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운드트랙을 한마디로 얘기하자면, 팝과 록, 컨트리와 R&B, 그리고 재즈라는 복합적인 장르가 종합선물세트처럼 차곡차곡 채워져있다. 게다가 무려 11곡이 새롭게 불려진 신곡이라는 사실이 놀랍다. 그 만큼 기존의 히트곡들을 감각 있게 선곡해놓는 대부분의 사운드트랙과는 확연히 차별되는 앨범. 확실히 <런어웨이 브라이드>의 사운드트랙은 영화만큼 <귀여운 여인>의 사운드트랙의 신화를 이으려는 욕심으로 가득하다. 우선 제일 처음 우리의 눈길을 끄는 곡은 에릭 클랩튼의 Blue eyes blue. 엄청난 반향을 일으켰던 영화 <페노메논>의 주제곡 Change the world 이후 오랜만에 참여한 영화 음악인지라 관심이 클 수밖에 없는 법. 특히, Change the world에선 베이비페이스와 손잡았던 그가 이 Blue eyes blue에선 다이앤 워렌의 감각에 기대 아주 매력적인 블루스 기타 리프와 떨림을 전해주고 있다. 그리고 '97년 7년만에 새 앨범 MARIGOLD SKY를 발표하면서 조심스럽게 활동을 재개한 매력적인 남성 듀오인 홀 앤 오츠의 곡이 두 곡이나 담겨 있는데, 한 곡은 '82년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던 매력적인 히트곡 Meneater이고, 또 한 곡은 올해 꼭 50이 되는 이 대릴 홀과 존 오츠가 새롭게 화음을 맞춘 신곡 And that's what hurts이다. 게다가 웬만하면 영화를 위해 노래를 부르지 않는 빌리 조엘조차 로이드 프라이스의 스탠다드 곡 Where were you (on our wedding day)?를 리메이크하고 있는데, 2년만에 선보이는 그의 첫 스튜디오 레코딩이라는 점이 눈길을 끈다. 그 뿐 아니라 영화 <어느 멋진 날>의 주제곡 For the first time 이후 한동안 접할 수 없었던 케니 로긴스가 호주의 남성 4인조 보컬 그룹인 휴먼 네이처와 함께 호흡을 맞춘 Once in a lifetime 역시 케니 로긴스를 사랑하는 팬들에겐 더할 나위 없이 반가운 노래 선물이다.
이렇듯 대중 음악 신의 탁월한 뮤지션들이 무게중심을 잡고 있는 탓에 사운드트랙은 더욱 풍성한 들을 거리를 제공하지만, 결코 이게 전부는 아니다. 그 중에서도 주목해야할 뮤져션이 바로 역시 두 곡을 헌사하고 있는 여성 컨트리 그룹인 딕시 칙스. 새 앨범 FLY 수록 예정인 곡으로 벌써부터 컨트리 차트를 긴장시키고 있는 Ready to run은 물론이고, 영화의 예고편 필름에 삽입된 You can't hurry love를 감칠 맛나게 소화해면서 눈부신 행보를 감행하고 있기 때문이다. You can't hurry love는 슈프림스의 '66년도 히트곡의 리메이크 버전. 그 밖에도 컨트리 여가수 마티나 맥브라이드의 I love you, 포크 남성 듀오인 에반 앤 자론의 From my head to my heart, 영화 <마스크 오브 조로>의 주제곡 I want to spend lifetime loving you 이후 새롭게 선보이는 살사 뮤지션 마크 앤소니가 열정적으로 토해내는 You sang to me, 여성 포크 싱어 송라이터 숀 콜빈의 Never saw blue like that, R&B 여성 그룹 얼루어의 You‘re the only one for me, 그리고 얼마 전 우리나라에서 열린 '마이클 잭슨과 친구들' 공연에서 폭발적인 가창력과 열정적인 무대로 인기를 한 몸에 모은 대만 최고의 여가수 코코 리의 Before I fall in love처럼 한편 달콤하고 한편 열정적인 사랑의 속삭임이 이 러브 스토리에 숨막히는 떨림으로 작용하고 있다.
물론 앞서 언급한 신곡들이 너무나 화사하다고 해서 이 사운드트랙을 익숙하게 채우고 있는 세 곡의 고전 넘버를 무시할 수는 없는 법. 영화의 오프닝 크레딧과 함께 울려 퍼지는 아일랜드의 노장 밴드 U2의 '87년 히트곡인 I still haven't found what I'm looking for와 홀 앤 오츠의 '82년 히트곡인 Meneater, 그리고 영화 속에서 리차드 기어와 줄리아 로버츠 사이에 사랑의 메신저 역할을 하는 재즈계의 전설적인 아이콘인 마일즈 데이비스의 It never entered my mind까지 기존의 애창곡들과 보석 같은 신곡들이 서로 조화를 이루며 이 사운드트랙을 더욱 낭만적으로 채워놓고 있다. 이보다 더 눈부실 수 없는 로맨틱한 사운드트랙. 장담컨대 '99년 영화 음악의 가장 아름다운 보고서가 될 것 같다.
1. I Still Haven't Found What I'm Looking For
2. Ready To Run
3. I Love You
4. Maneater
5. From My Head To My Heart
6. Blue Eyes Blue
7. And That's What Hurts
8. Never Saw Blue Like That
9. You Can't Hurry Love
10. You Sang To Me
11. You're The Only One For Me
12. Before I Fall In Love
13. Once In A Fifetime
14. Where Were You
15. It Never Entered My Mi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