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에 빠지는 순간은, 우리를 얼마나 설레게 하던가.
빅 포니의 [An Introduction to BIG PHONY]앨범은 그런 느낌으로 우리에게 스며든다.
빅 포니(Big Phony)의 음악을 처음 들었을 때, 마치 오랜 기억의 서랍을 연 것처럼 엘리엇 스미스(Elliott Smith)가 떠올랐다. 뮤지션에게 자신의 목소리가, 자신의 음악이 다른 뮤지션, 그것도 적지 않은 존재감을 가진 선배 뮤지션을 연상시키게 한다는 건 득보단 실일지도 모르겠다. 수많은 색의 스펙트럼에서 자신만의 색이 아닌, 이미 다른 이의 이름으로 된 색을 선택한 기분일지 모르니까. 듣는 이 역시 연상된 다른 뮤지션의 음악이 자신에게 준 정서와 시간, 추억들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마치 마주보고 앉은 연인의 낯익은 얼굴에서, 지나간 시간의 다른 사람을 읽어내는 것처럼.
하지만 빅 포니의 앨범을 거듭 반복해서 듣다 보면, 우리는 점차 지금 이 순간, 이곳으로 돌아와 그의 앞에 서게 된다. 푸른 밤, 잎사귀를 스치는 바람 같은 목소리와 벽난로 앞에 앉아 듣는 것처럼 따뜻한 기타 소리에 귀 기울이게 되는 것이다. 그것은 마치 옛 연인과의 ‘닮은’ 부분들 때문에 만나게 되었던 사람에게서 새로운 부분들을 발견하며 다시 사랑에 빠지는 기분과 비슷하다. 그 사람만의 작고 고요한 우주를 발견하고 사랑에 빠지는 순간은, 우리를 얼마나 설레게 하던가. 빅 포니의 음악은 그런 느낌으로 우리에게 스며든다.
1. Short Intermission
2. Words That Define
3. The Bully
4. I Love Lucy
5. Someone
6. Girls Like You Don't Go For Guys Like Me
7. Here's To The Laughable State (Studio Take)
8. Dying Unaware
9. Holiday Bust
10. Parade In My Head
11. Parable
12. So You Know It Completel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