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김[거지]다.
나는 지금 텍사스의 끝없는 2차선 도로를 운전하고 있다. 옆에는 드럼 치는 [옥]합이가 잠들어있고, 룸미러로 보이는 뒷좌석에는 차창 밖 풍경을 보고 생각에 잠겨있는 [상]언이가 보인다. 그 옆에는 그림을 그리고 있던 태성이는 뭔가 잘 안 되는지 손톱을 물어뜯고 있다.
우리는 이유도 모른 채 아직 완성되지 않은 노래들로 버스킹을 하며 미 대륙을 횡단하고 있다. 펀딩을 통해 팬들이 주신 돈을 아끼려 하루는 차에서 노숙을 하고, 하루는 숙소에 가고 있다. 아직까지 팁을 주는 식당엔 가보지 못하고 햄버거만 먹어왔다. 우리는 왜 이 무모한 여행을 하고 있을까. 우리가 바라보는 풍경들은 우리에게 무슨 말을 해주는 걸까.
두리번거리며 미국에 뭐가 있나 살펴보던 표정은 조금 어색하고 불편한 기색이 역력하지만, 끝없는 2차선 도로처럼 어쩔 수 없이 한 방향으로만 달려가고 있는 동안은 조금 편안한 표정들이다. 각자 다른 이야기들로 이곳에 오게 되었지만, 뉴욕에 도착하기 전까지는 오직 횡단이라는 하나의 목표로 잠들고, 일어나고 있다. 지금 우리가 만드는 음악들이 한국에 가면 앨범으로 발매되어 누군가에겐 흥얼거림이, 누군가에겐 위로가 되리라는 건 서로 말하지 않아도 우리 모두가 아는 목표다.
팀 이름을 정할 때, 장난스럽게 [옥]합이와 [상]언이, 김[거지]의 글자를 따서 ‘옥상거지’ 라는 이름을 만들어내고 꺄르르 거렸다. 우리가 이 길을 달리며 함께 만들어내는 음악이 ‘옥상거지’ 라는 이름처럼 사람들을 미소 짓게 하기를, 또 사람들의 마음이 우리가 이 낯선 땅을 두리번거리다 발견한 소중한 마음들과 닮아 있기를 기대해본다.
우리는 옥상거지다.
2016.04.10
1.밤의 노래
2.넌 좋은 사람이야
3.힘이 되어주길
4.떨어뜨린 마음
5.자동차
6.우린 그 곳에 없겠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