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이블 <난장>에서 발표한 [꽃을 든 남자] 사운드트랙 앨범에 '당신 생각에'라는 곡을 삽입했던 그녀는 성장 영화 <화이팅 에츠코(Give It All)>의 사운드 트랙 작업을 도맡아 새로운 가능성을 보이기도 했고 이제 그림을 통해 소리를 그리고 소리를 만져 그림을 가다듬는 '아티스트'로서의 작업에 눈을 뜨게 된다. 그래서 그녀가 <301,302>, <산부인과>의 박철수 감독이 디지털 카메라 올 로케이션으로 완성한 신작 영화 <봉자> 사운드트랙 작업을 주도하고 있음이 전혀 이상하지 않다. 물론 [She Wanted]라는 타이틀이 따로 붙어 있는 것에서 알 수 있듯 이번 앨범은 그녀의 정규 10집 앨범의 의미로 파악해도 좋을 듯 하다.
영화 상에서 주연급으로 등장하는 '봉자' 역은 서갑숙에게 돌아갔고 최근 화제를 뿌린 그녀의 색다른 면모가 좋은 그림과 좋은 음악 속에서 어떻게 드러날 지 더욱 기대가 크다. 김밥 말이 여인 봉자의 삶에 갑작스레 뛰어들어온 '자두'와의 이야기는 흥행 성적과는 다른 의미에서 화제를 낳을 것이 분명하기 때문에 더욱 그러하다.
영화 <봉자>의 메인 테마이기도 한 '성녀'는 모던한 감각의 포크 넘버로 브릿 팝적인 서정미와 음울함이 배어나고 이어지는 '신의 꿈'에서 그녀는 다소 허무주의적인 자신의 종교관을 드러내보이고 있다. 사운드 면에선 동서양의 악기가 조화롭게 울리고 있다. 전체적으로 오리엔탈리즘(Orientalism)에 입각해 있고 악기 편성에 있어서도 의도적으로 베이스를 배제해 전형성을 탈피하고 있으나 수록곡 '마야'를 통해서는 스스로 그 규칙을 깨고 있다. 어쿠스틱 주의로 '자연스러움(acoustic is always better!)'을 강조하던 것에서 조금 벗어나 드럼 연주와 일렉트릭 기타 사운드를 들려주고 있다. 보컬 방식 또한 영롱하고 투명한 울림 대신 허스키 창법에 가깝다.
'튜브-자두'는 동양적인 리듬 라인 위에 어쿠스틱 기타가 얹힌 곡으로 후에 연주곡으로도 한 번 더 등장해 주술과도 같은 깊은 인상을 남긴다. 'Brief & Clear'는 악기 편성에서부터 동양적인 신비감이 극대화되고 그녀의 독백과도 같이 읊조리는 보컬이 매력적이고 'Couldn't Say About Reality'는 트립 합 리듬 트랙 위에 현악 편곡, 피아노 연주가 덧입혀져 서정적인 느낌을 주는 연주곡이다.
영어 가사로 된 모던 록 넘버 'Mass Man'은 이상은이 유학시절 만난 재미교포 언더그라운드 펑크 뮤지션 황보령이 게스트 보컬로 참여했고 마지막 곡 'Life Isn't Just Box Of Chocolate'는 영화 미삽입 미발표 신곡이다. 노래의 톤이나 심플한 연주 등이 앨범 전체 컨셉트에 잘 어우러져 엔딩으로 적합한 매우 감미로운 곡.
그녀의 음악이 모처럼 많은 대중들 앞에 선보여지고 또 평가 받게 되는 좋은 기회라는 점에서 그녀에게도 충분히 좋은 기회이다. 늦 더위를 식히는 가을 비 같기를 바란다.
1. 성녀
2. 신의 꿈
3. 마야
4. 튜브 - 자두
5. Brief & Clear
6. Life Isn't Just Box Of Chocolate
7. Mass Man
8. Tube - The Theme Of Jadu (Inst.)
9. Couldn't Say About Reality
10. The World Is A Dream Of God (Inst.)
11. A Saint (Ins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