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ew world
밴 헤일런의 새로운 변화를 감지하기에 충분한 오프닝 트랙이다. Eruption-데뷔 앨범 Van halen('78)의 수록곡-만큼이나 큰 충격을 줬던 Spanish fly-두 번째 앨범 Van halen II('79)-의 거트 기타(통상 클래식 기타라고 부르는) 지판 위를 엄청난 속도로 날아다니던 초음속 플레이에서 이제 New world로... 이렇게 '엄청나게' 바뀌었다. 이 세월의 무게를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그는 이제 관조하듯 차분한 속도로 하모닉스를 울려대고 있다. 연륜 탓일까?
Without you
첫 싱글 내정곡이다. 정통 하드 록을 지향하고 있으나, 별 특징이 없다. 개리 셰론의 보컬은 지극히 실망스럽다. 분명 새로운 보컬리스트를 배려하고 만들 것일텐데... 악곡의 주선율은 완전히 '새미 헤이거를 위한' 그것이다.
One I want
에디의 재치가 번뜩인다. 역시 그의 박자를 쪼개는 리듬 섹션 능력은 탁월하다. 곡의 리프 패턴도 상당한 변화를 주고 있다. 곡 중반부 뮤트 기타를 물고 이어지는 기타 솔로는 와와페달을 이용한 변칙 패턴의 연주다. 그러나 에디가 예전에 보여줬던 인상적인 솔로가 없다. 껄끄럽게 연결되는 소절 소절이 곡을 억지로 늘렸다는 지루한 느낌을 준다. 게리 셰론이 전임자 새미 헤이거의 '어설픈 복사판'이라는 오명을 벗기는 한동안 어려울 것 같다.
From afar
맑은 단선율의 기타 인트로로 시작하는 상당히 인상적인 곡이다. 전작들과 확연히 구별되는 이런 구성은 다분히 의도적인 것이라는 느낌이다. 곡의 구성이 상당히 무겁다. 노래의 선율을 따라가며 복선율의 보틀넥 주법을 사용하는 것도 이채롭다(아니 에디가 보틀넥이라니?). 이펙터의 과용이 아닐까 하는 의문이 들 정도로 두터운 사운드로 블루지한 프레이즈를 펼치는 곡 후반부의 에디의 기타는 확실히 예전과는 다른 면모다. 프로그레시브?
Dirty water dog
인상적인 드럼 비트 위에 실리는 플랜저가 걸린 기타 배킹 위로 이질적인 게리 셰론의 보컬이 얹힌다. 그러나 역시 그의 보컬은 최악이다. 곡도 무미 건조하기 이를데 없다. 이 곡에서도 역시 곡의 리프 패턴이 예전과는 달리 상당히 자주 변화를 주고 있다. 그러나 왠지 물에 뜬 기름이다. 예전의 박진감도 호쾌함도 상당부분이 잘려나갔다. 직선적으로 뻗어나가는 힘은 찾아볼 수 없고, 분절음만 거듭되고 있다. 재미없는 곡이다.
Once
예상의 허를 찌르는 트랙이다. 그의 다음 기타 진행을 '예견할 수 있다'는 사실이 흥미롭다. 그는 예측 불허의 기타 워크로 정평이 난 뮤지션이 아닌가? 무겁고, 애잔하고 극적이다. 에디가 참여했던 영화 <트위스터>의 사운드트랙('96)의 수록곡 Respect the wind의 편성과 분위기를 차용했다. 그의 기타는 멋지다. 그러나 신서사이저의 두텁고 몽롱한 스트링위로 스멀 스멀 기어나오는 기타는 놀랍게도 꽤 상투적이다. 아밍(Arming)에 이어지는 페이드 아웃의 엔딩 부분도 꽤 인상적이다. 그리고 절묘한 오블리가토. ‘역시 에디...’라는 찬사가 터져 나오는 곡이다. 역시 한국인은 이런 멜로디에 약하지...
