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플라이 프로젝트 (T.F.P) - the fly project 2016 少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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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티스트 더 플라이 프로젝트 (T.F.P)
발매일 2016.06.21
제작사 Windmill Ent
미디어구분 CD
Cat.No 8809447085623
모델명 WMED0438
수량
총 상품금액 11,000
  
음반정보 트랙정보 상품후기
The Fly Project 2016 少女: 기억의 신선함을 역설하다
    세상은 하루가 다르게 유행을 따라 변하고 있다. 그 만큼 소비되는 컨텐츠의 양도 방대하지만, 상대적으로 그 수명이 짧은 것도 아쉬운 부분이다. 하지만, 그러한 유행을 따르지 않는 음악이 있다. 'The Fly Project 2016 少女' 발매를 앞서 그들이 들려주는 이야기를 정리하자면 ‘기억의 기록’으로 표현되는 음악들이다. 오랜 시간이 지났지만 여전히 진행형인 기억의 기록.
    오래된 친구를 마주한 편안함으로 그들의 음악에 귀 기울이면, 긴 공백기동안 그들이 못다한 이야기가 현재의 이야기와 닿아있음을, 그들이 날고 싶어하던 기억속 하늘이 지금 우리가 바라보는 하늘과 다르지 않음을 알 수 있다. 그런 관점에서 그들의 음악은 모호한 상념의 산물이 아니라 과거와 현재를 관통하는 지극히 평범한 우리네 삶의 ‘기록’임을 다시 한 번 느끼게 된다. 잠시 TFP의 음악을 들으며 당신의 ‘오래된’ 기억을 '지금의' 하늘에 띄워보는 건 어떨지.
‘The Fly Project 2016 少女'을 발매하며
01 'Forrest Gump' Replay
   모든 것이 빠르기만한 시절. 미디어는 늘 창조와 혁신이라는 단어로 세상을 리드하고 있다. 편지는 이메일이 되었고 마그네틱테잎과 LP는 CD를 거처 MP3로 컨버팅되었고, 네트워크를 통해 어디에서나 접근이 가능한 시대가 되었다. 그렇게 인터넷은 우리의 생각과 관계, 삶과 세상을 바꾸었고, 기술을 입고 먹고 소비하는 시대 한가운데서 우리는 급격하게 세련되어졌다.
   우리집엔 TV가 없다. 언제 부턴가 필요가 없어서 없앴다. 필요한 정보는 인터넷에서 구하고, 보고 싶은 프로그램은 ‘넷플XX’로 스트리밍한다. 최근엔 Forrest Gump(1994년, 톰 행크스 주연)를 다시 보았다. 아직도 꾸준히 회자되고 있는 히트작이다. 옛날 생각 짬짬이 하며 재미있게 보았다. 그리고 2주뒤, 오랜 음악 동지 권하형(프로듀서/기타 류권하)으로부터 메일이 왔다. 미발표곡 포함해서 The Fly Project(이하 TFP)앨범 제작한다고, 타이밍도 참 절묘하게. 그렇다. 그렇게 시작된 이야기이다. Forrest Gump처럼 20년이 넘은 이야기다. 희망 만큼이나 불안함이 공존하던 세기말, 뉴 밀레니엄을 앞둔 우리. 너무 거창하게 들릴지 몰라도 옛 이야기는 늘 이렇게 거창하게 시작되곤 하지 않은가?
02 Once upon a time
   1995년의 봄, '...너의 집 앞 옥수수밭, 함께 기도 했었지. 새가 되고 싶다던 넌 너무나 작은 꼬마 였지.’
