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감(共感)을 부르는 명품 알앤비
정엽 1st Album [Thinkin' back on me]
UCC로 퍼진 콘서트 동영상으로 'Nothing Better' 신드롬을 일으켰던 브라운아이드소울의 맏형 정엽이 오는 10월 30일 첫 솔로 앨범을 발표한다.
나얼이라는 이름으로 대표되는 브라운아이드소울 안에서 일정부분 인기의 공을 양보해야 했던 정엽. 하지만 해군 홍보단 시절부터 국내 최정상 알앤비 보컬리스트로 인정받아 왔던 정엽은 절제되어 있으면서도 깊이 있는 보이스를 통해 네오소울의 대표주자 맥스웰(Maxwell)과 비견되어 온 특출한 보이스의 소유자다.
맥스웰의 음악이 그렇듯 정엽의 첫 번째 앨범 또한 알앤비적 기교보다는 감성이 음악의 중심에 놓여 있다. 노래를 어떻게 얼마나 잘 부르냐를 고민하기보다는 대중과 어떻게 공감하고 자신만의 감성을 전달할 것인가를 고민했다는 정엽. “제가 흑인도 아니고 창법과 기교가 중요한 건 아니잖아요. 전 김장훈 선배의 음악이 참 좋아요. 선배님의 음악을 듣고 있으면 김장훈 선배님만의 감성이 그대로 들어와서 공감하게 되거든요.” 겸손함이 좌우명이라는 정엽은 그리하여 자신의 음악적 기반인 소울 음악에 집착하지 않고 대중과 함께할 수 있는 음악들로 첫 번째 앨범을 꾸몄다. 공감을 위해 개인적인 음악적 욕심은 잠시 미루어둔 것. 물론 대중에게는 정엽이라는 매력적인 뮤지션을 더 가깝게 만날 수 있는 기회가 생긴 셈이다.
13곡이 수록될 이번 앨범은 정엽 자신이 직접 프로듀싱과 작사/작곡을 맡았다. 32살의 적지 않은 나이에서 나오는 공감 가는 가사와 멜로디들이 가슴에 와 닿으며, 주목 받고 있는 싱어송라이터 겸 피아니스트 에코브릿지의 적극적인 참여 또한 앨범의 가치를 한껏 올려주고 있다.
소울의 강성과 기교보다 편안함을 선택한 만큼 재즈 계열 뮤지션들의 세션 참여가 많은 것도 눈에 띈다. 색소포니스트 장효석, 피아니스트 이규현, 베이시스트 노덕래 등 국내 정상급 재즈 뮤지션들이 앨범 곳곳에 포진하고 있으며 박주원, 샘 리, 전성식 등 감성적인 연주로 국내에서 확고한 입지를 굳히고 있는 뮤지션들이 명품 알앤비의 격을 높여주고 있다. 현악 스트링을 통해 대중성을 확보하고 있는 것 또한 빼놓을 수 없는 강점이라 할 만하다.
앨범의 문은 브라운아이드소울 2집에 수록되었던 ‘Nothing Better'의 기타 버전이 열고 있다. 정엽 본인이 특별한 애착을 느낀다는 이 곡은 정엽의 감성적인 보컬이 편안한 어쿠스틱 사운드 안에서 얼마나 큰 감동을 주는지 느끼게 해 준다.
타이틀 곡 ‘You are my lady'는 맥스웰 식의 중성적 가성 창법이 돋보인다. 떠나간 연인에 대한 간절한 그리움을 절제된 창법으로 소화하는 모습에서 오히려 더욱 가슴이 시려온다.
여성 알앤비의 대표주자 거미와 듀엣으로 부른 ‘끝이 없나봐’, 스티비 원더의 트리뷰트 송으로 담은 ‘Too shy to say' 또한 주목할 만한 곡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