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현의 창작노래 Ⅲ 「 Slow city 」
‘조금은 천천히 가도 아주 늦지 않는다’는 말이 있다. 이 말처럼 가객 문현은 조금 늦게, 그리고 천천히 국악계에 입문했고, 이제 우리 노래를 시작한지 30년의 시간을 맞게 되었다.
잠시 호흡을 고르고 마음을 가다듬은 뒤, 선비의 노래 ‘시조’가 새 옷을 입고서 첨단의 대도시로 얼굴을 내밀었다. 가객 문현의 두 번째 창작음악 작업이다. 느짓한 템포의 시조가 대도시 사람들이 숨 가쁘게 질주하는 사이를 천천히 넘나든다. 문현의 창작노래 두 번째 작업의 결과물은 〈슬로우 시티 Slow city〉이다.
이번 음반에는 창작시조 12곡을 담았다. 애니메이션 ‘장금이의 꿈’에서 작곡가로 음악 감독으로 활약한 바 있는 임희선은 황진이의 시조에 곡을 붙여 ‘사랑이로’를 완성하였다. 시조의 맛을 현대적으로 표현한 노래이다. ‘사랑이로’가 가장 시조다운 노래라고 한다면, 박정규 곡 ‘가을 편지’는 가장 클래식한 노래이다. 전자 음향이 들어가지 않은 어쿠스틱한 반주와 노래가 함께 했다.
도시인들은 항상 어딘가로 이동 중에 있다. 분주한 일상 속에서 때로는 정체성을 상실한 채, 길을 잃을 때도 있다. 도시 속의 노래들은 움직이는 존재, 흐르는 존재, 흔적으로 남은 존재인 듯하다. 같지 않은 것들이 만나고 소통하는 과정을 통해 새로운 ‘노래’가 만들어진다. 한국음식이 슬로우 푸드이고, 우리의 노래는 대부분 느짓하다. 이 모든 것이 <슬로우 시티 Slow city> 안에서 이루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