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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틀즈의 성공신화를 이끈 드럼 연주자이자 1960년대 최고의 뮤지션 "링고 스타"
그의 35년 솔로 커리어를 집대성한 베스트 앨범. [Photograph: The Very Best Of Ringo Starr]
* 비틀즈의 1965년작인 <Help!>에 수록된 “Act Naturally” 포함,
* 1970년 첫 단독 앨범 <Sentimental Journey>부터 2005년 <Choose Love>에 이르는 총 13장의 정규음반과 싱글 발표작에서 엄선한 히트곡 20트랙 수록
With a Little Help from Ringo Starr
노장은 멈추지 않는다!- 영원한 팝스타 링고 스타의 베스트 앨범
1962년부터 1970년까지 비틀즈(The Beatles)의 성공신화를 이끈 드럼 연주자이자 1960년대 가장 유명한 뮤지션, 그리고 밴드 해체 뒤에는 솔로가수와 영화배우로 활약한 위대한 팝 아티스트 링고 스타의 베스트 음반이다. 비틀즈 초창기 시절의 노래 “Act Naturally”를 포함, 1970년 첫 단독 앨범 <Sentimental Journey>서부터 2005년 <Choose Love>에 이르기까지 그가 발표한 총 13장의 정규음반과 일부 싱글 발표작에서 히트곡 20트랙을 모았다.
내년 1월 열네 번째 앨범 <Liverpool 8>을 공개하기에 앞서 내놓은 이번 베스트 앨범은 링고 스타의 35년 솔로 커리어를 집대성한 선집이며, 포토그라프라는 타이틀대로 링고의 지난 음악적 궤적을 한눈에 알 수 있는 ‘추억의 사진첩’과도 같은 작품이다. 또한 벌써 나이가 예순 일곱이 넘은 할아버지가 됐지만 앞으로도 계속해서 음악에 집중하겠다는 링고 스타의 숭고한 예술적 의지를 보여주는 뜻 깊은 앨범이다.
사실 링고 스타의 베스트 음반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오랜 음악생활을 한 베테랑답게 지금까지 이미 세 장이나 낸 바 있다. 1975년 <Blast From Your Past>, 1989년 <Starr Struck: Best of Ringo Starr, Vol. 2>, 2001년 <The Anthology… So Far>가 바로 그 앨범들. 허나 이 세 장은 출시한 음반사도 또 그 수록곡들의 시기와 성격도 모두 조금씩 달랐다.
첫 베스트는 EMI와의 계약을 종결하며 발표한 마지막 ‘애플’ 음반으로 1971년부터 1975년까지, 사실상 링고 스타의 상업적 전성기 시절을 담고 있다. 두 번째는 1976년 미국 애틀랜틱, 영국에서는 폴리도어로 소속을 옮긴 뒤 1983년까지의 활약상을 기록했다. 또 세 번째는 링고 스타가 자신의 순회공연을 위해 조직한 밴드 링고 스타 앤 히스 올스타 밴드(Ringo Starr and His All-Starr Band)의 콘서트 음악들이 주요 레퍼토리다.
이번 모음집은 지난 베스트 앨범들과 달리 발매 레코드사와 상관 없이 링고 스타가 배출한 모든 히트곡들을 빠짐 없이 발췌해, 그야말로 완전무결한 ‘베스트 오브 베스트’ 음반이라 말할 수 있다. 또 콜렉터스 아이템에는 보너스로 DVD가 같이 있는데, “It Don’t Come Easy” 같은 대표곡들의 오리지널 홍보 필름과 뮤직비디오가 담겨있어 옛 희귀필름을 발견하는 듯한 즐거움도 얻을 수 있다.
Don’t Pass Me By
링고 스타는 리처드 스타키(Richard Starkey)라는 이름으로 1940년 7월 7일 영국 리버풀에서 태어났다. 어릴 적부터 병을 달고 살았던 그는 그러나 그러한 불행을 딛고 훌륭한 드러머로 성장해 1962년에는 드디어 비틀즈의 마지막 멤버로 합류했다. 드럼 연주자이지만 노래실력까지 뛰어났던 링고 스타는 그때부터 1970년까지 비틀즈의 중요한 한 파트를 책임지며 팀과 자신의 대성공을 일궈냈다.
존 레논, 조지 해리슨, 폴 매카트니 등 다른 세 멤버에 비해 작곡이나 다른 음악적 역량은 뒤졌지만 링고 스타는 대중음악사에 길이 남을 당대의 드러머였다. 실제로 그는 자신만의 독창적인 연주 스타일로 여러 후배들에게 깊은 영감을 주었으며 또 역할모델이 되었다. 제네시스 출신의 필 콜린스를 비롯해 푸 파이터스의 데이브 그롤, 드림 씨어터의 마이크 포트노이 같은 유명 드럼 연주자들이 링고 스타에게 영향을 받았다고 직간접적으로 증언했다.
