샤를르 아즈나부르 [DUOS : 2CD]
샹송계의 거장, 식지 않는 음악의 열정으로 빛나는 싱어-송라이터, 영화배우이자 프랑스의 국민 샹송가수 샤를르(샤를, 찰스) 아즈나부르와 기라성 같은 스타 뮤지션들과의 만남, 그 화려한 듀엣의 향연을 수록한 신보!
<Yesterday When I Was Young>의 원곡 <Hier Encore>의 주인공, 영화 ‘노팅힐’<She>작곡가, 전세계 1억장의 앨범 판매고, 생애 800여곡을 만든 살아있는 전설답게 그만이 이루어낼수 있는 거대한 업적!!
엘튼 존, 셀린 디온, 플라시도 도밍고, 훌리오 이글레시아스, 나나 무스쿠리, 스팅, 조쉬 그로반, 캐롤 킹등 세계 각국을 대표하는 최고의 슈퍼 스타들과 호흡을 맞춘 금세기 최고의 듀엣 명반!!!
특히 이미 고인이 된 프랭크 시나트라와 <Unforgettable>에서처럼 현대의 녹음방식으로 듀엣을 했으며 한때는 연인이었던 에디뜨 피아프와의 듀엣도 흥미롭다.
CD1은 아즈나부르의 자작 히트곡 13곡을,
CD2는 영어 및 다양한 언어로 번안된 본인 히트곡 및 스탠다드 곡 15곡을 모두 본인과 스타들의 듀엣으로 수록되었다.
우리가 샹송, 또는 프렌치 팝이라는 영역으로 부르는 프랑스의 대중음악으로서의 위상은 영어권 팝 음악과 비교했을 때, 그 세계적 장악력에서는 조금 밀릴지 몰라도 오랜 역사와 튼튼한 음악 수요층을 전 세계에 두고 있다. 15세기부터 이어진 그 오랜 역사는 차치하고라도, 모던 샹송의 영역만 이야기 하더라도 일찍이 20세기 초반 에디트 피아프(Edith Piaff)와 같은 불세출의 보컬리스트를 탄생시켰다. 그리고 그 후에도 자크 브렐(Jacques Brel), 프랑소아즈 아르디(Françoise Hardy), 이브 몽탕(Yves Montand) 등 다수의 싱어-송라이터들이 프랑스 국내를 넘어 세계적 인기를 얻었다.
게다가, 로큰롤 시대 이후 영-미 팝 사운드가 프랑스에 물밀듯 밀려들어와 더욱 다양한 장르로 분화된 시점에도 프렌치 팝을 대표하는 스타들은 꾸준히 탄생했다. 세르쥬 갱스부르(Lucien Ginsburg), 프렌치 팝의 8-90년대를 빛낸 쟝 자크 골드만(Jean Jacques Goldman)와 같은 자국파들, 그리고 80년대 말과 90년대 초 국내 팬들을 설레게 만들었던 엘자(Elsa), 제인 버킨(Jane Birkin)이나 죠르주 무스타키(Georges Moustaki)처럼 태생은 프랑스가 아니나 이제는 프렌치 팝의 일부가 된 아티스트들까지 프렌치 팝과 샹송이 아직까지 대중음악 씬에서 펼치는 위력은 만만치 않다. (그리고 비록 프랑스의 퍼스트레이디가 된 여파를 타고 있지만 카를라 브루니(Carlar Bruni)가 현재 세계적으로 보여주는 인기도도 이의 연장선이라 하겠다. 물론 그녀도 이탈리아 출신이라는 것이 재미있는 점이지만.)
물론 현재 프랑스의 대중음악의 트렌드가 힙합, 일렉트로니카 등에서 더욱 활발하게 가속도가 붙고 있기에, 고전적 샹송 보컬들의 입지가 세계적으로 예전 같지 않은 건 사실이다. 그러나 그런 세월의 흐름과는 아랑곳없이 80대라는 고령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전 세계를 누비면서 꾸준히 공연 활동을 하고, 음반도 지속적으로 발표하면서 대중의 사랑을 받는 '원로', 아니, 진정한 '고참' 남성 보컬리스트가 있다. 바로 그가 이 음반의 주인공이자, 국내에는 싱글 <Isabelle>로 음악 팬들에게 친숙한 샤를르 아즈나부르(Charles Aznavour)이다.
