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디 밴드 1호로 기억되곤 하는 델리 스파이스의 기타와 보컬을 맡고 있는 김민규의 솔로 프로젝트 그룹인 스위트피는 그가 만든 <문라이즈> 레이블의 공식적인 첫 작품이기도 하다. 이에 이한철의 불독맨션과 토마스 쿡 등을 비롯한 5개 정도의 팀이 소속사를 유지하며 활동하고 있는 이 레이블은 앞으로 개성과 실력을 겸비한 인디 밴드의 장이 될 본거지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변함없는 그의 미성에도 불구하고 그룹이라는 이미지가 강하게 다가오는 델리 스파이스의 앨범과는 달리 이 앨범은 지극히 개인적인 분위기의 어쿠스틱함이 주를 이루고 있다.
홈 스튜디오에서 작업해 로우파이(lo-fi)적 특성을 보이는 것도 이유겠지만 악기와 악기간에 가지는 유기적 특성이 조직적이지 않은 데에도 그렇다. 일그러진 기타 음으로 전체 톤을 유지하며 앨범을 여는 '유기'는 한국계 캐나다인 샐리 리가 베이스를 연주했으며(사실 거의 들리지 않는다) 스위트피의 EP 제목과 똑같은 '달에서의 9년'은 어쿠스틱 기타만으로 줄곧 내달리고 있다.
그의 멜로디감이 가장 살아있는 곡은 '유혹 위로 흐르는 강'이라는 세 번째 트랙이다. 델리 스파이스의 동료 윤준호가 베이스를 맡고 있고 '전설의 거인들이여 안녕'이라는 가사가 주는 아련함과 함께 알듯 말듯한 노랫말이 귀를 사로잡는 곡이다. '어디 가니?'처럼 우연히 들어간 강아지 소리만큼 재미있는 노래가 있는가 하면 맨 마지막 트랙은 연주곡으로 대미를 장식하고 있으며 '간주곡'이라는 노래는 음악 평론가 성문영이 번역을 하고 있다.
언젠가 스미스의 리더 모리시(Morrissey)가 나타나 요리를 해주며 자신의 새 앨범 제목을 소개하는 꿈을 꾼 데서 이름을 붙인 [I'm not certain, but you're...](뒷부분은 꿈에서 뭐라 그랬는지 생각이 나지 않는다고 했다)라는 보너스 CD는 그의 소속사 식구들인 이한철과 이다오, 이스페셜리 웬(Especially When), 토마스 쿡 등이 함께 자리하고 있는데 전체적으로 모노 톤을 유지하고 단아하게 개성을 발산하는데 주력하는 인상이다. 이들의 특징은 절대 과장하지 않는 창법과 연주 패턴을 들 수 있는데 홍대 클럽 가에서 주류를 이루고 있는 얼터너티브 사운드와는 다른 기조를 이루는 것으로 다양성의 측면에서 환영할 만한 본보기가 되고 있다. 스위트피도 그의 첫 EP에 수록되었던 '납 메아리'라는 곡으로 컴필레이션의 한 부분을 채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