라이브의 주요 레파토리 중 하나인 'Flakk'은 가벼운 베이비 스크레치와 건반, 기타 등의 소악기 구성의 곡으로 팝적인 하이브리드 넘버. 1집의 대표곡이자 히트곡인 'Haven't We Met'은 이들의 음악적 특징이 가장 농축된 얼번 댄스 넘버로 80년대 히트 팝 넘버를 듣는 듯 익숙한 멜로디와 훵키한 리듬 파트가 돋보인다. 사운드적으로 보자면 드래곤 애쉬 계통의 Hip Hop Mixture Pop/ Rock의 냄새가 농후한 'Sucha Thang', 노나 리브스의 스타일을 연상시키는 소품 'Breaktime', 보코더 보컬과 UK 투스텝/개러지풍의 어프러치가 더해진 'Back To Next' 등이 주목을 끈다. 무엇보다도 앨범의 단연 하이라이트는 'Clean & Dirty'. 몇 차례의 라디오 에어플레이만으로도 국내 매니아들을 사로잡은 트랙으로 풍성한 보컬 라인과 깔끔한 기승전결에 감칠맛나는 신스 사운드가 세련미를 더한다.
[글: 이종현]
1. Intro
2. Flakk
3. Haven't We Met
4. Sucha Thang
5. Slick Skate
6. Jojoba
7. Clean & Dirty
8. Louise
9. Breaktime
10. Back To Next
11. Learn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