그는 훌륭한 싱어-송라이터로써 지금까지 1000곡이 넘는 노래를 작곡했으며, 또한 영화 배우로서 60편에 이르는 영화에 출연했고, 세계적으로 총 1억장이 넘는 음반을 판매한 프랑스 대중문화의 거목이다. 아직도 그는 전 세계의 유명인들이 모이는 행사에 초청되어 노래를 부르는 단골손님이며, 1998년에 타임 온라인(Time Online)에서 선정한 '20세기의 연예인' 100위 명단에서 당당히 1위를 차지할 정도의 위상을 갖고 있다. 게다가 그는 20세기 중반부터 지금까지 샹송의 매력을 가장 다양한 언어로 전 세계에 퍼뜨린 장본인이기도 하다. 미국계 부모에게서 태어났기 때문에 영어에도 능통한 그는 영어, 이태리어, 스페인어, 독일어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언어로 샹송의 아름다움을 세상에 전파했다. 바로 이 점이 그를 프랑스의 국민 가수로서의 위상을 넘어 세계적 뮤지션으로서 그를 인정받게 만든 가장 큰 힘이었던 것이다.
팔순이 넘도록 쉼 없이 이어져온 샤를르 아즈나부르의 음악 커리어
샤를르 아즈나부르는 1924년 5월 22일생으로 프랑스의 생 제르망 드프레(Saint-Germain-des-Pres)에서 태어났고, 미국계 이민자 부모의 아들이었던 그는 이후 파리로 이주해 살았다. 서양인치고는 왜소한 체격와 프랑스계와 다른 독특한 이목구비로 인해 어린 시절 친구들에게 놀림거리가 되기도 했지만, 가족이 이미 연예계에서 활동해왔기 때문에 일찍이 아역배우로 무대에 올랐다. 그리고 뮤지컬 단체의 일원으로 순회공연을 다닐 정도로 노래와 연기에 뛰어난 소질을 보였다. 그러다 제2차 세계대전이 한창이던 1942년 파리에서 우연히 음악 감독이자 가수인 피에르 로슈(Pierre Roche)와 만나면서 본격적으로 전문 가수로 활동할 기회를 얻게 되었다. 피에르가 자신의 아파트를 개조해서 운영한 '샹송 클럽'이라는 곳에서 샤를르는 다양한 예술가들의 시와 노래를 접하고, 자신도 직접 가사와 곡을 쓰면서 싱어-송라이터로서의 능력을 확보했다. 그 후 거의 8년간 피에르와 함께 듀엣으로 무대에 서서 노래를 불렀는데, 1946년에는 레이몽 베르나르(Raymond Bernard) 감독의 '잘 가요, 내 사랑(Adieu Cherie)'에 처음 출연한 것을 계기로 영화계에서도 활동을 시작하게 되었다.
그는 1946년 미셀린 루겔(Michelin Lugel)과 첫 결혼을 했으나, 8년 만에 이혼한 뒤 그의 인생과 음악에 있어 가장 큰 의미를 지니는 인물인 에디트 피아프를 만나게 되었다. 에디트는 처음엔 피에르와 샤를르를 자신의 투어 팀에 합류시켰고, 피에르가 그와 결별한 이후에는 그를 솔로로 활동할 수 있도록 큰 도움을 주었다. 이를 통해 두 사람은 뜨겁게 사랑에 빠지기도 했지만, 결혼까지 이르지 못하고 결국 결별했다. 이런 시간의 흐름 속에 그는 캬바레 싱어로서의 침체기를 뛰어 넘어 1954년에는 물랑 루즈, 다음 해에는 프랑스 뮤지션에겐 꿈의 무대인 올랭삐아 무대에 진출하면서 진정한 샹송가수로 인정받았다. (물론 영화 배우로서도 50년대 후반 절정의 인기를 구가했다.)
60년대로 넘어오면서 그는 내놓는 곡마다 히트를 기록하면서 전성기를 구가하게 되었다. <La Mamma>, <Les Feuilles Mortes>, <Le Temps, Et Pourtant> 등이 이 시기에 발표된 그를 대표하는 트랙들이다. 그리고 그의 무대는 자국에만 머무르지 않고 미국 카네기 홀(1964년), 런던 애버트 홀(1967년) 등 세계로 범위를 넓혀갔다. 결국 그는 영-미 대륙에서도 배우와 가수로서 확실한 기반을 닦았고, 아예 헐리우드로 건너간 그는 60년대 후반과 70년대 초반까지 말론 브란도(Marlon Brando) 등 미국의 인기 배우들과 함께 출연하는 성과를 거두었다. 그의 매력적인 보이스는 영화에서도 빛났기에, 당시 헐리우드 제작자들은 그를 매우 선호했었다고 한다.
