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종일 귀에서 뗄 수 없었던 앨범 : 조이트로프 [Half Decade]
“특징적인 진행과 세련된 순수함.
그 평범하지 않으려는 작은 선택들이 마냥 기분 좋다.
앞으로도 더 좋은 음악 많이 들려주길...”
by 뮤지션 고찬용 (낯선사람들)
소리로 만드는 아름다운 환영(幻影)
조이트로프(Zoetrope) 앨범 [Half Decade] 발매
조이트로프는 정지된 그림을 회전시켜 애니메이션처럼 움직이게 만드는 장치다. 같아 보이지만 조금씩 다른 형상들이 회전하며 마법 같은 순간을 만들어 낸다. 이들의 음악도 마찬가지. 수채화처럼 투명하고 맑은 보컬이 덧칠되며 환상적인 움직임이 펼쳐진다. 어디 삐걱거리는 곳 하나 없이, 경쾌하고 거침없이!
“처음 정규를 내자고 할 때는 단순히 '우리가 첫 앨범을 낸지 4년이 되었네. 내년에 정규를 내면 5년째네' 라고 서로 이야기를 했어요. 그동안 조이트로프라는 이름으로 작업을 한 시간들을 그래서 ‘하프 데케이드(Half Decade)’라는 단어로 표현했어요. 그런데 실제 제작기간이 길어지면서 Half and 0.125 Decade가 되었네요. (-모서리)”
‘하고 싶은 이야기가 아주 많은 사람’이라고 말하는 남녀. ‘모서리(보컬)’와 ‘이국원(베이스)’이 만나 2009년 ‘조이트로프’가 만들어졌다. 이들의 노래 속에서 ‘시간’은 중요한 화두이다. 앨범 타이틀에 음악을 해온 시간을 직접 기록하고, ‘선잠’, ‘할 일이 끝나고 할 일이 없을 때’, ‘왜 하필 그 때’는 어떤 특정한 시간에 대한 이야기를 담았다. 노래 곳곳에 시간에 대한 애착과 안타까움이 스며있다. 시간은 이들에게 음악을 해 온 경험치이자 걸림돌이기 때문이다. 는 흘러간 시간들을 마주하고 현재를 살아가기 위한 노력의 결실이다.
목소리로 사람을 홀렸다는 숲 속의 사이렌 (siren)이 연상되는 ‘Collage by Memories’, 까칠한 전주와 또각거리는 구두소리가 상상력을 자극하는 ‘Prickly Lady’ 등 11곡 모두 다른 구성과 스토리를 가졌다. 특히 다채로운 보컬 운용이 돋보인다. 재지하고 블루지한 보컬이 보사노바 리듬부터 발라드, 삼바 밴드의 박자에 맞춰 자유자재로 춤을 춘다.
by 대중음악평론가 김반야
Half Decade : Track By Track
1. Collage by Memories
잊고 사는 편리함. 하지만 우리는 굳이 그것을 꺼내보려는 애꿎음이 있다. 하나를 꺼냈을 때 갑자기 불어 들어오는 작은 공기, 그리고 한 조각씩 순서 없이 나타나는 추억들... 놀라지 마시라. 이제 막 꺼내기 시작했을 뿐이다.
2. 내 노래엔
음악을 만들고 노래를 부르는 이유. 노래 속에 담긴 힘. 그것이 무엇인지, 음악을 만드는 모진 과정을 버티게 하는 이유를 담았다.
3. Prickly Lady
세상의 공격에 본인도 모르는 사이 까칠함을 연마하게 되었다. 온몸에 돋아나 있는 가시들은 어느새 그녀의 일부가 되었고, 그녀는 계속 노래한다, "leave me alone...!"
4. 세레나데 (Acoustic Ver.)
사랑은 끊임없이 솟는 샘물인가. 다 메말라 이제 사랑은 없다고 단념해도 또 사랑이 찾아온다. 시련을 아름답게 맞이하리. 달콤하게 노래하리.
5. It Life (잇 라이프)
"잇 백(it bag)?" 잇 걸 (it girl)?" 그렇다면 "잇 라이프(it life)"는 어떠한가? 딱 그 가방을 사고 싶고, 딱 그 여자를 사귀고 싶듯, "딱 그 인생"을 살고자 하는 마음!
6. 선잠
하얀 밤, 검은 낮. 눈을 감고 누우면 깊은 잠이 들지 못하고 중력을 거슬러 슬쩍 눈이 떠진다. 밤에 갇혀 그 속을 헤매는 고통. 꿈이 있지만 꿈꾸지 못하는 불면증.
7. 할 일이 끝나고 할 일이 없을 때
일은 우리의 배를 살찌우고 우리의 영혼을 고프게 한다. 하루의 일이 끝나고 다음의 일이 시작하기 전까지 우리에게 주어지는 시간.
8. 바보였었나봐
버스가 떠나고 정류장에서 기다리는 것. 이미 늦은 걸 알면서도, 생각이 나고 또 생각이 나는 건 어떻게 해야 하나.
9. 왜 하필 그때
자존심에 붙잡지 못하고 헤어졌던 사랑의 기억. 왜 하필 그때 비가 왔을까.
10. DarkDeepDense
꿈을 이루지 못한 우리는 ‘어둠x깊은x촘촘한’ 현실 속에 갇혀 버린다. 이 ‘답답함+아득함+숨 막히는’ 많은 요소들 속에 더욱 ‘더 어두운 x 더 깊은 x 더 빡빡한’ 공간을 맞이한다.
11. 세레나데 (삼바 밴드 버전)
시끌벅적 연회 속의 세레나데 버전. 사랑하는 대상은 어느새 나의 기타, 요람, 별자리, 우산이 되고 나는 이 사랑의 영원을 꿈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