Fire in the hole
헬리콥터의 노이즈를 뚫고 튀어나오는 멋진 인트로. 정통 하드 록을 지향하고 있다. 새미 헤이거가 노래하고 있는 듯한 착각에 빠질 만큼 게리 섀론의 창법은 완전히 복사판이다. 하긴, 이것은 그의 잘못만은 아니다. 이런 멜로디 라인의 곡을 그렇게 안 부를 수가 있나? 분명 이 앨범에서 손꼽힐 만큼 좋은 곡이다. 오랜만에 들어보는(이 신작에서) 호쾌한 솔로. 그러나 이 곡에서의 일등 공신은 단연, 마이클 앤소니의 탁월한 베이스 라인이다.
Josephina
역시 예전에는 볼 수 없었던 발라드다. 상행 곡선을 타고 오르는 코러스 라인...정말 재미있는 것은 이 곡의 고음역에서의 게리 셰론은 완전히 퀸의 프레디 머큐리다(다시 한번 상기하자. 그는 퀸 추모 공연의 메인 보컬리스트로 참여했었다. 게리 셰론... 정말 실력은 있는 뮤지션인데...).적어도 3번 이상의 조옮김(변조)을 하는 이런 난해한 구성의 발라드 들어보셨나요? 가장 특이한 구성이면서, 수상한 매력을 풍기는 트랙을 꼽으라면 단연 이 곡이다.
Year to the day
아주 서정적인(국내 취향의) 발라드다. 사실 밴 헤일런의 열혈 팬이라면, 이 한 곡만으로도 이 음반은 기꺼이 구매할 동기가 될지도 모르겠다. 일관되게 생톤으로 노래를 받치다가, 곡 간주 부분은 완전히 끈적 끈적한 블루 노트의 블루지 프레이즈로 돌변한다. Once와 함께 국내 히트 싱글 예정곡. 새미 헤이거였다면 멋진 이 곡을 더욱 맛있게 소화해 낼 수 있었을 것이다. 혹시 새미 헤이거 재적 당시 만들어졌던 곡이 아닐까?
Primary
기타 인스트루멘털 소품. 그의 장기인 양손 태핑과 줄의 텐션을 최대한 약하게 한 상태에서 의도된 불협화음을 뒤섞어, 묘한 분위기를 연출한다. 엔딩 부분의 피드백의 잔상들이 스피커를 찢어댈 듯 울어댄다(저음 현의 피드백이라니? 역시 에디답다).
Ballot or the bullet
아니? 시타에 슬라이드 기타까지? 정통 아메리칸 블루스 스타일 + 밴 헤일런식 하드 록을 이중 교배시킨 곡이다. 엔딩 부분의 기타줄 끊어지는 소리를 놓치지 마시길. 밴 헤일런의 진정한 면모/매력은 바로 이런 세월을 거스르는 유머 감각과 여유에서 뿜어져 나온다.
How many say I
피아노와 현악 선율로 클래시컬한 분위기를 한껏 자아내는 발라드다. 이 앨범에서 유일하게 게리 셰론이 자신의 색감으로 노래하고 있다. 정말이지 밴 헤일런은 참 많이도 변했다.
이 앨범은 확실히 예전의 밴 헤일런과는 확연히 다른 면모를 선보인다. 그러나 기대만큼 그 실망감도 배가되는 것은 어쩔 수 없다. 예전의 밴 헤일런이 그립다. 또한 이런 변화의 원인이 정말이지 궁금하다. 이 정도의 결과물을 위해 3년이라는 장고(長考)를 한 것일까? 정말 게리 셰론은 최선의 선택이었을까? 혹시 두 전임 거물들의 '치받고 올라오기'에 짜증이 난 밴 헤일런은 자신들이 마음대로 다룰 수 있는 '적당한 애숭이'를 선택한 것은 아닐까? 익스트림의 훌륭한 보컬리스트였던 게리 셰론은 이 앨범에서 정말이지 어이없는 들러리를 서고 있다.
1. Neworld
2. Without You
3. One I Want
4. From Afar
5. Dirty Water Dog
6. Once
7. Fire In The Hole
8. Josephina
9. Year To The Day
10. Primary
11. Ballot Or The Bullet
12. How Many Say 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