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에서 힙합을 하는 뮤지션으로 살아간다는 것은 보통은 여러가지 오해와 선입견을 불러일으키기 딱 좋은 일임에 틀림없다. 어떤 사람은 그들의 패션을 지적하고, 어떤 사람들은 그것도 음악이냐며 시비를 걸기도 하며 그나마 이도저도 아니면, 메세지가 너무 과격하다고 몰아붙이는 일도 흔하다. 그러한 오해와 선입견들이 쌓이고 쌓여, 힙합은 어디까지나 아직은 언더그라운드 중심의 문화에 머물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적어도, 대중의 관점에서는 그렇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러 영웅들이 대중의 호감과, 매니아의 입맛을 동시에 맞추는 훌륭한 작품들을 많이 만들어 내어, 한국의 힙합씬을 단순히 어리고 치기어린 문화로만 보는 사람들의 시선을 무색하게 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지금 우리가 주목해야될, 또다른 대한민국 힙합의 새로운 영웅들 역시 그들의 뒤를 충실히, 아니 어쩌면 더 나아가서 더욱 넓은 외연과 깊은 음악적 성취를 엮는 앨범을 만들어 내었다.
Pinodyne은 프로듀서인 SoulFish와 엠씨인 Huckleberry P로 구성된 힙합그룹이다. 2009년 [Pish!] 라는 EP한장으로 단숨에 대중성과 음악성 모두를 겸비한 그룹으로 평가받은 그들은 불과 1년만에, Full-Length의 고퀄리티 정규1집을 들고 다시 팬들 곁으로 돌아왔다. 훨씬 다양한 주제와 스타일, 또한 훌륭한 콜라보레이션으로 흠잡을데 없는 결과물들은, 그들이 첫 EP발매이후 얼마나 치열하게 음악과 싸우고 씨름했는지를 어렵지 않게 짐작할 수 있게한다.
EP 때부터 이어진 Soulfish 하이브리드한 경향 -Rap과 Funk, Soul이 각자의 위치에서 하모니를 향해 어우러져 있는- 은 좀 더 담금질되어 더욱 견고한 사운드를 보여주고 있으며, Huckleberry P 의 랩은, 톤에서 부터 발음, 주제 선택에서 스토리텔링, 플로우와 스타성, 모든 부분에서 진일보한 모습으로 생동감을 더해준다. 앨범의 전반에 걸쳐, 이들이 패닉(Panic)의 21세기 버전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계속하게 할 정도로 두명의 조합은 물리적인 결합이 아닌 화학적인 결합이라 할 만큼 잘 융합되어있다.
[Pinovation]이라는 제목만큼 그들의 스타일은 혁신적이다. 혁신이라는 것은 항상 새롭고 신선한 장점만큼 위험을 무릅쓴다는 의미를 동시에 내포하고 있기도 하다. 피노다인의 혁신이 신선함과 위험성의 기로에서 과연 음악적인 성취를 얼마만큼 이루었는 가를 확인하기 위해서는 그들의 음악을 들어보는 방법밖에 없다. 그리고 그들의 음악을 확인하고 이 글을 쓰는 지금, 필자는 과연 음악성과 대중성이 하나의 음반안에서 함께할 수 있는 개념인가라는 해묵은 논쟁거리에 대해서, 사람들에게 미소로 답해주고 싶다. 또 한번, 음악성과 대중성은 하나로 융합되어 좋은 시너지를 낸다는 것을 확인해주는 앨범이 나왔다고.