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요를 위한 사소한 도움, 이토록 정적(靜寂)임에도 정적이지 않은 순간들을 녹여낸 소리들
향은 형태가 불완전함에도 불구하고, 가끔은 흩어지지 않은 채 점차 선명해졌다. 낯선 망설임은 접어두자.
이미 스며 들어 취한 듯 걸음이 재촉된다. 결국엔 손을 뻗고 우리는 그 안에 흠뻑 젖게 된다.
품어지는 순간, 보이지 않던 수많은 무엇들은 그로 인해 적셔져 또렷이 태어난다. 감정은 어쩌면 향과 닮았다.
기이하고 불투명한, 향을 동반한 아름다운 기만자.
아름다움은 항상 침묵을 부르지. 압도하는 모든 것들은 정적을 불러왔고, 불러온 정적 또한 압도적으로 아름다웠다.
어느 설산의 눈보라처럼, 한없이 섞여 떨어지는 폭포처럼, 우리를 품었던 그 원처럼. 그 안에서 우리는 춤을 춘다,
금방이라도 사라져 버릴 듯이. 우리의 춤이 당신의 온도로 침묵하길 바라며.
공존은 섞여 흩어지기보다 되려 서로를 명확히 드러내는 법을 찾는 과정의 단어다.
우리의 음악이 당신에게 감정과의 공존을 위한 고요를 선물하고 싶다는 생각을 제법 자주 소망했다.
/ 체온
말이 멎는 지점에서 정적의 춤이 시작된다.
넓게 펼쳐진 밤의 갯벌에서 이런 기분을 느낀 적이 있다. 별이 가득 박힌 하늘이 나를 감싸 안아 아주 커다랗고 어두운 집에 혼자 있는 것 같았다.
발걸음 소리가 동굴 속에 떨어지는 물방울처럼 울려 퍼지는 그 두려운 고요 속에서 나는 보았다.
저 별이 쉼 없이 깜빡이는 걸, 발 밑에서는 작은 거품들이 보글거리고 하늘엔 검은 구름이 지나다니느라 분주한 것을.
말이 사라진 가운데 비로소 느껴지는 약동들. 이렇게 크고 많은 소리들이 울리고 있는데, 우리는 제각기 무얼 떠드느라 외로워졌는지.
누구의 마음속에서나 눈보라가 치고 너와 나 사이엔 끊임없는 홈이 파인다. 우리 그것에 대해 말하지 말자.
사랑하고 미워하고 절망하고 기뻐했다고 언어의 울타리를 세우는 순간 그 온도는 더 서늘하거나 뜨거워질 수밖에 없다.
우리에겐 직관적이고 감각적인 소리가 필요하다.
조용히 몰아치는 삶의 폭풍을 몸의 온도로 느끼라고 여기 체온의 노래가 있다.
/ 류혜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