비틀즈가 해체하기 직전인 1969년 링고 스타는 부모님을 기쁘게 해드리려고 첫 솔로 앨범 <Sentimental Journey>를 녹음해 이듬해 발표했다. 곧이어 컨트리 음반 <Beaucoups Of Blues>를 내놓은 그는 영화 <더 매직 크리스천>에 출연하면서 배우로서의 경력을 쌓아나가기 시작했다. 1971년에는 조지 해리슨이 개최한 자선 콘서트 <Concert For Bangladesh>에 출연하기도 했으며, 1973년 3집 <Ringo>를 출시해 역대 최상의 히트를 거둔다.
하지만 링고 스타는 1976년을 기점으로 급격한 하향선을 긋는다. 그 뒤 1983년까지 5장의 앨범을 냈지만 번번히 상업적 실패를 맛봤고 극심한 슬럼프에 빠져들었다. 그러나 1988년 조지 해리슨의 솔로작 <Cloud Nine>에 수록된 “When We Was Fab”에서 드럼을 연주한 것을 계기로 재기의 의지를 다지기 시작해, 이듬해인 1989년 링고 스타 앤 히스 올스타 밴드를 조직해 순회공연 중심으로 음악활동을 재가동했다.
올스타 투어에서 힘을 다시 얻은 링고 스타는 1992년, 무려 9년 만의 신보 <Time Takes Time>을 공개했다. 제프 린 같은 일급 프로듀서들이 제작했던 그 음반은 1973년의 <Ringo> 이후 최고의 레코딩이라는 찬사를 받았다. 그 뒤로도 링고 스타는 비틀즈 앤솔로지 프로젝트와 개인 앨범 작업, 올스타 밴드 콘서트, 태양의 서커스 <러브> 홍보활동 등으로 바쁜 나날을 보내왔으며 내년 또 하나의 솔로 음반을 낼 예정이다.
Photograph: The Very Best Of Ringo Starr
이번 베스트 앨범의 타이틀이자 첫 트랙으로 수록된 “Photograph”는 링고 스타에게 아주 특별한 곡이다. 비틀즈 해체 이후에도 사랑하는 친구이자 동료였던 조지 해리슨과의 각별한 우정이 담긴 노래이기 때문이다. 1973년 명반 <Ringo>에 실린 이 곡은 링고 스타와 조지 해리슨이 공동으로 작곡해 미국 빌보드 싱글 차트 정상에 오른 노래로, 링고 스타 최대의 히트곡이자 그를 상징하는 시그니처송이다.
특히 “당신의 얼굴을 볼 때마다 우리가 함께 가던 곳들이 떠오릅니다. 하지만 나한테 남은 건 오직 사진 한 장뿐. 그리고 나는 당신이 더 이상 돌아오지 않을 거라는 걸 실감합니다”라는 노랫말은 이제 그 의미가 변했지만 고인이 된 조지 해리슨을 생각하면 가슴이 찡하다. 링고 스타는 2002년 11월 29일 해리슨 1주기를 맞아 열린 추모 음악회에 나가, 바로 이 노래를 멋지게 불러 친구의 넋을 위로했고, 또 이 베스트 앨범에 첫 곡으로 수록했다.
그밖에 조니 버네츠의 1960년 노래를 커버해 빌보드 차트 1위를 기록한 “You’re Sixteen”, 알코올과 약물 중독의 고통을 오히려 쾌활한 분위기로 승화시킨 “No-No Song”, 플래터스의 1955년도 명곡을 자기 버전으로 해석한 “Only You”, 존 레논, 조지 해리슨, 링고 스타 등 세 사람이 비틀즈 해체 이래 처음으로 함께 모여 만든 “I’m The Greatest” 같은 불후의 명작들이 실려있다. “Act Naturally”는 유일한 비틀즈 시절 노래로, 버크 오웬스와 함께 새로 부른 버전이다.
최근 링고 스타는 AP와 인터뷰를 가졌다. 이 자리에서 그는 “No-No Song” 같은 노래를 쓸 당시의 기억, 전설적인 포크 싱어 밥 딜런에 대한 무한한 존경심, 깊은 드럼 소리의 비밀, 영화배우 은퇴결정 등을 이야기했다. 그 가운데 눈길을 끈 부분은 “Photograph”에 관련, 자신이 아는 코드는 기타 코드 E와 피아노 코드 C뿐이며 그걸로 모든 곡을 썼고, 종종 조지 해리슨이 코드를 더해 곡을 완성해주는 등 많은 도움을 주었다고 말한 고백이었다.
허나 링고 스타가 몇 개의 코드를 아느냐는 하나도 중요하지 않다. 그가 굳이 많은 코드를 앞 필요는 없지 않은가. 무엇보다 소중한 것은 링고 스타가 결코 음악을 멈추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앞선 AP 인터뷰에서 링고 스타는 다시 음악에 전념하려고 배우를 그만 두겠다는 결심을 밝혔다. 역시 살아있는 팝의 역사다. 그가 활동하는 것 자체가 감사한 일이다. 링고 스타 특유의 브이(V) 표시를 앞으로도 계속 보고 싶은 마음 간절하다.
[글 : 고영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