70년대에 가수로서 그가 거둔 또 하나의 성과는 샹송 보컬로서 영국 차트에서 당당히 싱글 차트 1위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던 일이다. 바로 그 곡이 우리에게는 영화 '노팅 힐(Notting Hill)' OST에서 엘비스 코스텔로(Elvis Costello)가 리메이크했던 <She>였다. 그 후에도 80년대와 90년대에도 그는 꾸준히 음반을 발표했고, 음악 활동과 별개로 세계에서 벌어지는 재난과 인권 문제에도 적극적으로 개입하는 사회 활동가로서의 면모를 선보여 그의 팬들에게 확고한 지지를 받았다. 특히, 1998년 아르메니아 지진 사태로 피해를 입은 난민들을 위한 자선 싱글 <Pour toi Arménie>는 프랑스의 대표적 가수들이 모두 참여했고, 프랑스 차트 18주간 1위를 기록했다. 그리고 유네스코에서 아르메니아 영구 친선 대사로 임명되어 자신이 거둔 기금을 해당 국가의 재건을 위해 전액 희사했다. (이로 인해 아르메니아에는 그를 기리는 동상까지 세워질 정도로 그는 ‘은사’의 대접을 받았고, 작년에는 해당 국가의 명예시민으로 추대되었다.)
그리고 더욱 놀라운 사실은 84살이라는 고령에도 불구하고 그가 현재도 신보를 내고 월드 투어를 가질 만큼 건강한 몸과 목소리를 갖고 있다는 점이다. 사실 쿠바 여행을 하며 받은 영감을 반영한 앨범「Colore Ma Vie」를 내놓은 2006년에 그는 미국과 캐나다를 도는 ‘Farewell Tour(고별 투어)’를 가졌지만, 결국 이것이 그를 은퇴로 이끌지는 않았다. 그리고 고(故) 딘 마틴(Dean Martin)과의 듀엣곡으로 화제를 모았던 앨범「Forever Cool」이 발매된 2007년에는 아시아와 일본에서, 그리고 작년에는 프랑스와 유럽 전역을, 그리고 향후 투어 일정이 (건강이 허락하는 한) 2010년까지 잡혀있을 정도로 그는 영원한 ‘청춘’을 구가하고 있다.
프랭크 시나트라의 듀엣 앨범과 버금갈 정상급 아티스트들과의 듀엣 앨범「Duos」
사실 ‘듀엣 앨범’을 발표하기 이전부터 샤를르 아즈나부르는 여러 뮤지션들과 함께 무대에 서서 노래할 기회가 많았다. 그의 노래에 매료되고, 그를 존경하는 뮤지션들이 일찍이 그의 노래를 여럿 리메이크 했었고, 그 역시 루치아노 파바로티(Luciano Pavarotti), 플라시도 도밍고(Plácido Domingo)와 같은 성악 테너들과도 듀엣을 했을 만큼 그는 다른 뮤지션들과 조우하는 것을 즐기는 편이다. 그렇기에, 본국에서 작년 12월에 발매된 샤를르 아즈나부르의 이 듀엣 음반 발매는 이미 예견된 수순이었다고 봐도 무방하다. 그리고 그의 별명이 ‘프랑스의 프랭크 시나트라(Frank Sinatra)’이기도 했던 만큼, 프랭크의 작업으로 인해 하나의 트렌드로 점화된 이 정상급 뮤지션들과의 협연 앨범 형식이 그에겐 너무나 잘 어울린다. 게다가 그의 60년이 넘는 음악 커리어가 듀엣의 순간들로 이렇게 2장의 CD에 함께 담길 수 있다니, 얼마나 매력적인가! 정말 이 음반에서 볼 수 있는 아티스트들의 면면만 봐도 화려하기 그지없다. 셀린 디옹(Celine Dion)과 훌리오 이글레시아스(Julio Iglesias) 같은 팝 음악의 대표 뮤지션들, 폴 앵카, 나나 무스끄리 등 동시대의 음악 동지들, 그리고 플라시도 도밍고와 같은 성악가들까지 믿음이 가는 이름들이 그와 아름다운 화음을 이뤄내고 있는 것만으로 이 앨범을 감상할 동기 부여는 충분하다.
