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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첨밀밀>은 젊은 남녀의 10년간의 안타까운 사랑을 담고 있는 영화이다. 진가신 감독은 거듭되는 만남과 헤어짐의 안타까움, 잊혀짐의 서러움, 지나간 사랑에 대한 그리움 등을 섬세하게 그리고 가슴 아프게 선사한다. 그는 <첨밀밀>에서 기존의 고전적인 멜로 영화를 뛰어 넘는 고도의 상징과 탄탄한 시나리오 구성으로 작품 곳곳에 가슴 아픈 사랑의 분신들을 심어놓고 있다. 황혼 녘 소군(여명)이 이요(장만옥)를 태우고 다니던 삐걱거리는 자전거가 그들 중 하나. 어느날 소군의 아내는 그에게 왜 이제 자전거를 타지 않느냐고 말한다. 소군은 이요와 헤어지고 난후, 더이상 자전거를 탈 수 없다. 지나간 사랑의 아픈 기억때문에... 그의 자전거는 집 뒤곁 한 쪽 구 석에서 그들의 사랑이 잊혀지듯이 그렇게 쓸쓸하게 잊혀져 가는 것이다.
영화 <첨밀밀>은 다른 시공간을 살아가는 이 세상의 모든 연인들에게 지금 내게 다가온 사랑이 바로 '거역할 수 없는 운명'이라고 말한다. <첨밀밀>의 두 주인공, 소군과 이요. 그들에게는 등려군이라는 가수를 좋아한다는 공통점이 있다. 이외에도 그들의 닮은꼴은 또 한가지. 바로 돈을 벌기 위해 고향을 등지고 홍콩으로 이주했다는 점이다. 개방과 개혁의 프랜카드를 높이 치켜들고 80년대 중국대륙에 불어 닥 친 자본주의 물결은 이처럼 대륙의 젊은이들로 하여금 더 발전된 자본주의 국가로의 탈출을 종용했다. 그들은 가까운 대만이나 홍콩, 그리고 자본주의의 거대한 상징인 미국까지 흘러 들어가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