   영화 Forrest Gump에서 영감을 받아 만든 곡이라는 설명과 함께, 대학 후문에 있던 작은 음악작업실에서 권하형의 어쿠스틱 기타반주에 처음으로 불러본 '소녀(작사/곡 류권하)’, 소녀와 소년이 손잡고 기도하던 옥수수밭같은 노래다. 새가 날아가고 수수하고 쓸쓸하고 아련하고 아름다운 그런. 그리고 4년이 지나 1998년이 되어서야 8트랙 ADAT(Alesis Digital Audio Tape)에 처음으로 '소녀'는 기록된다. 다른 사람이 먼저 녹음했는데, 내가 좀 늦게 TFP에 합류하면서 다시 불렀다. 그 해 겨울, 기침을 오랫동안 세차게 해대면서 겨우 불렀었는데, 작업을 멈출 수가 없었다. 두 달 뒤에 폐결핵 진단을 받고 1년 동안 호강했던 기억이 있다. 사실 나름 심각했는데, 내 고집이 좀 더 쌨다. 기억이 기록이 되기까진 이렇게 많은 애착과 정성이 필요하다. TFP는 그렇게 1998년 겨울을 지나 1999년 봄까지 제작한 앨범을 발매한 후, 멤버변동으로 잠시의 공백기를 가지게 된다
   세상은 늘 그렇듯 잘 돌아가고 있었고, 한 동안 인디음악이 세간에 주목을 받던 시절도 있었다. 그 일환으로 '밀림(milim)'이라는 인디음악 웹커뮤니티와 제휴한 서울음반(현, YBM)으로부터 후원을 받아 만들게 된 또 한 장의 음반. 처음 제작한 앨범가운데서 밴드포맷에서 많이 벗어난 곡과 멤버가 탈퇴한 곡들은 배제하고, 공식적으로 3명의 멤버(기타 류권하, 보컬 최구민, 베이스 김용한)가 추가된 곡과 함께 작업을 마치게 된다. 그 뒤로도 멤버가 새로 영입되기도 하고 교체되기도 하며, 클럽공연과 곡작업들은 계속되었다.
03 Pre Story and Post Memory
   연대기로 따지면, 권하형이 스무살 즈음에 만든 '한남대교 아래서(작사/곡 류권하)'가 제일 먼저 만들어 졌고, 내가 20대 중반에 불렀다. 그리고 권하형이 20대 중반에 만든 '소녀'를 거의 10년이 지나 내가 20대 중반에, 그렇게 우리는 조금의 시간차를 사이에 두고, 각자의 스무살과 20대의 기억을 공유하고 있었다. 전국이 붉도록 고함치게 만들었던 월드컵이 열리던 그 해에도, 그 다음 해에도 느리지만 곡작업은 계속했다. 기존의 곡을 다듬기도 하고, 어떤 곡은 가이드(정식 편곡 없이 기본틀만 있는 상태)로만 남아있다가가 사라진 곡도 있다.
   'Rewind(작사 최구민 작곡 류권하)’는 언젠가 교통순경에게 권하형이 멋적게 말했다던 '없던 일로 해주세요.'라는 싱거운 농담속의 그 한마디가 모티브가 되었고, 어느날 밤 15W 마샬엠프에서 터져나오는 불타는 깁슨 골드탑소리와 함께, Fostex VF16 하드레코더를 통해 Yamaha DSP Board를 장착한 펜티엄 PC에 광케이블로 전송되어 남겨졌다. 홈레코딩에서도 기가를 너머 테라단위의 데이터를 사용하고, 그 때와는 차원이른 장비들이 즐비한 지금들으면 우스운 이야기겠지만, 그 때는 뭔가 굉장히 굉장한 일이었다. 가이드처럼, 데모처럼 녹음된 그 곡은 이 번 앨범에 가감없이 처음 그대로 담겨졌다. 이제 정말 그 일은 '없던 일'이 아니게 되었다.
   비슷한 시기에 이어서 'Diver(작사 최구민 작곡 류권하)'가 만들어진다. Diver는 원래 '그리고 소년' 이라는 가제로, 처음 앨범에 실리고 두 번 째 앨범의 컷오프에서 살아남은 '소녀1,2'에 이어 세 번째 연작으로 만들었던 곡이다. 소녀를 잃은 소년에게 미안한 맘도 좀 있었고, 우리는 어찌하여 살아남아 어른이 되곤 하니까, 궁금하기도 했다. 그렇게 어른이 된 그 소년의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 새가 되어 하늘로 간 소녀와 달리, Diver가 되어 깊은 바다로 내려간 소년의 이야기이다. 우리의 소년은 고맙게도 잘 자라 주었다.
   그리고 별 다를 것 없던 어느날, 공연 뒷푸리를 하고 나오던 골목에서 들려준 권하형의 꿈이야기, '들어봐! 파리가 있어! 고속도로야! 차들이 막 지나가! 파리가 그걸 따라잡으려고 해!'. 우린 그때도 싱겁게 낄낄 거렸지만, 이틀 뒤 '그 파리의 계획(작사 최구민 작곡 류권하)'은 꿈의 기억에서 또 그렇게 기록이 되었다. 이 번 앨범에 실린 버전은 2005년 불출의 베이시스트 슬랩박(박경동 베이스)의 오버드라이브 톤에 힘입어 가열차게 내달린 결과물이다. 애초에 만든 원곡보다 BPM이 40가까이나 빠르다. 자동차를 따라잡고, 오히려 추월해버린 파리의 느낌이랄까? 신명이 절로 난다. 파리에게 부스트 버프 걸어준 슬랩박, Thank you!!