첫 번째 CD는 그가 지난 60년간 불렀던 대표적 프랑스어 히트곡들의 듀엣 버전이 실려 있다. 셀린 디옹과 함께한 <Toi Et Moi(당신과 나)>를 비롯한 여성들과의 듀엣곡들은 프랑스 샹송 특유의 낭만적 분위기가 현대적으로 잘 구현되어 있고, 엘튼 존(Elton John)과 함께한 <Hier Encore(지금도 어제 같아라)>와 같은 곡들에서는 좀 더 무게감이 있으면서도 진한 감상주의를 자극하는 보컬로 듣는 이를 사로잡는다. 특히 현재 최고의 인기를 구가하는 신세대 크로스오버 보컬 조시 그로반(Josh Groban)이 그의 대표적 히트곡 <La Boheme>에서 호흡을 맞추고 있다는 것은 그의 음악을 존경하는 음악가들의 범위가 얼마나 시대를 건너 넓게 퍼져있는지 확인하게 해 준다.
그리고 두 번째 CD는 그의 대표적 히트곡들이 영어권에서도 얼마나 많이 번안되어 히트했는지 확인할 수 있는 하나의 증거 자료 구실을 할 정도로 샹송 팬들이 아니라도 듣기에 편안함을 준다. 앞서 설명했던 <Hier Encore>와 <Toi Et Moi>는 1960년대 후반 <Yesterday When I Was Young(로이 클락(Roy Clark)이나 앤디 윌리엄스(Andy Williams)의 버전이 국내엔 잘 알려져 있다)>, 그리고 <You And Me>로 번안되어 CD1과 동일한 매치 업으로 수록되었다. (스팅과의 듀엣 <L’Amour C’Est Comme Un Jour(사랑은 매일 새롭다네)>와 <Love Is New Everyday>도 이와 같은 방식으로 2장에 각각 실렸다.) 하지만 우리에게 엘비스 코스텔로의 버전으로 익숙해진 <She>를 록시 뮤직(Roxy Music)을 거친 베테랑 보컬리스트 브라이언 페리(Bryan Ferry)의 건조하고 살짝 빠른 호흡에 맞춰 색다르게 부른 듀엣 버전은 단지 기존 히트곡의 듀엣으로서의 전환 이상을 추구하고자 하는 그의 의도가 잘 담겨있다. 그리고 CD1에 담겨 있는 곡들의 프랑스어-영어가 아닌 제 3국어(이탈리아어, 스페인어, 독일어)버전들이 함께 실려 있다.
한편, 나탈리 콜(Natalie Cole)의 <Unforgettable>이후 이제는 아주 익숙한 녹음 기술이 된 고인이 된 뮤지션들과의 듀엣 역시 이 앨범에서 시도되고 있는데, 두 장의 시디 속에서 프랭크 시나트라와의 듀엣인 <Young At Heart>, 그리고 앞서 언급했던 딘 마틴과의 2007년 듀엣곡 <Everybody Loves Somebody Sometime> 등의 트랙들은 그 시절 함께 노래했더라면 하는 아쉬움을 충분히 보상할 만큼 고전적 스탠다드 재즈의 매력을 이끌어낸다. 그런데, 한 때는 연인이었고, 자신을 키워준 스승이자 연인이었던 에디트 피아프의 목소리와 조우한 <C'Est Un Gars(그는 소년)>을 녹음하면서 과연 그는 어떤 생각을 했을까?
팔순의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는 듯 정열적 음악 활동을 이어가고 있는 샤를르 아즈나부르. 그의 이번 듀엣 앨범은 프렌치 팝-샹송의 20세기를 정의하고 있는 거장의 업적을 그와 다수의 스타 뮤지션들의 보컬과 함께 멋지게 확인해볼 수 있는 즐거운 앨범이다. 앞으로도 그의 꾸준한 활동을 응원하면서 그가 90이 넘어서도 정정하게 노래를 부르는 상상이 현실로 올 수 있기를 기원한다.
2009. 1 글/ 김성환(Music Journalist - 뮤직매거진 Hot Tracks 필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