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안의 우주 '나는 이미 죽은 걸까?...'
손가락을 움직이려 하지만 뇌가 내린 명령이 닿기엔 내 사지가 너무 멀게 느껴졌다. 두 팔은 아득한 절벽 아래 떨어지는 폭포처럼 점점 더 멀어져가고 두 발의 사정도 마찬가지다. 살아있다는 것은 무엇으로 증명할 수 있을까. 생명 유지, 호흡, 순환기, 감각활동, 이런 생각들에 허우적대고 있을 때, 움찔 손가락이 움직였다.
‘나’는 바이러스에 걸린 컴퓨터처럼 쓸모가 없었다. 어떻게 복구해야 하는지, 어디서부터 고장난 것인지 알 수 없었다. 이대로 누워서 좀먹어가길 기다려야 하나? 나에게도 ‘클린 디스크’가 있으면 좋겠다.
Spacebar는 컴퓨터 키보드의 가장 긴 키를 의미하기도 하고, 우주 저 어딘가에 있을 작은 술집 이름이기도 하다. 어떤 음악이길 원하느냐고 물었을 때, Spacebar는 늘 똑같은 대답을 돌려줬다. 편안하고 행복한 소리였으면 좋겠다고. Spacebar는 그렇게 지어진 이름이고, Spacebar의 음악은 우주가 우리에게 그렇듯 신비롭고 끝이 없다.
무대 위를 올려다보며 몰입하거나 다른 사람이 된 것처럼 몸을 흔드는 건 Spacebar의 음악이 아니다. 네 안에, 내 안에 언제나 있었던 그런 소리에 잠시 귀를 기울인다. 너의 눈은, 너의 손가락은 어디를 향하고 있는지. 너는 살아 있는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