    그렇게 해가 바뀌고 2003년 2월 어느 아침. '별이 빛나는 밤(작사/곡 최구민)'을 밤새 녹음하고 집으로 가는 길. '심근(육심근 기타)형 솔로가 참 멋있어' 생각하며 버스에서 졸고 있던 그날 아침. 유난히 길이 막히던 그날. 버스는 갑자기 원래의 코스를 벗어나 동성로를 통과하지 않고 옆블럭 시청앞으로 우회해서 반월당사거리에 잠시 멈췄다. 창밖으로 보이는 지하철 중앙역입구에서 쉴새 없이 뿜어나오던 검은 연기. 소방차란 소방차는 죄다 출동한 듯 보였다. 집에와서야 누군가 지하철 객차안에 시너로 불을 내어 200명에 가까운 사망자와 150여명의 사상자를 내었다는 뉴스를 들었다. 밤새 노래하고 녹음한 '별이 빛나는 밤'을 들으며 버스에서 본 그 현장은 누군가에겐 마지막 아침이었다.
  누군가 '마음은 시간에 구속되지 않는다'고 말했다는데, TFP의 긴 공백기도 미리 알았을까? 같은 해 3월에 녹음된 'March(작사 최구민 작곡 류권하)’와 4월에 만든 'April'(작사 최구민 작곡 류권하)은 가사가 담담하지만 많이 쓸쓸하게 남았다. 이어서 이 번 앨범에는 실리지 않은 ‘바람을 맞다’와 ‘쉼 remake’를 마지막으로 남기고, 베이스 김용한의 상경과 기타 육심근 형의 영국행을 기점으로, TFP는 모든 활동을 중단 하게 된다.
04 Rewind TFP
   지금 생각해보면 고집을 제법 부렸던 것 같다. 아집이라해도 할 말은 없다. 다른 건 몰라도 TFP 의 음악은 이러이러 해야한다고, 아니 그랬으면 좋겠다고 바랐던 것 같다. 그래서 다툰 적도 많은 걸로 기억한다. 멤버들이 바뀌고 떠나고 그리고 흩어졌다. 그래도 곡은 남아있다. 어떤 곡은 20년 지났고, 어떤 곡은 십수년이 되었다. 다시 꺼내어보니 그러길 잘했다 싶은 맘도 있다. 부족한 부분도 분명 있다. 그리고 TPF의 노래는 오래도록 덮혀있던 기억에 대한 노래들임과 동시에 이제 다시 진행형이 되었다. 우리는 그 기억을 품은 채, 오늘을 살아가고 있다. 기억은 때론 미화되거나 왜곡되거나 변질되기도 하지만, 어떤식으로든 잔상은 남고, 어떤 면에선 다시 꺼내어 곱씹을 때야만 그때는 몰랐던 것들을 더 선명하게 알게 되는 아이러니함이 있다. 하지만 온전히 기억으로만이 아니라 어떠한 물리적 형태 또는 현상으로 기록되었다면, 회상은 좀 더 선명하게 살아있는 이야기가 되곤 한다. 음악은 그런 면에서 개인적으로는 아주 훌륭한 트리거라고 생각한다.
   이제 사람들은 더이상 처음부터 끝까지 뭔가를 듣거나 보는 일이 드물다. 쉽게 소비되는 모든 것들 사이에선 유행은 있지만 오래도록 기억에 뿌리내리는 문화의 형태는 이제 점점 찾아보기 힘겹다. 그러나 새로울 것 하나 없는 낡은 것들, 그 안에 친근함은 언제나 있어왔고 여전히 되새김질 할 만한 맛과 멋이 있으며, 때론 예상하지 못한 다른 맛이 베어나오기도 하여, 사뭇 신선하기도하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은 옛날 노래들을 다시 꺼내고 다듬어 듣는데 제법 재미를 붙였다. 아날로그시대에 대한 막연한 향수나 예찬을 하려는 것은 아니다. 단지 ‘기억’이라는 추상적인 정신활동을 일상의 ‘기록’이라는 구체적 행위로 재구성하고 싶었다. 그렇게 시작된 이야기를 이제 마무리하려한다. 시간이 지나도 기록으로 꺼내어 볼만한 기억을 우린 얼마나 많이 만들며 살아가고 있는지, 언젠가 되돌려 볼 만한 ‘오늘’ 이었는지…
음반정보 트랙정보 상품후기

1. 그 파리의 계획 3:17
2. 少女 (소녀) 3:50
3. 별이 빛나는 밤 5:03
4. Rewind 3:06
5. Diver 4:41
6. April 4:59
7. March 4:04
8. 한남대교 위에서 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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